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광장] 미국의 인플레이션, 진정 국면에 진입했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진정 국면에 진입했나?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가 크게 떨어지고, 미국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1000만 건 아래로 내려왔다. 위축되고 있는 미국의 제조업에 더해, 인플레이션의 가장 강력한 하방요인인 고용이 진정되는 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완전히 수축국면에 진입한 미국의 제조업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3월 제조업 PMI는 46.3으로 전달 47.7에서 1.4p나 급락했다.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시장의 예상치(47.5)보다 더 떨어진 데다 5개월 연속 기준선 50을 밑돌며 수축세를 지속했다. 제조업 분야의 대표적인 경기동향지수인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확장, 그 이하는 수축을 의미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11월 미국 제조업 PMI가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50을 밑돌아 수축을 시작했다. ISM은 “30개월의 제조업 경기 확장 뒤 5개월째 수축이 나타나고 있다”며 “3월 수치는 2020년 5월(43.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세부지표들을 살펴보면 신규 주문은 44.3으로 한 달 새 2.7p 떨어졌고 고용지수도 46.9로 2.2p 하락했으며, 구매물가도 49.2로 월가 예상치 51.1을 하회했다.

3월 제조업 PMI가 5개월 연속 기준선 50을 하회하며 시장전망치를 밑돈 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드라이브가 제조업 분야에는 이미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관건은 여전히 견고하게 버티는 미국의 서비스물가지수다. 그리고 서비스물가지수의 핵심은 두말할 나위 없이 고용지표다. 고용이 악화돼야 임금상승률이 줄고, 임금이 부러져야 서비스물가가 꺾이며, 서비스물가가 부러져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연준이 승리할 수 있다.

노동시장 과열이 잡히기 시작했나?

때마침 연준이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미국의 노동시장 과열이 식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는 고용 관련 지표가 등장했다. 미 노동부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업들의 구인 건수가 993만 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월보다 63만 건이 감소해 지난 2021년 5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건 아래로 내려간 수치다.

또한 실업자 1명당 구인건수 배율은 1월 1.9명에서 2월 1.7명으로 내려갔는데 이 역시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노동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현상이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도 이 배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1.2명)을 아득히 상회해 노동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비농업고용지수가 관심

이제 연준과 시장의 관심은 6일(현지시간) 발표될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와 7일 발표될 비농업일자리 신규취업자수(비농업고용지수)로 쏠리고 있다.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가 시장의 전망치에 부합하거나 이를 상회하고, 비농업일자리 신규취업자수가 시장의 전망치에 부합하거나 이를 하회한다면 연준과 시장은 완강하게 버티던 고용지표가 꺾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OPEC+소속 주요 회원국들의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자발적 추가 감산 결정에 충격을 받은 연준과 시장으로서는 미국 고용지표의 악화가 더 없는 낭보일 수 밖에 없다. 고용지표의 악화는 연준이 수행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연준이 승기를 잡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4월 6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