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치솟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잠 못드는 미 연준

 

 

 

치솟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잠 못드는 미 연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필요하면 언제라도 통화긴축을 할 것’이라는 발언이 시장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가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런 발언은 한 것은 무엇보다 좀체 꺾이지 않는 근원물가와 2011년 이후 최고치를 찍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고착되어 가는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연준을 고뇌로 몰아넣고 있다.


‘필요하다면 기준금리 인상에 주저하지 않겠다’는 파월의장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콘퍼런스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난 한 해 하락했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은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2%로 지속 가능하게 낮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에 충분할 만큼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그런 정책 기조를 달성했는지를 자신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적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FOMC의 기준금리 동결에 고무된 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다. 파월의 발언 이후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요동을 쳤고, 국채수익률은 상승했다. 


견조한 미국의 근원물가, 치솟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

파월 의장이 시장의 기대를 배반(?)하고 매파적 발언을 내놓은 것은 무엇보다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버티는 근원물가 상승률 때문이다. 미국의 10월 근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대로라면 3개월 연속 이 비율로 오른 셈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1%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9월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과 같은 것인데, 추세를 보면 지난 6개월간의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멈춘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근원물가가 철벽처럼 버티고 있는 마당이니 연준의 물가목표치인 2%달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연준의 근심이 더 깊어지고 있는 건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 심리가 고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미시간 대학이 지난 10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인들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올라갔으며, 이는 연준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이달 3.2%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4월치가 전년 동비 대비 4.2%로 치솟은 이후 현재까지 고공행진을 지속 중이다. 쉽게 말해 인플레이션이 만 2년 6개월 이상 진행 중인데,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오랜 기간 지속되면 기업과 가계는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의사결정을 하며, 한번 고착된 기대인플레이션은 여간해선 내려오지 않는다. 하여 연준 등 중앙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가장 두려워한다. 한데 이미 기대인플레이션의 고착화가 진행 중이라는 데이터가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대비, 출처 :인베스팅닷컴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대비, 출처 :인베스팅닷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날은 언제일까?

연준이 9월 발표한 최신 경제 전망에 따르면 연준 관리들은 오는 2026년까지도 물가상승률이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 한다. 난공불락의 근원물가에 더해 기대인플레이션까지 고착된 상황이니 그런 전망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본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급사이드와 수요사이드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형국은 모두가 수요사이드를, 그것도 한정적으로, 책임진 연준만 쳐다보고 있다. 해결할 수 없는 숙제를 떠맡은 연준의 고민이 깊어가는 가을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11월 14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