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 뚝 떨어지자 비수기 탓이라는 언론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상승세를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7월 들어 줄어들자 적지 않은 언론이 7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라서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라는 둥, 비수기임에도 거래량이 3000건을 넘은 것이라는 둥 변명이 요란하다. 하지만 7월이 계절적 비수기라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윤석열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에 부역하려는 언론의 몸부림이 참으로 구차하게 여겨진다.
3천건대로 떨어진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4000건대로 올라서는 듯 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7월에 다시 3000건대로 내려왔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이다.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통계를 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3804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4136건에 비해 8.0%감소한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761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바 있다. 이후 12월 1001건으로 회복한 후 올 들어 1월 1161건, 2월 2286건, 3월 3234건, 4월 2981건, 5월 3711건, 6월 4136건으로 올랐다가 지난달 다시 3000건 대로 추락했다.
또한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도 7월 6081건으로 지난 6월 6674건에 비해 8.9%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었던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25.2% 늘어난 것이지만 최근 5년 간 7월 평균에 비해선 54.3% 격감한 수준이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 역시 4만8170건으로 전월에 비해 8.4%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이 계절적, 전통적 비수기라고?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전월 대비 줄어들자 투심(投心) 위축이 두려웠는지 언론이 나섰다. 몇몇 언론이 뽑은 기사 제목을 보자.
서울 아파트 거래량 다시 3000건대로…계절적 비수기 영향(뉴시스)
‘비수기’ 7월에도 서울 거래량 3000건 훌쩍… “강남4구만 웃는 중”(조선일보)
뉴시스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000건대를 기록한 건 계절적 비수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조선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거래량이 3000건을 훌쩍 넘었다고 호들갑을 떤다.
뉴시스와 조선일보를 포함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감소를 평가절하하는 일부 언론이 7월을 전통적, 계절적 비수기로 꼽는 이유는 여름 휴가철이 겹치며 이사 수요도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증적 통계는 7월이 전통적, 계절적 비수기라는 일부 언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아래 그래프는 2018년 7월부터 2023년 7월 사이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그래프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18.7~23.7),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통계 뷰어
이 그래프를 보면 7월이 전통적, 계절적 비수기라는 일부 언론의 주장이 얼마나 심각한 왜곡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18년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852건인데 이 거래량은 2018년 11월~2019년 6월 사이의 어떤 거래량 보다 많은 수치다. 2019년 7월 거래량 7009건도 다른 달과 비교해 보면 매우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심지어 2020년 7월에 기록된 1만6002건은 5년 동안의 월 거래량 중 최고를 찍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21년 7월에 기록된 4646건과 2023년 7월에 기록된 3804건은 21년 이후의 월 평균 거래량을 상회하는 높은 수준이다. 22년 7월에 기록된 1028건조차 인접한 달의 평균치에 수렴한다.
실증적 통계가 말해 주듯 7월이 전통적, 계절적 비수기라며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 감소를 당연한 것으로 보도한 일부 언론의 기사는 명백한 왜곡이다.
매크로 지표들은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가르켜
기실 올 해 들어 주택거래가 늘고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건 전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집값 올리기 덕택이다. 한데 이마저도 7월 거래량이 보여주듯 기력이 다한 느낌이다.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끈적끈적하게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고금리 기조의 지속가능성,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성장률 등 주택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매크로 지표들이 모두 나빠 시장이 단기간의 하락을 마치고 상승장으로 전환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파도의 부침(미미한 거래량 상승 및 일부 지역의 국지적 가격 반등)에 연연하지 말고 파도를 결정하는 바람(인플레이션, 금리, 성장률 등 매크로 지표)을 눈여겨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