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F 토지+자유 아카데미]3주차 후기(강정용 수강생)

우리 CLF 공동체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법률 직역 내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늘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주권이 세워진 국가와 사회는 어떠한 모습이며, 오늘날의 현실적 실천 방향은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심과 기도의 연장선상에서 토지정의 아카데미는 토지와 부동산에 관한 정치경제학적 이해를 통해 실정법 안에서 사고하고 판단하려는 성향이 있는 법률가들의 갇혀진 관성에서 벗어나 사회과학적 분석에 기반을 두어 신선한 자극과 상상력을 부어주는 귀한 시간입니다.

 

이번 3주차 강의에서는 ‘부동산과 조세’라는 주제를 가지고 하나님나라와 토지정의의 실현방법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토지정의라는 개념에 대하여 루소는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토지에 울타리를 둘러치고 그곳을 내 것이라고 선포 하거나 그런 선포를 고지식하게 믿는 단순한 사람들을 이용해왔던 자들, 이런 사람들이 지주들로 이 사회를 건설한 최초의 족속들이다. 담의 말뚝을 뽑아서 담 대신이던 도랑을 메우고 “주의하라, 기만자를 믿지 말라. 만약 그대들이 토지는 어떤 한 사람의 사유로도 안 된다는 것, 토지의 수확은 모든 사람들에게 속한다는 것을 잊어버린다면, 멸망해버릴 것이다.”라고 부르짖는 사람이 있었다면, 인류는 얼마나 많은 죄악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인가?” 
– 루소, 최 현 옮김. 1995. 『인간불평등기원론』. 집문당. 75쪽.

 

분명 토지는 태초에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므로 특정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졌다는 점에서 토지에 대한 권리는 인간 모두의 ‘평등지권’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한 사정에 의해서 단지 그 토지를 먼저 선점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토지에 대한 권리를 독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에서 토지정의의 문제지적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부정의를 단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빈곤과 빈곤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갖 사회문제는 계속될 것이고 사회는 병들어 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토지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실천적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바로 조세입니다. 이는 지대(토지의 사용가치)와 지가(토지의 교환가치)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개인의 노력이 아닌 우연한 사회, 정부, 사회경제적 원인들로 인하여 실제 그 토지의 사용가치보다 비싼 가격으로 거래됨으로써 얻게 되는 불로소득을 개인이 사유화하지 않고 공적으로 환수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부동산 세제는 크게 취득세, 양도소득세, 보유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지나치게 세율체계가 복잡하다는 점, 보유세에 비해서 거래세가 높다는 점, 건물과 토지를 통합 과세한다는 점 등의 문제로 인해 지가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에 남기업 소장님께서는 대안적 부동산 세제의 방향은 거래가 아닌 보유세의 비중을 높이고, 지가가 아닌 지대에,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 과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토지의 활용도를 높이고, 거품이 잔뜩 낀 지가로 인한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미 토지사유화의 전제 위에 생긴 수많은 거래가 있었기에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공감하시면서 ‘이자 공제형 지대세’라는 새로운 대안도 제시하셨습니다. 토지의 현재 지가는 인정하되 토지의 지대에서 현재지가의 이자를 공제한 액수를 환수하게 되면 토지가격은 자연스럽게 고정되며, 세제 수입으로는 국민들에게 균등 분배하는 방식으로 빈곤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건국대 로스쿨은 부동산을 특성화 분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부동산학 강의도 있지만, 부동산의 공적 개념보다는 사적 소유물로서 개인의 재산권과 수익 극대화를 위한 모델들이 주요 관심사가 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저는 토지의 세상적 가치가 아닌 과연 하나님이 원하시는 토지정의가 무엇이냐 물었을 때 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토지정의 아카데미 수업을 통해 토지공개념이란 무엇인지?, 왜 현재의 토지소유방식이 부정의 한 것인지를 함께 공부하고 고민해보면서 하나님이 주신 이 땅을 힘써 가꾸되, 이 땅이 어디로부터 왔는가를 늘 생각하며 우리 모두에게 함께 주신 이 땅의 부를 어떻게 나누는 것이 좋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땅값이 문제다’라고 모두가 공감하지만 깨어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결단한 우리들조차 ‘억울하면 바로잡자’가 아닌 ‘너도 나도 한몫 잡자’라는 생각에 쉽게 고무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모두가 어둡고 어려운 시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기독법률가들은 세상의 발걸음을 따라 쉬이 가기 보다는 구별된 삶으로서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가지고 이 땅 가운데 불의를 바로잡고 세상 속에 하나님 나라를 하루 하루 살아 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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