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미 국가신용등급 12년 만에 강등…아시아 증시 강타




미 국가신용등급 12년 만에 강등…아시아 증시 강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전격 강등됐다. 2011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어서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 금융시장에 격랑이 일면 무사할 수 없는 터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야기할 금융시장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12년 만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피치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등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피치는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라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피치는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하다가 마지막 순간에야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AA 또는 AAA 등급을 받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배구조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미국은 20년 넘게 거버넌스 기준이 꾸준히 악화됐다”며 “2025년 1월까지 부채 한도를 유예하기로 한 지난 6월의 초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재정과 부채 문제가 남아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피치는 미국의 세수 감소와 재정지출 증가, 이자 부담 증가 등의 여파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2022년 3.7%에서 2023년 6.3% 수준으로 급등하고, 이어 2024년 6.6%, 2025년 6.9% 등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피치는 “향후 10년간 금리 상승과 부채 증가로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인구 고령화와 의료비 상승으로 재정개혁이 없는 한 고령층에 대한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미국의 경제미래에 대해 경고했으며, 심지어 “신용 여건 악화와 투자 감소, 소비 하락이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미국 경제를 약한 침체로 밀어 넣을 것”이라며 미국에 경기침체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등급 내린데 반해 무디스는 AAA 등급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A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국가신용등급 전격 강등 쇼크 이번에도 재현되나?

3대 주요 국제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것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1년 AAA에서 AA+로 내린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S&P도 미국의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대한 정치권 협상 난항 등을 강등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 조치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대형주 위주의 S&P500지수가 불과 며칠 새 15%나 빠졌고, 유럽과 아시아 주식시장도 일제히 폭락하면서 패닉에 빠졌다. 다만 위험자산 회피심리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더해져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된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관건은 이번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후폭풍을 답습할 것인가이다. 2011년은 연방정부 부채한도와 관련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예정일이 근접했었다는 점, 2008년도의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다는 점, 이번엔 피치가 이미 5월 미국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하면서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기 때문에 시장이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점, 2011년도와는 달리 미국의 경제가 연착륙 기조를 굳히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번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강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미국 증시가 역사적 고점 언저리까지 올라온 만큼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이 조정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점, 혹여 추가 등급 하향이 있을 땐 연방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의 의견도 있다.


강달러와 국채수익률 하락이 미국에게는 최선?

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시장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뉴욕증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선물은 각각 0.5% 미만의 하락세를 나타낸 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국시간 이날 오후 4시 40분 기준 전일 대비 1bp(bp=0.01%포인트) 내린 4.03%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채권수익률) 하락은 채권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한편 미 증시 선물이 선방한 것과는 달리 장이 열리자 미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보였다.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오히려 아시아 증시와 통화가치를 강타 중이다. 2일 아시아 증시와 통화가치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 달러,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아시아 시장의 투자금 회수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연중 최고점(2667.07)을 경신한 지 하루 만에 50.60포인트(1.9%) 떨어지며 2616.47에 장을 마감했고, 코스닥도 29.91포인트(3.18%) 밀리며 909.76을 기록했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전날 대비 2.30% 하락한 3만2707.69로 거래를 마쳤고 홍콩 항셍(-2.47%), 중국 상하이종합(-0.89%), 대만 가권(-1.85%)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아시아시장 마감 후 열리는 유럽증시도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가 1% 이상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목되는 건 환율이다. 최근 잠잠했던 강달러 기조가 다시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7원 오른 1298.5원까지 치솟았다. 미국 은행권 금융 불안이 지속됐던 지난 3월 24일 16.0원 오른 이후 하루 기준 가장 큰 폭으로 급등한 것이다. 또한 지난 10일(1306.5원) 이후 약 3주 만에 1300원대를 목전에 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오후 3시 30분 기준 102.21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기준점 100을 넘으면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라는 의미다.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야기할 파장이 얼마나 될지, 어디로 튈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글로벌 자금의 달러 및 미 국채에 대한 선호는 미국에게는 오매불망(寤寐不忘) 바라던 바라는 사실이다. 강한 달러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해외로 수출하는 첩경이며, 국채 수요의 확대는 국채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정부의 국채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8월 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