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부동산 제대로 보기]
둔춘주공 이후 불안에 떠는 분양시장과 부동산PF시장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윤석열 정부의 파격적인 미분양 대책에도 불구하고 둔촌주공의 정당계약률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자 분양시장이 근심에 휩싸였다. 아울러 순조로운 분양을 전제로 한 부동산PF시장도 긴장 중이다.
정당계약률이 얼마인지조차 밝히지 못하는 둔촌주공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조합과 시공사업단이 무순위 청약 직전인 오는 3월 초까지 정확한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 이른바 ‘깜깜이’ 계약률로 예비당첨자들은 혼란에 빠진 상태. 정당계약률 비공개가 위법은 아니나 소비자들의 알권리 보장 측면에서는 비판받을 대목이 있음.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정당계약률을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대략 1400여 가구가 미계약된 것으로 파악.
주름살이 늘어가는 분양시장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33개 단지가 일반분양을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1순위에서 마감한 곳은 부산 ‘남천 자이’, 서울 ‘강동 헤리티지 자이’ 등 7곳에 불과. 일부 단지는 청약 신청자가 ‘0명’을 기록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 가릴 것 없이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한 미달 단지가 속출.
여기에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마저 윤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량의 미분양이 발생해 분양시장은 빙하기에 돌입. 분양일정이 잡힌 단지들도 분양을 예정대로 시행할지조차 미지수.
전전긍긍하는 부동산PF시장
둔촌주공 계약부진 소식이 전해지자 분양을 전제로 한 부동산PF시장도 침울한 분위기. 현재 부동산 PF는 대부분이 기준금리 1%대 시기에 시작됐는데 최근 3%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PF 사업성은 크게 악화.
게다가 증권사들의 부동산 PF투자 포트폴리오는 위험천만.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해 9월 말 국내 24개 증권사를 조사한 결과,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중소 증권사의 부동산 브리지론 비중은 32.1%로 자기자본 4조원 초과 초대형사(18.4%)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높았음. 상대적으로 변제 순서가 밀리는 중·후순위 본 PF의 경우 중소 증권사에서 비중이 70.4%로 초대형사(33.8%)를 초과. 사업장마다 미분양이 대량으로 발생하면 리스키한 대출이 많은 중소증권사들은 직격탄을 얻어 맞음.
시사점
윤 정부의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고, 이제 그 후폭풍이 분양시장과 부동산PF시장으로 몰려오는 중. 현 시점에서 시장에 대한 섣부른 전망은 금물. 지금은 관찰과 공부에 매진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