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새마을금고 사태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새마을금고 사태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가 금융권을 엄습하고 있다. 정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시장을 달래려 하고 있지만, 시장은 그닥 안심하는 모양새가 아니다. 만약 국소적으로만 나타난 예금인출 사태(Bank Run)가 새마을금고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파장이 금융시장 전체로 퍼질 가능성이 엄존한다. 새마을금고 부실과 관련해 미봉이 아닌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채권 대량매도 나선 새마을금고, 오르기 시작하는 채권금리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와 신협중앙회 등이 포함된 종금은 지난 5일과 6일 각각 1조 6500억 원, 84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도한 데 이어 7일에도 69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최근 1년간 종금의 일일 채권 순매수 규모가 평균 965억 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이런 대규모 순매도 행진은 극히 이례적이다. 통상 새마을금고는 시중은행보다 수신금리가 높은 만큼 고금리·고위험의 하이 일드 채권에 많이 투자해 왔으나, 현재는 시장에서 신속하게 소화될 수 있는 금융채와 통안채 위주로 매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새마을금고가 연일 대규모 채권매도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예금 이탈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마련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료 : 인포맥스

자료 : 인포맥스


새마을금고가 채권을 대량매도하다 보니 채권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7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9bp (1bp=0.01%p) 오른 연 3.735%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761%로 4.8bp 상승했으며,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5.8bp, 4.8bp 상승하여 연 3.733%, 3.780%에 마감했다. 또한 20년물은 연 3.700%로 2.5bp,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2.5bp, 2.3bp 상승으로 연 3.698%, 3.680%를 기록했다.

국채만이 아니다.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5.9bp 오른 연 4.534%,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5.7bp 상승한 10.923%를 각각 기록했다. 또한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3.75%로 1.0bp 올랐고,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3.99%로 보합세를 기록했다.

새마을금고 부실우려에 따른 예적금 인출사태가, 새마을금고가 보유중인 채권의 대량매도를 불러오고, 시장에 채권물량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채권이자는 올라가는 연쇄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채권이자가 상승하면 시장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에 처음 등장한 6%대 연체율

일부 새마을금고의 파산 사태와 더불어 새마을금고 고객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수직으로 치솟고 있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 6월 15일 6.47%, 29일 6.18%다. 지난해 말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3.59%였다. 6%대 연체율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에서 처음 등장한 숫자로 가히 충격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심각한 것은 새마을금고 전체 대출 가운데 56.7%를 차지하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무려 9.63%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경제사정이 최악이었던 외환위기 당시 일반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8%대였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최근 새마을금고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액수로 따지면 현재 새마을금고 연체액은 12조 원이 넘는데, 대부분이 부동산 및 건설 관련된 연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집계한 수치를 보면 3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1%로 지난해 말의 1.19%보다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고금리가 언제 끝날지, 부동산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난망이다.

게다가 예적금 이탈에 대응하기 위해 새마을금고가 보유 채권을 대량으로 매도하면 할수록 시장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자금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자금시장 불안은 부동산 PF에겐 치명적이기 때문에 부동산 PF에 잔뜩 대출을 해 준 새마을금고로서는 부실채권이 더 증가할 수 있다. 자금마련을 위한 보유 채권 대량매도가 부동산 PF대출 부실을 확대시킬 수 있는 악수가 되는 셈인데, 새마을금고 입장에선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금융은 무엇보다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가 생명이다. 일부 새마을금고의 파산과 연체율 급증으로 촉발된 새마을금고 사태가 더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과단성 있는 대책들을 최대한 신속하게 투사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금고의 부실 현황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행안부가 새마을금고 예적금을 1일부터 6일까지 중도해지한 고객 중 14일까지 재예치를 신청하면 애초에 약정했던 이율을 복원시키고,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는 내용 등의 대책을 내놓은 건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 오죽 사정이 다급하면 정부가 저런 대책까지 내놓을 것인가라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다음 주부터 연체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 새마을금고 30곳을 특별검사 하려던 행정안전부가 돌연 계획을 연기한 것도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 행안부는 7일 “시장 상황이 안정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 특별검사는 연기하기로 했다”며 “특별검사는 시장 상황을 보고 할 예정으로, 현장에 검사인력이 나가면 예금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궁색해 보이기만 한다.

새마을금고 사태와 관련해 지금 윤석열 정부에게 필요한 건 미봉이나 임시변통이 아니고 정공법과 근본적 구조조정이다. 차제에 윤 정부는 연체율이 특별히 높아 회생이 어려운 금고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부실금고를 통폐합하는데 방점을 찍는 게 옳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1차로 해결하고, 정부가 최종해결사 역할을 자임하면 된다.

최악은 윤 정부가 정보의 투명한 공개도, 근본적 구조조정도 하지 않고 미봉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더 키우는 것이다. 혹시 윤 정부가 내년 총선 때까지만 새마을금고 사태를 봉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단념하길 바란다. 호미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을 다른 의도 때문에 가래로도 막기 힘든 사태로 키우는 정부를 못 알아볼 만큼 어리석은 주권자는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7월 8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