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보유자산 축소’로 금리인상 효과낸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른바 양적긴축을 통해 보유자산 축소에 성공하고 있다. 연준의 양적긴축은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해 기준금리를 사실상 높이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연준이 양적긴축 기조를 지속할 경우 시장에 쏟아질 국채물량을 받아줄 큰손을 찾기 어렵게 돼 국채이자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연준 양적긴축으로 보유자산 축소 성공
팬데믹 초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미 국채, 주택유동화증권(MBS) 등을 수조 달러 규모로 사들였던 미 연준이 지난해 5월 이후 양적긴축(QT)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해 보유자산 축소에 성공하고 있다.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라고도 한다)는 만기가 돌아온 국채나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재투자하지 않거나 매각함으로써 시장에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통화정책 기법이다.
연준이 보유한 자산은 지난해 4월 14일(발표일 기준) 8조 9654 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8월 11일 8조 2082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약 7572억 달러가 준 것인데 한화로 따지면 10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만일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지역은행의 연이은 파산에 따른 긴급 유동성 4000억 달러를 공급하지 않았더라면 연준이 보유한 자산은 지금 8조 달러 아래로 내려가 있을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연준의 보유자산 증감 추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 : Federal Reserve
양적긴축은 시중 유동성 흡수로 기준금리 인상 효과 발휘
연준의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 및 MBS 등을 시장에 매각하고 대신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선임 이코노미스트 만모한 싱은 연준의 1조 달러 QT는 기준금리를 0.15~0.25%p 추가로 인상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준이 시장에 대량으로 매각한 국채는 국채가격을 끌어내리고 이는 국채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모든 금리의 토대라 할 국채수익률이 높아지면 회사채 수익률도 덩달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시장금리는 상승하고 시중의 자금은 채권시장으로 몰리게 된다.
연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펜데믹 당시 단행했던 양적완화(QE)은 기준금리를 제로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유동성 공급이 여의치 않았다. 하여 연준이 은행 등이 보유한 국채와 MBS 등을 직접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다. 연준이 시중의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면 국채가격은 폭등하고 국채수익률이 폭락해 시장금리도 폭락하게 된다.
연준이 아니면 누가 미 국채를 매입하나?
이미 연준은 2018~2019년에도 양적긴축을 단행했었다. 그 여파로 국채수요가 급감했고 국채가격은 떨어졌으며 국채수익률은 폭등했다. 이번에는 국채 매각 속도가 그 당시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빠르지만 시장이 연준이 던지는 국채물량을 잘 받아주고 있다. 팬데믹 이후 천문학적으로 풀린 이지머니 덕택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민간에서 연준이 던지는 국채물량을 계속 받아줄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미 재무부는 세수와 재정지출 간 간격을 메우기 위해 이미 올 들어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린 데다 앞으로 국채 경매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에 국채폭격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는 것이다.
상황이 더 나쁜 건 미 국채를 스폰지처럼 흡수하던 중국이 오히려 미 국채를 매각 중인데다 미 국채 세계 최대 보유국인 일본의 수요 감소가 예고된 상태라는 사실이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국채 수익률 통제를 완화했고, 이 때문에 일본 국채 수익률이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금들 중 일부가 미 국채를 팔고 일본 국채를 매입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연준과 재무부가 국채를 시장에 천문학적 규모로 공급하려 하는데 이를 받아줄 안(연준)과 밖(일본과 중국)의 큰손들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JP모간 미 금리전략 공동책임자인 제이 배리는 “두 번째 대차대조표 축소는 더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편 지난 10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리서치기관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의 조지프 칼리시 글로벌 매크로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시장 유동성은 금융시장의 생명줄로, 위험 자산은 유동성을 사랑한다”며 “연준이 (양적 긴축을 통해) 이같이 유동성을 줄이면 주식과 회사채 시장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는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이는 은행의 현금과 대출·투자 여력을 축소한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 등 위험 자산은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 국채수익률의 방향성을 주시해야
주지하다시피 미 국채수익률은 전 세계 금리의 토대이다. 따라서 미 국채수익률의 향방은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의 향배와도 직결된다. 설사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한다 하더라도 미 국채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한 시장금리가 떨어지길 기대하는 건 난망이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공급사이드와 수요사이드를 함께 볼 때 미 국채수익률이 당분간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관심을 가지고 미 국채수익률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