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영끌족’이여! 부디 금리하락 꿈 깨시라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모든 금리의 바닥이자 근간이라 할 국채금리가 뛰고 있다. 국채의 대표격이라 할 10년물 금리가 조만간 4%를 넘을 것이란 예측이 시장에 파다하다. 장기국채의 경우 미국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만큼 미국의 국채금리가 떨어져야 하는데 미국 경기의 견조함과 유가 급등 등의 원인으로 미국 시장에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국채금리의 상승은 대출금리를 포함한 시장금리의 상승을 견인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10년물 금리, 4%를 돌파하나?
국채금리가 무섭게 상승 중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의하면 11일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오후 3.961%를 기록해 전날 보다 0.066%올랐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8월 22일 기록했던 연중 고점(3.986%)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서는 10년물 금리 기준 4%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국채의 대표격인 10년물만이 아니다. 아래 그래프가 잘 보여주듯 1년물부터 50년물까지의 모든 국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지방채, 은행채, 회사채 등의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고, 대출금리도 덩달아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국채 장기물 금리 상승은 미국 국채 금리 폭등에 기인해
한편 최근 한국 국채 장기물 금리 상승분의 절반 이상은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른 데 따른 것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두 나라 간 금리를 실증 분석한 결과, 올해 미국 국채 금리의 영향이 장기물에서 커졌지만 중·단기물에서 줄어 동조화 정도가 만기별로 차별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단기물의 경우 미국 국채 금리의 영향이 지난해 18∼19%에서 올해 들어 10%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하지만 10년물에 대한 영향은 소폭 감소에 그쳐 여전히 50%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런 분석을 토대로 “미국 금리 상승의 영향이 우려할 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가계·기업의 대출금리에서 1년이하 단기 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의 비중이 크고, 회사채·은행채 등의 발행 만기 역시 3년물 이하 중·단기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다만 국내 장기 금리의 경우 여전히 미국 국채 금리와의 동조성이 강해 이와 연계된 일부 대출금리, 은행채·회사채 금리 등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 국채금리에 대한 미국 국채금리 영향력 분석 등. 한국은행 제공
미국 고금리 지속 가능성 커
국내 시장금리의 하락은 국채금리의 하락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채금리의 하락이 가능하기 위해선 미국 국채금리의 하락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제는 미국 국채금리의 하락이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4.5로 월가의 전망치 52.5를 크게 상회하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시장의 예상을 하회하는 등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 등의 원인으로 유가가 고개를 바짝들고 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긴축에서 완화로 변경시킬 여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미국의 고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하고 경제행위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조속한 금리 인하에 운명을 맡기는 부동산 영끌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만큼 위험천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