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부동산 거래 좀 늘었다고 대세상승?…어림없다




부동산 거래 좀 늘었다고 대세상승?…어림없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레거시 미디어와 포털을 보면 부동산 시장이 완연히 살아나 다시 대세 상승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은 착시가 생긴다. 레거시 미디어와 포털에 실린 굵직한 기사들에 현혹되지 않기가 무척 힘든 시절이다. 무주택자들을 충격과 공포에 빠트리는 기사들이 넘쳐나는 때일수록 거래량과 매크로 지표들에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와 포털만 보면 부동산 시장은 이미 대세상승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135건이 신고됐다. 2021년 8월(4065건) 이후 20개월 만에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또한 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상승세로 전환한 곳들도 있다. 송파(0.11%), 서초(0.10%), 강남(0.10%), 노원(0.07%), 강동(0.06%), 동작(0.06%), 용산(0.05%), 인천 연수구(0.08%), 경기 화성시(0.18%), 하남시(0.11%) 등이다.

한편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아파트 거래가격을 연초(1·2월) 가격과 비교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1만 4546개 주택형 가운데 58.3%(8475건)의 평균 실거래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수도권(64%)의 상승거래 비중이 지방(54.1%)을 압도했다. 청약 열기도 만만치않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은평구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은 평균 78.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바닥 대비 거래량이 크게 늘고, 실거래가가 상승으로 전환하는 곳이 증가하며, 청약열기마저 회복됐다면 시장이 대세 상승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봐야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거래량을 자세히 뜯어보고 부동산 시장을 큰 틀에서 결정짓는 매크로 지표들을 살펴보면 그런 판단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시장에 온통 부정적인 지표들만 가득

먼저 레거시 미디어와 포털을 뒤덮고 있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살펴보자. 〈그림 1〉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1년 동안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보여주는 도표이고, 〈그림 2〉는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본격화 된 이후 1년 동안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을 보여주는 도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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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2022년 5월부터 최근까지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참혹한 수준의 거래량이다. 월 500건대까지 떨어졌던 거래량이 3000건대를 회복했다고 환호작약하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거의 끝장 낼 뻔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거래량과 비교해 보면 된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000건대로 급락하지만 2009년 1월부터 기력을 차리기 시작해 8월 9000건대까지 계속 치고 나가는 힘을 보여줬다. 2010년 들어 급격히 힘을 잃지만 말이다. 반면 최근 반등한 거래량을 보면 시장 내면의 에너지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4월 3000건을 돌파했다고는 하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은 소강상태일 때도 월 6000건대를 기록한다. 추세반전을 논하기 위해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최소한 12개월 연속으로 5000건대를 상회해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고작 한 달 3000건대로 올라선 걸 가지고 대세상승 운운하는 건 너무 심한 침소봉대다.

거래량만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지시하는 지표들 투성이다. 우선 금리를 보자. 한은이 연말쯤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수결손에 시달리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는 국채는 국채수익률을 밀어 올릴 수밖에 없다. 모든 금리의 바닥이 되는 국채이자가 높아지면 은행채 등의 이자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시장금리도 덩달아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규율하는 전세시장의 동향은 더욱 걱정스럽다. 전세가격이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6월부터 10개월간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 계약이 무려 5만 건 이상이다. 이 물량들이 올 6월부터 쏟아져 나오게 된다. 역전세의 공포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공급도 복병이다. 올해 하반기 서울 입주 예정 아파트 물량은 1만 가구가 넘는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자료를 보면 강남구 입주 물량만 4646가구로 지난해(768가구)의 무려 6배 수준이며, 서초구도 지난해 1188가구 대비 3배 가까운 3470가구가 입주한다. 역전세의 습격 시기와 강남 등의 입주시기가 정확히 맞물리는 것인데 이러면 전세시장이 부러질 수밖에 없고, 부러진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까지 부러뜨리기 쉽다.

게다가 건설사들은 당장이라도 밀어낼 수 있는 공급예비군들을 이미 비축한 상태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올해 4월까지 10대 건설사의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은 지난해 말 계획 물량보다 71%가 적은데, 이는 건설사들이 분양전망을 어둡게 보고 분양을 미뤘기 때문이다. 만약 분양시장이 살아나면 건설사들은 언제라도 분양물량을 시장에 투사할 수 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가격은 역사적 고점에서 아직 별로 떨어지지 않았고,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이나 주택구매부담지수 등을 감안할 때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 가구가 너무나 적다.

거래량, 금리, 경기전망, 전세시장의 동향, 공급 사이드의 움직임, 너무나 얕고 짧은 조정, 역사적 최고점 언저리에 머문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가격 등을 종합할 때 부동산 시장의 추세전환을 언급하는 건 단언컨대 시기상조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5월 30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