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미 국채 수익률 폭등에 국내 자산·금융시장 ‘발작’




미 국채 수익률 폭등에 국내 자산·금융시장 ‘발작’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 국채수익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최고로 폭등하자 시장이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환율이 폭등하고, 증시는 검은 목요일을 연출했으며, 채권수익률은 일제히 상승했다. 글로벌 금리의 기준이라 할 미 국채수익률의 폭등은 미국에서 고금리가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을 강하게 만들며 국내 외환시장과 증시와 채권시장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미 국채수익률의 폭등은 무엇보다 수급균형이 붕괴된 탓이 크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국채발행을 줄이겠다는 선언을 해야 매도세가 진정될 듯 싶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또한 어려운 선택이다.


이젠 상단이 어디까지일지 두려운 미 국채수익률

25일(미국 현지 시간) 미 2년물 국채수익률은 0.054%포인트 오른 5.121%로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112%포인트 상승한 4.952%로, 30년물 국채수익률은 0.127%포인트 급등한 5.09%로 마감했다. 이같은 10년물,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올들어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날 국채수익률이 폭등한 배경 중 하나는 미국의 3분기 GDP가 충격적일 만큼 호조일 것이란 전망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의 3분기 GDP성장률은 무려 4.7%로 예상됐다. 예상을 아득히 상회하는 경기 강세에 따라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국채매도세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채수익률의 상승세가 파죽지세이기 때문에 이젠 국채수익률 상단이 어디까지일지 두려울 지경이다. 일각에서는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조만간 5.75%에 도달하는 것도 비현실적인 가정은 아니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현재 5%안팎의 미 국채10년물 수익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장기 평균에 해당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보기에 따라선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상으로 회귀하는 속도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급하다는 것이다. 국채수익률의 너무나 빠른 급등은 경제주체들이 감당하기 어렵고, 금융시장과 자산시장 더 나아가 실물시장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환율은 뛰고, 증시는 녹아내리고, 채권수익률은 폭등
 

원/달러 환율 추이

원/달러 환율 추이

 

글로벌 금리의 기준인 미국의 국채수익률이 폭등을 거듭하자 국내 자산시장과 금융시장도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각종 거시지표와 심리가 응축된 외환시장을 살펴보자. 원/달러 환율은 전일에 비해 무려 10.3원이나 폭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종가기준 1360.0원을 기록했다. 27일에도 135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증시는 온통 파란색 일색이다. 검은 목요일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증시는 이렇다할 반등도 못하고 흘러내렸다. 코스피는 2300선이 무너진 2299.08로 마감했다. 전일에 비해 64.09포인트(-2.71%)가 하락한 것이다. 27일 오전 한 때 2293.05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곧바로 23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코스피지수(2023.10.26 종가기준)

코스피지수(2023.10.26 종가기준)

미 국채수익률이 뛰는데 국내 채권수익률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국채수익률을 비롯한 주요 채권수익률은 연중 최고점에 바짝 다가서거나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국채를 비롯한 주요 채권수익률의 상승은 자연스럽게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을 심화시키며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을 압박한다.


  

채권 최종호가수익률(20231026)

채권 최종호가수익률(20231026)


연방정부가 국채발행을 줄이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을까?

미 국채수익률의 폭등은 무엇보다 수급의 균형이 무너진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방정부가 국채를 계속발행하는데 반해 연방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사줄 매수주체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미 국채를 매수하던 해외의 큰손이던 중국과 일본은 오히려 미 국채를 매도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수행 중인 연준도 연간 7200억 달러(975조 원)의 속도로 강력한 양적긴축을 이어가고 있다.  

매수주체는 부재한 반면 연준은 지난 달 말 회계연도 기준 1조 7000억 달러(2300조 원)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감당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연준의 희망과는 달리 최근 장기 국채 발행 물량이 늘었지만 투자자들이 매수에 주저하는 모습이고, 이번 달 10년물 및 30년물 국채 경매 또한 저조했다.

미 국채시장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연방정부가 국채발행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연준 등이 국채매수(양적 완화)에 나서야 한다. 한데 연방정부는 국채발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형편이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수행 중인 연준은 양적긴축을 조속히 중단하는 정도가 최선일 것이다. 물론 최선의 시나리오는 중국과 일본 등의 해외에서 미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해 주는 것이겠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미 국채수익률의 하향 안정은 매도주체와 매수주체 간의 힘겨루기, 인플레이션 진화에 중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금융시장 및 자산시장에 방점을 찍을지를 둘러싼 관점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풀기가 매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분명한 건 미 국채수익률의 방향성에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10월 27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