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가계부채가 대한민국의 숨통을 조인다

 



가계부채가 대한민국의 숨통을 조인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주요 선진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유독 높은 우리나라는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가계부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계대출의 팽창은 소비를 위축시키고, 성장을 저해하며,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키고, 경기침체 발생확률을 증가시키는 등 부작용이 심대하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디레버리징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야 한다.

 

눈덩이처럼 커지기만 하는 가계부채

한국은행이 국내외 금융·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위험 요인을 조사해 3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는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최대 리스크 요인으로 높은 가계부채 수준을 지적했다.

 

지난 1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위기 대응을 위한 개인 채무조정 제도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 2023.1.10. 연합뉴스
지난 1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위기 대응을 위한 개인 채무조정 제도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 2023.1.10. 연합뉴스

전문가들이 선택한 대내 리스크 요인은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 및 상환 부담 증가'(53.9%), ‘부동산시장 침체'(48.7%),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 및 우발채무 현실화, 대규모 자금인출 가능성'(43.4%) 등이다.

지난 4월 30일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 세대에 걸쳐 가계부채가 증가했다. 특히 30대 이하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압도적인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에 404조 원이던 가계부채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7.4% 늘어난 514조 5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40대는 9.2%, 50대는 2.3% 늘어났으며, 60대 이상 고령층은 25.5% 폭증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인데. 대한민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파르다. 아래 〈그림 1〉을 보면 2005년 명목GDP대비 60%선에 머물던 가계부채가 지금은 100%를 가볍게 넘는다. 반면 선진국들은 70~80%에서 안정적으로 관리 중이다.

 

출처 : 한국은행

가계부채가 끝없이 우상향하는 대한민국과 달리 미국은 성공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여 왔다. 〈그림 2〉는 지난 25년간 GDP 대비 미국 가계부채 비율 추이를 보여주는데, 미국은 2008년 98.4%까지 치솟았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22년 9월 75.2%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적어도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무분별한 가계부채 증가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인식하고 디레버리징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다.

 

출처 : 국제결제은행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가계부채의 폭증

마침 한은이 가계부채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은행은 4월 28일 ‘가계신용 누증 리스크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39개 국가의 1960~2020년 자료를 바탕으로 가계부채 누증이 GDP 성장률과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에 미치는 장단기 효과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으면 단기 경제성장률도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가계신용(대출) 증가가 단기(1~3년)에는 경기 회복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성장률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신용비율 상승 후 3년까지는 경기 회복 지원 효과가 있었으나 이후에는 경기부양 효과가 없어졌다. 〈그림 3〉은 이를 보여준다.

 

출처 : 한국은행출처 : 한국은행

또한 GDP 대비 가계신용 규모인 가계신용비율이 3년 누적으로 1%포인트 상승하면 4~5년의 시차를 두고 3년 누적 GDP 성장률은 0.25~0.2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성장률도 하락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 보고서는 “주요 선행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가계신용 누증은 소비 제약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흐름을 약화시키고 위기발생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등 경제 취약요인으로 작용한다.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는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감소시켜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며, 가계부채 규모가 과도할 경우 가계는 자산가격 하락, 신용공급 축소 등의 부정적 충격에 취약해질 우려가 높다. 또한 가계부채 증가는 소득 수준별로 비대칭적으로 영향을 미쳐 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가계신용 증가가 주택가격 급등과 함께 발생할 경우 경기둔화(또는 침체) 발생시 GDP성장률 감소폭이 주식버블 발생시에 비해 크고 침체 지속기간도 장기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명시하며 가계부채 누적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윤석열 정부, 서둘러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에 나서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5.1%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전세보증금 1058조 3000억 원은 누락됐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2007년 말 665조 원이었던 가계빚(신용)은 지난해 말 1867조 원으로 폭증했으며,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도 344조 원에서 1013조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한국 가계의 부채상환비율은 무려 13%대로 2007년 당시 미국(11%대)보다도 높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직전의 미국보다 현재 대한민국의 가계가 더 심한 부채 원리금 상환 압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빚으로 지은 성은 파도 앞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게 마련이며, 부채의존형 성장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만사를 제쳐두고 가계부채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는 가계부채이기 때문이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가격 유지라는 미망에 사로잡혀 디레버리징을 포기한다면 대한민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넘는 경제환란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5월 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