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 부동산 시장 ‘2차 조정’ 신호가 보인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아파트 입주 예정자 중에 집이 안 팔려 입주를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40%가 넘는데다 입주전망지수도 급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심상치 않은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서울 아파트 시장에 경매 매물이 쏟아지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바야흐로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을 알리는 신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살던 집 안팔려 잔금납부 진퇴양난 빠진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10일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의 아파트 입주율은 70.9%로 지난 9월 대비해 5.8%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입주율은 지난 8월 71.5%로 오르며 연고점을 찍은 후 9월 70% 아래로 밀려나며 주춤하다가 지난달 재차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수도권의 아파트 입주율은 지난 9월 81.5%에서 지난달 80.7%로 0.8%포인트 떨어졌다. 서울도 85.4%에서 82.2%로 3.2%포인트 하락했다.
특기할 대목은 미입주 원인이다. ‘기존 주택의 매각 지연’이 미입주 원인 가운데 단연 1위였는데, 비중이 지난 9월 36.2%에서 지난달 41.7%로 증가했다. ‘분양권 매도 지연’ 역시 10.6%에서 14.6%로 증가했다. 반면 잔금 대출 미확보(21.3%→20.8%), 세입자 미확보(25.5%→16.7%) 등의 비중은 줄었다.

올해 10월 아파트 입주율 및 미입주 사유, 출처 :주택산업연구원
아파트 미입주 원인 가운데 기존 주택과 분양권 매각 지연이 차지하는 비중의 폭증이 함의하는 바는 자명하다. 기존 주택이건, 아파트 분양권이건 간에 시장에서 이를 받아 줄 수요가 없다는 얘기다. 참고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9일 현재 수도권에 쌓인 아파트 매물은 무려 25만 7480건(서울 7만 9849건, 경기 14만 4460건, 인천 3만 3171건)에 달한다.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아파트 입주전망지수
더 충격적인 건 아파트 입주전망지수의 급락이다.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지난달(92.4)보다 19.5포인트 내린 72.9로 조사됐다. 수도권은 103.7에서 80.1로 내리며 기준선(100)을 밑돌게 됐고, 광역시(97.2→76.5)와 도 지역(84.6→67.5) 또한 동반 하락했다. 대전(106.6→75.0)과 세종(108.3→72.7)은 각각 3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을 상회하면 주택사업자들 사이에서 실입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을, 100을 하회하면 실입주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아파트 입주전망지수의 급락은 시장의 분위기를 누구 보다 잘 아는 주택사업자들이 체감하는 부동산 경기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에 안개가 드리워 흐린 전경. 2023. 2. 12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경매 건수 7년 5개월 만에 최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629건으로 2020년 11월(3593건)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다 진행 건수를 기록했다.
이 중 1046건이 낙찰되면서 낙찰률은 전달(34.9%) 대비 4.9%p 상승한 39.8%를 기록했는데, 강원과 전북 지역의 법인 소유 아파트 수십 채가 저가에 낙찰되면서 낙찰률이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4.1%로 전월(83.5%)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고, 평균 응찰자 수는 전달(8.3명) 보다 2.0명이 줄어든 6.3명으로 집계됐다.
눈길을 끄는 건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38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 5개월 만에 월별 최다 건수다. 낙찰률은 26.5%로 전달(31.5%) 대비 5.0%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 6월(28.3%)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경기도도 심상치 않기는 서울 못지 않다. 경기도 아파트 진행 건수는 592건으로 2015년 6월(652건) 이후 처음으로 최다 진행 건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39.5%로 전달(43.4%) 보다 3.9%포인 하락했고, 낙찰가율은 전달(84.8%)과 비슷한 85.2%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8.4명으로 전월(11.2명)보다 2.8명이 감소했다.
흔히 경매시장을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사용하곤 한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아파트 경매가 쏟아지는 건 의미심장하다.
속속 드러나는 부동산 시장 2차 조정의 신호들
모든 거시지표가 부동산 시장에 적대적인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을 강력히 의미하는 신호들이 줄지어 등장 중이다. 거래량 급감에 이어 아파트 입주전망지수의 급락, 아파트 경매건수의 폭증 등이 그 신호들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동산 시장가격을 올리려고 안간힘 쓰는 윤석열 정부의 수중에 남은 정책수단도 거의 소진된 마당이니 부동산 시장의 2차 조정은 피할 길이 없을 듯싶다. 물론 2차 조정의 기간과 폭은 누구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