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가계대출 역대 최대…원인은 역시 집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6·27가계대출 대책’과 ‘9·7주택공급대책’ 등이 적어도 대출억제에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3040의 1인당 가계대출 금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집값 상승과 이에 따른 대출수요가 국가경제를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출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른바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동요 중이다. 투기수요와 집값 상승을 그대로 둔 채 4차 산업혁명을 위시한 혁신경제로의 체질개선은 불가능한 만큼 이재명 정부가 시장의 예상을 아득히 상회하는 세금대책을 조속히 발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9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 달랑 3730억 원 증가에 머물러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3조 2715억 원으로, 8월 말(762조 8985억 원)보다 고작 3730억  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아직 월말까지 닷새가 남아있지만, 이달 들어 지금까지 증가 폭은 전월(+3조 9251억 원)보다 무려 3조 5521억 원이나 적다. 큰 이변이 없다면 올해 1월 역성장(-4762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월간 최소 증가 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608조 1913억 원)도 8월 말보다 불과 5199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이 전월(+3조 7012억 원)보다 3조 1813억 원이나 줄어 이달 전체로도 작년 3월(-4494억 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작을 가능성이 커졌다.

신용대출은 104조 790억 원에서 103조 8331억 원으로 2459억 원 뒷걸음쳤다. 8월(+1103억 원) 반등한 뒤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은, 잔액뿐 아니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구입) 추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 취급액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5대 은행에서 이달 들어 25일까지 새로 취급된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5조 5008억 원으로 집계됐다. 8월(8조 2586억 원)보다 33%(2조 7578억 원)나 적고, 하루 평균 취급액 기준으로도 2664억 원에서 2200억 원으로 약 17% 축소됐다.

은행권은 이런 추세에 6·27, 9·7 규제에 따른 대출한도 축소, 대출모집인 취급 중단 등 개별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한다.

A 시중은행이 이달 들어 25일까지 승인한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965건은 6·27 규제 이전 계약 관련 대출이고, 2009건은 6·27 이후 계약 관련 대출이었다. 하지만 건당 대출 승인 금액은 6·27 이후 건이 평균 2억 3000만 원으로, 6·27 이전 건(3억 3000만 원)보다 1억 1000만 원 적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 자료 : 연합뉴스
5대 은행 가계대출 추이. 자료 : 연합뉴스

 

3040세대는 역대 가장 빚을 많이 낸 세대?

한편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9700만 원에 육박하고 심지어40대 차주의 평균 대출은 1억 2000만 원을 웃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66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1인당 대출 잔액은 2023년 2분기 9332만 원 이후 8분기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9428만 원)보다는 200만 원 이상 늘었다.

전체 차주는 지난해 2분기 1972만1000명에서 올해 2분기 1970만 8000명으로 줄었으나, 대출 잔액이 1859조 3000억 원에서 1903조 7000억 원으로 늘어 1인당 평균치가 높아졌다.

올해 2분기 대출 잔액은 처음으로 1900조 원을 웃돌았다.

대출 잔액은 5년 전인 2020년 2분기 1692조 3000억 원에서 그해 3분기 1700조 원, 2021년 2분기 1800조 원을 차례로 넘는 등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해 1분기(1852조 8000억 원) 이후 5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올해 2분기 40대의 1인당 가계대출 잔액은 1억 2100만 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30대 이하(8450만 원)도 역대 최대였다.

올해 상반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투자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3040 세대가 1인당 평균 대출 면에서도 유독 큰 폭의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50대는 1인당 평균 9920만 원으로, 2022년 4분기(9940만 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60대 이상은 지난해 4분기 8590만 원에서 올해 1분기 8560만  원으로 줄었다가 2분기 8580만 원으로 다시 늘었다.

 

연령대별 1인당 평균 가계대출 잔액
연령대별 1인당 평균 가계대출 잔액

고령층에서는 ‘취약차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2분기 60대 이상 취약차주 수는 24만 9000명으로, 전 분기(23만 6000명)보다 1만 3000명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50대 취약차주도 32만 300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반면 30대 이하는 44만 6000명으로 전 분기와 같았고, 40대는 36만 5000명으로 소폭 줄었다. 취약차주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이용한 다중채무자인 동시에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의 저신용 차주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라고 할 3040세대가 치솟는 집값을 따라가느라 과도한 부채를 내 집을 사는 현실을 통계로 확인하는 셈인데 암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은행 대출 관리 (PG) [장현경 제작] 연합뉴스
은행 대출 관리 (PG) [장현경 제작] 연합뉴스

 

대출 급감했는데도 불안하기만 한 서울 아파트 시장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대책들로 인해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이 크게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19%로, 전주(0.12%)보다 0.07%포인트(p) 올랐다.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3주째(0.08%→0.09%→0.12%→0.19%) 커지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이나 주택 거래는 확실히 6·27 이전보다 뜸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현금을 보유한 일부 매수자가 대출을 받지 않고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 소수 계약 건의 일부가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는 인상을 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포모’(FOMO·소외 공포)에 시달리며 은행에서 대출 상담이라도 받으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

서울 성동구 모 은행 지점 관계자는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소식과 함께 추가 규제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지금이라도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야 하는지 등을 상담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은행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은 최근 금융 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최근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책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는 약해졌지만,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가 여전히 제한적인 만큼 주택시장 기대심리 관리를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주택가격·가계부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 달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낮추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평균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부동산 유리창에 아파트가 비치고 있다. 2025.5.26. 연합뉴스

 

시장에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야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어

시장상황을 정확히 독해하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만약 지금의 서울 아파트  시장이 끝물이고, 특히 성동구와 마포구에서 신고가 거래가 벌어지는 현상은 촛불이 꺼지기 전에 일시적으로 밝아지는 것과 유사하다면 정부가 세금대책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6·27대책 같은 초강력 대출규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마이너스로 돌지 않을 정도로 시장의 체력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것이라면 사정은 다를 것이다. 지금이야 가격 오름세가 ‘한강벨트’권력에 묶여 있지만 혹여 기준금리라도 내려가는 일이 벌어진다면 서울 전역으로 투기심리가 번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에는 시장에 대해 가장 많고 정확한 정보를 가진 정부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만약 후자의 경우로 시장 상황을 판단한다면 조속히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 대책이란 시장에 충격과 공포를 선사할 수준의 세금대책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9월 28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