‘노도강’에 반토막 아파트…2차조정 본격화 하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서울 아파트 10월 거래량이 2000건대로 다시 주저 앉았고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매매수급지수는 급락 중이다. 시장에 2차 조정의 파도가 밀어닥친 신호들이 속속 감지된다. 특히 영끌의 성지라 할 ‘노도강(서울 노원, 도봉, 강북구)’에는 반토막난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이 본격화 되는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10월 거래량 2천건대로 급락
시장가격에 선행하며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중요 지표 중 하나가 거래량이다. 윤석열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힘입어 3000건대로 올라섰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9개월 만에 2000건대로 곤두박질쳤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계를 마감한 10월 아파트 거래량은 231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거래량 중 1월 1412건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수치일 뿐 아니라 4월 3000건대로 올라선 이후 다시 2000건대로 내려선 것이다.
11월 매매거래량도 1157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아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는 한 10월 거래량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월세 거래량도 연중 최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올해 1월부터 줄곧 2만 건대로 유지되다 9월 1만 9626건, 10월 1만 9237건으로 감소세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출처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꺾이는 가격, 무너지는 심리
거래량이 무너지는 것과 함께 시장가격도 꺾이기 시작했고 매수심리는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4주(2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01% 하락했다. 지난 6월 셋째 주 이래 지속된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서울과 경기가 나란히 0.00%로 보합을 기록한 가운데 인천이 0.07% 내리며 수도권(-0.01%)도 26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뿐 아니다. KB부동산 통계에서도 지난주 전국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각각 -0.02%, -0.03%를 기록해 3주 연속 떨어졌다.
시장의 온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매매수급지수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4주(11월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5.3으로 전주보다 1.1포인트 내렸다. 지난주 0.6포인트 하락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으면 매수자 우위시장임을,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높으면 매도자 우위시장임을 가르킨다.
주택사업경기전망도 좋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해 매달 발표하는 주택사업경기전망 11월 지수를 보면 서울은 86.3으로 전월 대비 28.7포인트 하락해 수도권 전체(83.5, 전월 대비 19.4포인트 하락)보다 하락 폭이 컸다.
영끌의 성지 노도강에 등장한 반토막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시장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영끌의 성지라 할 ‘노도강’ 지역이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있다. 통상 ‘노도강’은 서울 25개구 가운데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 영끌족들의 집중공략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런데 윤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가 조여지자마자 ‘노도강’이 직격탄을 맞고 추락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6단지’ 전용 59㎡는 11월 13일 4억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올 2월 거래된 최고가 7억 3100만 원의 54.7%에 불과한 가격이다. 또한 도봉구에서는 창동 ‘주공17단지’ 36㎡가 최고가(5억 5000만 원) 대비 43.6% 급락한 3억 1000만 원에 거래됐다.
최고가 대비 거의 반토막 난 아파트들이 서울의 약한 고리라 할 ‘노도강’에 속속 출현 중이라는 사실이 함의하는 바는 명확하다.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