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연준 ‘더 높고 더 오래’…저금리 시대와 작별

 

 

 

연준 ‘더 높고 더 오래’…저금리 시대와 작별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최소한 한차례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양적 긴축도 유지할 것을 천명했다.

또한 연준은 이른바 점도표를 크게 높이는 등 고금리 기조가 오래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의지 천명에 따라 시장에선 미 국채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바야흐로 저금리 시대와의 작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파월의 긴축기조 유지 천명에 빛을 잃은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연준이 전날부터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 금리를 현 5.25∼5.50% 범위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6월 동결 이후 3개월만이자 FOMC 회차로는 2회 만에 이뤄진 동결인데, 이로써 한국(기준금리 3.50%)과 미국의 금리 차이도 최대 2.00%포인트를 변함없이 유지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최근 지표상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어 왔고, 일자리 창출은 최근 몇 달간 둔화했지만 여전히 견조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현재 경제상황을 평가했다.

연준은 이어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력이 있다”고 전제한 뒤 “가계와 기업들을 위한 더 엄격한 신용 조건은 경제활동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불확실하다”면서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 여전히 매우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뒤 연준은 “FOMC는 최대의 고용과 장기적으로 2%의 물가상승률을 추구한다”며 “이런 목표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기준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뒤 6월엔 금리를 동결했고, 직전인 7월에는 다시 0.25% 포인트 올리며 기준금리를 2001년 이후 22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설정한 바 있다.

비록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가능성과 양적긴축 지속 등을 통해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을 분명히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파월은 양적 긴축을 지속할 것을 명확히 했다.

연준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직전 3.2%에서 3.3%로 소폭 올리고,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2.1%로 대폭 상향하며, 연말 실업률 전망을 직전의 4.1%에서 3.8%로 낮춘 것 등이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지속기조의 배경이다. 쉽게 말해 미국의 경제가 견고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어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고금리는 더 높이, 더 오래 지속된다 

충격적인 건 연준이 발표한 점도표다. 연준이 발표하는 점도표는 앞으로의 금리 추이를 전망한 것이다. 이번에 연준은 올해 말 금리를 직전 전망과 동일한 5.6%(이하 중간값)로 예상했고 내년말 5.1%(6월 전망치 4.6%), 2025년말 3.9%(6월 전망치 3.4%), 2026년말 2.9%(6월 전망치 없음)로 각각 예상했다. 2027년 이후 장기적으로는 2.5%를 예상했다. 금리 전망치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특히 놀라운 건 내년말까지 5%를 넘는 기준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 대목이다. 연준은 2027년 이후로도 2.5%대의 금리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연준은 고금리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높이 그리고 더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미 국채수익률 (한국시간 2023. 9. 23. 03:42 현재), 인베스팅닷컴

미 국채수익률 (한국시간 2023. 9. 23. 03:42 현재), 인베스팅닷컴



무섭게 치솟고 있는 미 국채수익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지 하루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국채 수익률이 오르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무섭게 오르고 있다.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기준) 현재 4.48%로 하루 전 대비 13bp(1bp=0.01%포인트)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9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장중 한 때 4.5%를 돌파하기도 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 역시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직전 5.05%에서 21일 오후 3시께 5.14%로 올랐다. 미 국채수익률이 이렇게 폭등하는 데에는 연준의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 천명과 8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거기에 더해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확실시되는 국제유가 탓에 연준이 시장금리를 최대 세 번까지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시장 일각의 주장도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저금리 시대와의 결별을 준비할 때

연준의 긴축적 통화기조 지속 천명과 그 기조의 배경이 되는 거시 경제지표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자명하다. 길고 길었던 저금리 시대가 저물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연준의 점도표에 따르면 2027년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2.5%대 금리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성장률 등을 감안할 때 이게 결코 낮은 금리가 아니다. 그것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확실히 승리한 후에야 이룰 수 있는 목표에 불과하다.

물론 금리가 연준의 예측대로 흘러가는 건 결코 아니다. 연준의 점도표가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것만 봐도 금리의 진행코스를 정확히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성은 짐작할 수 있다. 그 방향성은 길고 길었으며,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절정에 달했던, 저금리의 시대가 가고 고금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9월 2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