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민들레] SVB 파산에…미 연준, 빅스텝 대신 베이비스텝 가능성


 

SVB 파산에…미 연준, 빅스텝 대신 베이비스텝 가능성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21~22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혼란스럽게 나온 고용지표에 곤혹스러워하던 마당에 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더해졌다. 이제 연준이 금융시스템 불안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로써 연준이 이번 FOMC에서 베이비스텝을 결정할 가능성이 부쩍 높아졌다.



엇갈린 신호가 나온 미국의 고용지표

미국의 고용지표가 연준과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신규 취업자수가 시장의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였지만, 실업률은 소폭 하락하고, 시간당 평균임금도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2월 미국의 취업자 수(농업 제외)는 전월보다 31만 1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블룸버그가 내놓은 예상치인 22만 5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반면 함께 발표된 2월 실업률은 3.6%로 전월인 3.4% 대비 소폭 상승했다. 물론 2월 실업률도 역사적 최저치에 근접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긴 하다. 주목할 대목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고질적인 부분으로 보고 있는 임금상승률이 시장 전망보다 낮았다는 부분이다. 2월 기준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4.6% 올랐는데, 이는 블룸버그 예상치인 0.3%와 4.7%보다 다소 낮은 수치였다.

노동 지표 관련해서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노동시장에는 호재와 악재가 혼재 중이다. 호재는 노동참여율이 62.5%로 2020년 3월 이후 최고라는 점, 25~54세 핵심생산 가능인구의 고용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반등했다는 점, 실업 지속기간 중간값이 8.3주로 7월 이후 최저라는 점(이는 일자리를 그만큼 빨리 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노동시장이 호황이라는 의미). 건설 부문에서 신규 고용이 2만4000명으로 주택시장의 침체에도 일자리가 늘었다는 점(건설 관련 일자리는 고용의 가장 취약한 고리임에도 신규 고용이 증가했다는 건 유의미) 등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미국의 노동시장에도 당연히 악재가 여럿 존재한다. 주당 근로시간이 평균 34.5로 줄었다는 점(고용주들은 해고에 앞서 근로 시간을 먼저 단축하는 경향이 있음), 실업자와 임시 고용이 끝난 이들이 팬데믹 초창기 이후 최대인 22만 3000명으로 급증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노동시장의 주요 지표들이 같은 방향으로 정배열되었다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결정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주요 지표 중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건수는 여전히 고용시장이 호황임을, 실업률과 시간당 평균임금 등은 노동시장의 호황이 다소 진정되고 있음을 각각 보여주는 터라 인플레이션 중에서도 서비스 물가 둔화 여부에 관한 연준의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SVB파산으로 인해 금융시스템 불안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연준

연준과 시장이 고용지표 해석에 골머리를 앓는 동안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의 파장이 전 세계금융시장과 기업들로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AP 통신 등에 따르면 SVB 영국지점도 파산 선언을 앞두고 있으며 이미 거래를 중단하고 신규 고객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미 약 180개의 영국 정보기술(IT) 업체는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게 개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는데, 이들은 “예치금 손실은 기술 부문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기업 생태계를 20년 뒤로 되돌릴 수도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하룻밤 새 강제청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하며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했다.

SVB가 캐나다를 포함해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지에도 진출해 현지에서 영업 중인터라 파산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도 SVB 파산에 대응하고 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대통령과 주지사가 실리콘밸리은행과 이 상황을 다루기 위한 노력들에 대해 대화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과 기업뿐이 아니라 SVB 파산의 여파가 농업 부문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 중이다. SVB 본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세계적 와인 생산지인 나파밸리의 와인 농장들이 SVB 파산의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심지어 가상화폐 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달러와 연동해 비교적 안정적 가상화폐로 꼽혔던 USDC는 주말 사이 가격이 역대 최저인 0.87달러를 찍었다가 현재 0.94달러로 소폭 올랐는데, USDC의 급락은 발행사인 서클이 10일 “400억 달러(53조 원) 가량의 준비금 중 33억 달러(4조 3659억 원)가 SVB에 있다”고 밝힌 이후에 진행됐다.
 

빅스텝보다 베이비스텝 밟을 가능성이 높은 연준

연준과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미국의 2월 고용지표가 혼란스럽게 나온터라 3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베이비스텝(0.25%)으로 결정할지 아니면 빅스텝(0.5%)으로 단행할지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싶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과 기업부문에 적지 않을 파장을 미칠 SVB 파산으로 인해 연준이 베이비스텝으로 기울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미국시간으로 3월 14일에 발표되는 CPI(소비자물가지수)와 15일 발표되는 PPI(생산자물가지수)가 연준과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다면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할 확률은 극적으로 낮아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3년 3월 13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