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외지인과 2030 세대가 끌어가는 부동산 시장



 

외지인과 2030 세대가 끌어가는 부동산 시장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윤석열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에 올인 하면서 투기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구입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는 2030 세대가 큰손으로 등장한 기현상까지 생겨났다.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구입 비중 증가는 투기적 가수요의 전초병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2030의 아파트 청약에 대한 몰입은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탐닉을 방증한다는 점에서 각각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크게 늘고 있는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구입 비중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만 3373건 중 서울 외 다른 지역 거주자가 매입한 건수는 3385건(25.3%)으로 나타났다. 즉 이 기간 동안 거래된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는 서울 외 다른 지역 거주자가 사들인 것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부동산원 ‘월별 아파트 매입자 주거지별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부터 줄기 시작한 외지인 거래 건수는 2021년 11월 168건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다 작년 12월 서울 아파트 외지인 거래는 갑자기 전월(168건) 대비 2배 이상 늘어 360건을 기록했다. 올해 1월엔 338건으로 증가세가 꺾이는가 싶더니, 2월 576건, 3월 810건, 4월 736건, 5월 925건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특히 5월 925건은 2021년 7월(930건)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서울 안에서 전년 동기 대비 외지인 매입 비중이 가장 큰 폭 늘어난 곳은 강남구였다. 작년 1∼5월 거래된 강남구 아파트 1005건 중 외지인 거래는 119건으로 비중이 11.8%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849건 중 213건(25.1%)으로 13.3%p 늘었다. 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강남구 다음으로는 마포구가 22.4%(322건 중 72건)에서 34.8%(603건 중 210건)로 외지인 매입 비중이 크게 늘었다.

특기할 대목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외지인 매입 비중은 줄고 관할 시군구 내 거주자가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산 비중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작년과 올해 1∼5월 관할 시군구 내 거주자의 매입 비중을 보면 전국은 50.8%에서 57.3%로 6.4%p 늘었다. 지방 광역시는 53.2%에서 57.3%로 비중이 4.2%p 늘었고, 기타 지방은 53.6%에서 65.5%로 11.9%p 커졌다. 유독 서울만 40.3%에서 36.8%로 줄어들었다.

주지하다시피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 구매 비율이 높아진다는 건 서울 외 거주자들이 투기 목적으로 서울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뜻이다. 이는 서울 외 지역에서 관할 시군구 내 거주자가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산 비중이 실거주 차원에서 늘어난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줄어들던 서울 아파트 외지인 구매 비율은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올인 정책 기조에 힘입어 올해부터 폭발적으로 반등 중이다. 외지인들이 서울 아파트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당연한 것이 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부동산 취득·보유·양도 등 모든 단계에 걸쳐 대대적인 감세를 천명한 데다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풀어 대출과 청약 등에 대한 시장 정상화 장치들을 죄다 해체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온갖 특혜 선물 세트를 내미는 마당이니 현금이 있는 외지인들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한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서울 아파트 구매에 나서는 건 자연스럽다.


언제부터 2030 세대가 청약시장의 절대강자였나?

25일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청약 당첨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 중 30대 이하의 비율이 무려 59.7%(2409명 중 1439명)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54.4%)보다 약 5.3%p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청약 30대 이하 당첨 비율은 2020년 31.0%에 불과했지만, 2021년 33.3%, 2022년 43.2%로 꾸준히 늘다 마침내 올 1~6월 60%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다. 청약 물량 중 추첨 물량이 크게 는 데다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되고 실거주 의무가 완화된 점 등이 2030 세대 약진의 주된 요인들로 꼽힌다. 아래 그래프는 30대 이하 청약 당첨자 비율 추이를 잘 보여준다.
 

 [부동산인포 제공] 연합뉴스

[부동산인포 제공] 연합뉴스


청약만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30대 이하의 비중은 36.5%에 달해 40대(27.8%), 50대(16.6%)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떠받치기 올인하는 정부와 적극 따르는 유권자들이 만날 때

윤석열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에 총력을 경주하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젠 하다 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마저 뭉개고 역전세 임대인들에게 모자라는 전세금을 대출해 주겠다고 나설 정도다. 윤 정부가 다주택자들에 대해 베푼 온갖 특혜를 보고 있으면 부동산 투기를 권장하고 있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건 윤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울 아파트를 투기 목적으로 구입하는 외지인과 서울 아파트 시장의 큰손으로 화려하게 등극한 2030 세대가 바로 그들이다. 강남 및 마포 등의 알짜지역에 소재한 아파트를 투기 목적으로 구입하는 외지인들이 늘수록 투기 바이러스의 힘은 강해지며 타인에게 급속도로 전파된다. 전 세대를 통틀어 노동의 가치를 가장 열심히 배워야 할 2030 세대가 자기들이 뭐라고 변명하건 부동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데 열중이라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드리운 먹구름이다.

당장의 집값 떠받치기 이외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윤석열 정부와 그 정부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유권자들을 보면서 문득 히틀러와 독일 민중의 관계가 떠오른다.

히틀러는 선거 승리를 통해 정당성과 합법성을 획득한 채 독일의 권력을 장악했다. 히틀러를 선택한 건 독일의 유권자들이었다. 히틀러가 수상에 취임한 1933년부터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1945년까지 독일의 유권자들은 조직적인 저항 없이 히틀러의 철권통치에 복속했다. 그 결과는 30년 전쟁 이후 처음 경험하는 죽음과 폐허였다. 히틀러라는 희대의 괴물도 그 괴물에 게 협력하고 복종한 독일 민중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유권자들의 집합적 욕망과 선호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그 집합적 욕망과 선호는 외지인과 2030이 증명하듯 여전히 건재하다. 설사 윤석열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에 총력을 경주한다고 해도 유권자들이 이를 외면하면 윤 정부의 목표는 결코 달성될 수 없다.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만약 윤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가 성공한다면 그건 윤 정부의 목표 달성에 적극 협력한 유권자들이 있어서다. 유권자는 훌륭한데 정부가 추레한 경우는 유사 이래 없었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7월 26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