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정부가 왜 나서나? 집 팔아 보증금 돌려주면 되는데

 

 

 

정부가 왜 나서나? 집 팔아 보증금 돌려주면 되는데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윤석열 정부가 내달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세제 개편안에 임대인을 위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담길 계획이라는 전망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임대인을 위한 DSR 규제 완화는 자기책임의 원칙이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원리에 반한다. 또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도 지대추구를 배격하고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강조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령과 배치된다.


집 팔아서 전세금을 돌려주는 게 근본적‧최종적 해결책

역전세의 습격이 가시화되자 윤석열 정부는 집주인이 전세금 반환 대출을 받을 때 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관훈토론회에서 “전세금 반환과 관련해서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려고 한다”며 “이 목적에 한 해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주지하다시피 현행 DSR 규제는 대출받을 때 매년 갚는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DSR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단연 선두를 질주 중인 대한민국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억제하는 방파제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한데 윤 정부는 역전세가 가시화되자 임대인들이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DSR를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물론 기재부 관계자는 “추 부총리 발언은 현재 전세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집주인)에게 대출 규제를 일부 풀어주자는 취지”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윤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역전세에 처한 임대인들을 위해 맞춤형 DSR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윤 정부의 방침은 가계부채의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가계를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 이슈는 차치하더라도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해 체결된 사인(私人) 간의 임대차 계약에, 더구나 임대인들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차고 넘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지금 가시화되고 있고 지역에 따라 상이하지만,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역전세는 전세라는 대한민국만의 특수한 현상(‘제도’라기보다 ‘현상’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적확할 것이다)과 전형적인 사이클 자산이라 할 부동산이 만나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에 불과하다. 역전세는 사회적 재난도 아니고, 불측(不測)의 재앙도 아니며, 시스템을 위협할 위험 요인도 아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부가 나서서 호들갑을 떨 일이 전혀 아니라는 말이다.

통상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임차인은 임차하던 물건에서 퇴거한다. 보증금 반환의 책임은 오롯이 임대인의 몫이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원리 중 하나인 자기책임의 원칙이다. 역전세로 인해 임차인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모자라 임대인이 울상을 짓고 정부가 임대인의 근심을 대신 지는 건 정말 기괴한 광경이다. 돌려줄 전세금이 모자라면 가진 집을 급매로 팔고, 그것도 팔리지 않으면 급급매로 팔면 된다. 임대인 소유 주택의 매도라는 역전세의 최종적이고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한사코 외면하는 임대인과 윤 정부를 보고 있으면 어처구니가 없다.

임대인과 윤 정부가 주택 매도라는 최종적이고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필사적으로 외면하는 까닭은 명확하다. 임대인들은 자기 소유 주택을 급매(손해 보고 파는 것도 아니다. 단지 매도차익이 조금 줄어들 따름이다)로 던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기 때문이다. 또한 윤 정부가 역전세를 견디지 못한 임대인들의 보유 주택이 시장에 대량으로 내놓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걸 못 견디기 때문이다.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정부 대책을 호소하는 각종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비국민(非國民) 대하듯 하면서, 자기책임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려는 임대인들에 대해서는 애틋하기 이를 데 없는 윤 정부를 보면서 대한민국이 임대인들만을 위한 나라임을 알겠다.


단기 거래자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시장경제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

더욱 충격적인 건 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개악 시도이다. 보도에 따르면 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을 연장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안을 검토 중이고, 단기 거래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의 적용 기준 시점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려고 한다.

현행 양도세 기본세율은 6~45%이지만 단기거래(2년 미만~1년, 1년 미만)는 양도세율이 60~70%로 올라가고,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를 가산하며, 3주택자는 기본세율에 30%p를 가산하게 설계돼 있다. 단기 거래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2년 미만의 단기 거래가 투기 목적이 농후하며 시장의 안정성을 교란한다는 점에서, 2주택자 이상의 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역시 주택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은 데다 가격 메커니즘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각각 지극히 정당하다 할 것이다.

한데 윤 정부는 단기거래 및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미 윤 정부는 내년 5월까지 다주택자가 집을 팔더라도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게 조치한 바 있다. 물론 윤 정부가 단기거래자 및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추진한다고 해도 법률 개정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기 때문에 윤 정부 뜻대로 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기거래자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한 윤 정부의 관점과 태도는 참으로 절망적이다.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에 과세되는 세금에 불과하다. 더구나 단기거래자 및 다주택자의 양도차익은 투기를 도모해 얻은 악성 불로소득의 성격이 압도적으로 짙다. 따라서 단기거래자 및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오히려 강화해야 할 것이지, 완화하거나 폐지할 것이 아니다. 한데 윤 정부는 단기거래자 및 다주택자가 얻는 악성 불로소득을 보호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엔진은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다. 실패의 위험을 무릅쓴 기업가 정신과 부단한 혁신이 자본주의 융성의 열쇳말이다. 반면 지대추구는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반대말이다. 기업가 정신과 혁신이 만개한 나라는 흥성하고, 지대추구에 골몰하는 나라는 쇠락한다. 대표적인 지대추구 행위가 바로 악성 불로소득을 탐하는 부동산 투기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하고 권장하는 정부라면 마땅히 부동산 투기 등 지대추구 행위를 억제하고 기업가 정신과 혁신의 후견인이 되어야 옳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로 달려가고 있다. 무참할 따름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6월 29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