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물가 안정 복병 기름값 상승세 심상치 않다



물가 안정 복병 기름값 상승세 심상치 않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가계에 주름살을 늘리고 있다. 기름값이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는 근본 원인은 국제유가의 상승이다. 두바이유를 비롯한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거기에 더해 내년에 원유 초과수요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원유 가격의 추세적 상승은 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고, 이는 중앙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거침없는 상승세 이어가고 있는 기름값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둘째 주(6∼10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56.2원 오른 L당 1695.0원을 기록했다. 일간 기준으로는 지난 9일 1702.56원을 기록하며 작년 9월 27일(1705.43원) 이후 10개월여만에 1700원을 돌파한 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최고가 지역인 서울의 이번 주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47.7원 상승한 1775.6원, 최저가 지역인 광주는 51.9원 오른 1661.0원이었다.

경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74.6원 상승한 1526.0원으로 집계됐다. 일간 기준으로는 지난 6일 1502.55원을 찍으며 올해 5월 10일(1500.5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1500원대로 올라섰다.

이번 주 국제 유가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유가 전망 상향 및 주간 석유제품 재고 감소 발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유조선 공격,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감소 등의 요인으로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이번 주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2.2달러 오른 배럴당 88.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휘발유 평균 가격은 1.8달러 오른 100.9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0.5달러 오른 118.7달러였다.


국제 유가 오름세가 원인 제공

기름값이 뛰고 있는 근본 원인은 국제유가가 상승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5월 31일 배럴당 70.94달러로 바닥을 찍은 이후 계속 상승해 80달러 후반까지 올라온 상태다.
  

두바이유 가격 추이

두바이유 가격 추이

 


또한 국제유가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서부텍사스유도 6월 12일 배럴 당 67.12달러로 바닥을 찍은 후 80달러 중반까지 상승한 상태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 추이 

서부텍사스유(WTI) 가격 추이

 



하반기 원유 초과 수요현상 더 심화될 수도

문제는 하반기에 원유 초과수요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이 8월 4일 발행한 「하반기 원유 초과수요 심화 전망의 배경」 보고서를 보면 7월 국제유가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및 수요 개선 기대로 한 달간 15.8% 급등했다. 특히 주요국 금리 인상 종결 기대와 미국 경제지표 호조, 그리고 중국 경기 대응 발표 등이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여기에 하반기 초과수요 심화에 따른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청(EIA)의 7월 단기 에너지 전망(STEO)은 3분기 원유 초과수요를 일 평균 98만 배럴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6월에 전망했던 초과수요 20만 배럴/일을 크게 상회한다. EIA는 5월까지 3분기 초과 공급을 전망하고 있었으나 2개월 연속 생산량이 하향 조정(6월 –0.18%, 7월 –0.62%)된 반면 소비량은 상향 조정(6월 +0.02%, 7월 +0.15%)되며 초과수요 전망으로 돌았다. 아래 그래프와 표는 원유 수급 전망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원유 초과수요 심화 전망의 배경

원유 초과수요 심화 전망의 배경

 

한편 생산량 하향 조정은 OPEC+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6월 회의에서 사우디는 단독으로 7~8월 중 자발적으로 연간 100만 배럴 감산할 것임을 선언했다. 사우디는 8월 4일 개최된 회의에서도 후자의 조치를 9월까지 연장하겠다고 공표했다. 사우디의 감산 선언은 3분기 OPEC 원유 생산량 62.5만 배럴 하향 조정으로 반영되고 있다. 

 


유가 추세적 상승 이어가면 물가도 고개를 들어

국제 유가의 상승과 그에 수반한 기름값의 상승은 물가 안정을 결정적으로 침해할 수밖에 없다. 추세적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 물가상승률은 유가 급락 덕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가가 지금처럼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면 헤드라인 물가도 고개를 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헤드라인 물가가 바닥을 찍고 재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연준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는 고사하고 금리 인상 압박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8월 14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