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경제 제대로 보기]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충격’과 ‘공포’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올해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대한민국이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불길한 신호다.
역대 최초로 500억달러를 기록할 무역수지 적자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무역수지(통관기준 잠정치)는 지난 10일까지 474억6천4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이로써 올해 무역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32억6천700만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 확정적. 충격적인 사실은 올해 발생한 무역적자가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이며, 종전 최대적자였던 1996년(206억2천400만달러)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라는 점.
심지어 올해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를 넘어 500억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 지난달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425억4천100만달러로 이달에 75억달러 이상 적자가 쌓이면 올해 연간 적자는 500억달러에 달하게 되는데, 이달 10일까지 적자 규모가 49억2천300만달러였음.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 폭등과 반도체 수출 부진 탓이 큼. 상황이 한결 심각한 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출 둔화 등이 이어지면서 무역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
한국무역협회는 내년도 무역수지 138억달러 적자를 전망, 산업연구원은 266억달러 적자를 예측.
시사점
통상으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며, 내년도 무역수지도 적자가 예상된다는 건 최악의 소식이라 할만 함. 대한민국은 제조업 기반 국가이므로 무역수지 흑자가 가장 중요한데, 무역수지가 무너진다는 건 치명적.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하반기에 들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 대한민국 수출의 버팀목이라 할 대(對) 중국 수출이 격감한 점, 대 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점, 내년도 세계경제는 침체(recession)의 늪에 빠져들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이 직면한 무역수지 적자는 질과 양 모두에서 매우 악성이라고 봐야 함.
무역수지 적자는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지만 원달러 환율 안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위협적. 물론 대한민국의 외환보유고는 꽤 견고함. 지난 5일 한국은행(한은)이 발표한 ‘2022년 11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대한민국의 ‘외환보유고’는 4,161억 달러를 기록.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9위 수준.
하지만 근래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치솟았고 외환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보유 달러를 풀어 환율을 방어했다는 사실을 복기해 보면 달러 보유가 많다고 마냥 안심할 수 만은 없음. 무역수지 적자가 폭발적으로 누적되는 마당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계속해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지금보다 더 벌어진다면 환율 안정을 자신할 수 없음. 거기다 부동산PF부실화에 따른 금융시스템 경색까지 심화된다면 상황이 매우 심각해 질 수 있음.
참고로 올해 이전 무역수지 최대적자를 기록했던 건 1996년(206억2천400만달러)인데 그 다음해에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를 맞은 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