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2단계 앞두고 폭증한 가계대출, 막차의 운명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면서 한도가 줄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막바지 수요가 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다. 가계대출 폭증세를 견인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이달 들어 무려 6조원 넘게 급증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월 말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 7501억 원으로 6월 말(552조 1526억 원)보다 7조 5975억 원 급증했다. 이는 5대 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월간 최대 기록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주택 가격 수준이 2016년 전 과거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2016년 이전 주택거래가 활발했을 때도 이렇게 크게 주택담보대출이 불어난 적은 없었다”며 “이런 점에서 현재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사실상 역대 최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집값 띄우기와 그에 적극 호응 중인 레거시미디어의 협력에 의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국지적 상승세를 보이자 뇌동 매매에 나선 이들이 무리하게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은행문 닫히기 전에 빚내 집 사려는 수요 러시
하지만 7월에 피크를 찍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이달 들어 둔화세가 완연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과 ‘빚투족’에겐 불길한 조짐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의 분별이 있는 시장 참여자라면 모든 거시 지표들이 붕괴되는 마당에 조정도 제대로 받지 않은 서울 아파트를 추격 매수하진 않을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2일 기준 722조 528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715조 7383억 원에서 이달 들어서만 무려 6조 7902억 원 불어난 규모다.
앞서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7월까지 23조 3289억 원 증가했다. 월별 증가폭은 4월 4조 4346억 원, 5월 5조 2278억 원, 6월 5조 3415억 원에 이어 지난달 7조 1660억 원으로 점차 확대됐다.
지난달 증가폭은 2021년 4월(9조 2266억 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이달 들어 매주 증가하는 속도를 감안하면 월간 규모가 전달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음 달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대출한도가 줄기 전 막차를 타려는 뇌동매매 수요가 거센 해일처럼 은행에 밀려들고 있다.
7월 정점 찍은 서울 아파트 거래량, 8월 들어 소강상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기준 8534건이다. 7월 거래 신고 마감일을 고려할 때 최종 1만 건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 12월(7496건)을 넘어 2020년 7월(1만 661건) 이후 4년 만에 최다 거래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건 8월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다. 24일 기준 1847건에 불과하다. 7월 거래량과 비교할 때 완연히 둔화됐다. 또한 가격 상승세도 점차 꺾이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변동률은 0.28%로 지난주 0.32%보다 0.04%포인트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와 레거시미디어의 협업에 현혹돼 뇌동매매에 나선 ‘영끌족’과 ‘빚투족’에겐 불길한 소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출처 :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처참한 거시경제지표들, 서울 아파트만 계속 오를까?
윤석열 정부와 레거시미디어와 영끌러들이 서울 아파트 거래량 증가와 가격 상승에 열광하는 사이에 거시경제지표들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이미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한데 이어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기업들의 체감 경기 전망은 최악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국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월 BSI 전망치는 92.9를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부터 기준선을 30개월 연속 하회하고 있다.
제조업은 미국의 실물 경기 둔화, 중국의 경제성장 부진, 내수 여력 약화 등 대내외 리스크가 확대되며 경기 전망이 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조사 부문별 BSI는 모든 부문에서 부진이 예측됐다. 전 부문 부진은 지난 7월 이후 3개월 연속이다. 내수 96.3, 수출 94.5, 고용 94, 자금 사정 93.7, 채산성 92.9, 투자 91.4, 재고 102.6을 기록했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재고 과잉을 뜻한다.
국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인 민간소비는 사실상 붕괴 상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작년 같은 분기보다 2.9% 감소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다. 이중 불변지수는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값으로 경제 주체들의 실질적인 재화 소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 0.2% 감소한 것으로 시작으로 무려 9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서울 아파트도 국민경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거시경제지표들이 모두 부러지고 있는 마당이고, 미국 연준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천명할 만큼 앞으로의 경기전망도 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윤 정부가 집값 띄우기에 올인한다고 한들 그게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언젠가부터 서울 아파트를 경제법칙에서 벗어난 초자연적 존재나 되는 것처럼 말하는 자칭, 타칭의 전문가와 레거시미디어들이 창궐한다. 분명한 건 경제법칙에서 자유로운 자산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