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넘은 가계대출…기준금리 인상이 답이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미 임계점을 돌파한 가계대출이 7월에도 증가일로에 있다. 가계대출 폭증의 주범은 역시 주택담보대출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경기부양 올인 정책 기조에 현혹된 시장참여자들이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주담대의 폭증을 저지해야 할 때다.
이달에만 1조원 가까이 폭증한 주담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추이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 5700억원으로 6월 말(678조 2454억원)보다 3246억원 늘었다. 앞서 5월(677조 6122억원)에 2021년 12월(+3649억원)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 전월보다 증가(+1431억원)한 뒤 6월(+6332억원)과 이달까지 3개월째 증가세다.
가계대출이 폭증한 건 역시 주담대의 힘(?)이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2조 3397억원)이 20일까지 무려 9389억원이나 증가했다. 증가 폭도 이달 말까지 영업일이 약 열흘 정도 남은 상태에서 6월(+1조 7245억원)보다는 작지만, 5월(+6935억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한편 한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과 5월, 6월 각 2조 3000억원, 4조 2000억원, 5조 9000억원 씩 전월보다 늘었다. 특히 6월 증가액은 2021년 9월(+6조 4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 통계에서도 은행·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4월(+2000억원) 이후 5월(+2조 8000억원)과 6월(+3조 5000억원)까지 3개월째 뛰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증가 폭도 커지고 있다.

5대 은행 대출 증감 추이. 연합뉴스
6월에 이미 사상 최대치 찍은 가계대출 잔액
7월에도 늘어나기만 하는 가계대출 잔액이 두려운 이유는 이미 지난 6월에 가계대출 잔액이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6월 말 기준 1062조 3000억원으로 잔액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물론 여기에는 주담대가 7조원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가계대출 잔액이 6월에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다 7월에도 가계대출 잔액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 중이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가계대출 잔액은 7월에도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 정부엔 기대할 바 없고, 한은이 가계대출 소방수로 나서야
지금 목격되는 주담대 폭증 위주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우려되는 것은 일부 시장참가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대해 근거 없는 낙관에 근거해 빚을 내면서까지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올인 정책 기조에 대한 과도한 기대, 조속한 시장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 자칭타칭의 전문가들이 유포하는 집값 바닥론에 대한 맹신, 장장 9년간 계속된 부동산 대세 상승의 경험 등이 착종돼 적지 않은 시장참가자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 매수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비정상적 과열이 일어나고, 비정상적 과열은 흔히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발전하곤 한다. 자기실현적 예언은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스스로 예상하고 예언하면 집값이 올라가는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는 것을 일컫는다.
하여 지금은 주담대 위주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어 시장참가자들이 비이성적 과열 단계로 진입하는 걸 차단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해야 옳지만 시장참여자들에게 비이성적 과열을 부추기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겐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 한은이 나서야 한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서 가계부채를 줄이고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 ▲ DSR 예외 대상 축소 ▲ LTV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자금대출 정도만 제외하는 주요국들처럼 예외 없이 대부분의 대출을 DSR 규제에 포함하고 LTV가 높거나 만기일시상환을 선택하면 대출 금리를 올려 가계가 손쉽게 대출을 많이 받지 않도록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지극히 타당한 제안이지만 집값 떠받치기에 혈안이 돼 대출을 푸는 데 올인 중인 윤 정부가 이런 제안을 거들떠볼 확률은 제로에 수렴한다.
윤 정부의 금융위원회나 금감원이 하지 않으면 한은이 움직여야 한다. 한은은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과감히 인상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시장참여자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한은은 필요하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는 신호도 시장에 강력히 보내야 옳다.
끝으로 이창용 총재에게 한 마디. 한은총재라는 자리는 근심하고 한탄하는 자리가 아니다. 한은총재는 결단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이창용 총재의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