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우리나라 자산 및 소득의 불평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가구의 자산 불평등이 확대됐다. 지난해 소득 상·하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소득 분배 지표도 악화됐다. 소득분배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이 3년만에 꺾였다.
자산 및 소득의 불평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불평등의 질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는데, 이는 사회통합 및 장기지속에 치명적인 위험요인이다. 불평등을 눅일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집행이 시급하다.
집값 상승해 가구 자산 늘었지만 자산 불평등은 역대 최고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 금융감독원이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순자산은 4억 7144만 원으로, 1년 전보다 5.0% 늘었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했다.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지난해 3월 말 5억 4022만 원에서 올해 3월 말 5억 6678만 원으로 2655만원(4.9%) 증가했다. 실물자산이 4억 2988만 원으로 5.8%, 금융자산이 1억 3690만 원으로 2.3% 늘었다. 특히 실물자산 중 거주 주택 이외 부동산의 증가율이 7.5%로 높았다.
전체 자산 중에서는 실물자산이 75.8%, 금융자산이 24.2%를 각각 차지했다. 실물자산 비중이 1년 전보다 0.6%포인트(p) 높아졌다.

연령대별 평균 자산은 50대가 6억 6205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40대(6억 2714만 원), 60세 이상(6억 95만 원), 39세 이하(3억 1498만 원) 등의 순이었다. 가구주 연령대가 높을수록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 비율도 높은 경향을 나타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자영업자 가구 자산이 7억 195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용근로자(6억 1918만 원), 무직 등 기타(4억 7958만 원), 임시·일용근로자(2억 7184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소득 5분위 가구(상위 20%)의 평균 자산은 13억 3651만 원으로, 1분위 가구(하위 20%·1억 5913만 원)의 8.4배 수준이었다. 지난해(7.3배)보다 격차가 벌어졌다. 순자산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17억 4590만 원으로, 1분위 가구(3890만 원)의 44.9배에 달했다. 역시 지난해(42.1배)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순자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0.014 상승해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불평등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서울 가구당 자산, 전국 평균보다 48% 많아
지역별 가구당 자산 규모를 보면, 서울이 8억 3649만 원으로 월등히 많았다. 이어 세종(7억 5211만 원), 경기(6억 8716만 원) 등이 평균을 웃돌았다.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는 세종(7억 6633만 원)이 서울(7억 6173만 원)을 앞질렀으나, 1년 만에 다시 역전됐다. 전남은 3억 6754만 원으로 전국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작았다.
가구주는 여유자금 운용 방법으로 ‘저축과 금융자산 투자'(56.3%)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구입’은 20.4%, ‘부채 상환’은 19.6% 등이었다. 금융자산 투자 시 가장 선호하는 운용 방법은 예금이 87.3%로 가장 많았고, 주식(9.6%), 개인연금(1.7%) 등의 순이었다.
1년 후 거주지역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선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주가 전체의 46.7%였다. ‘상승할 것’은 17.5%, ‘하락할 것’은 14.6%였다.
소득이 증가하거나 여유자금이 생기면 부동산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구주는 1년 전보다 3.4%p 감소한 46.1%로 조사됐다. 가상 선호하는 투자처는 아파트(66.8%)였다.

임대보증금 10% 증가해 역대 최고 수준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는 9534만 원으로, 지난해 3월 말(9128만 원)보다 406만 원(4.4%) 증가했다. 이 중 금융부채는 6795만 원으로 2.4%, 임대보증금은 2739만 원으로 10.0% 증가했다. 임대보증금 증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금융부채 중에서는 담보대출이 5565만 원으로 5.5% 늘어났지만, 신용대출은 833만원으로 11.9% 줄었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 비율은 58.9%로, 지난해보다 1.8%p 감소했다. 소득 분위별로는 소득 1분위의 평균 부채가 1669만 원으로 15.5%, 2분위의 평균 부채가 4388만 원으로 5.1% 각각 감소했다. 반면, 3분위(8059만 원)는 9.9%, 4분위(1억1256만 원)는 0.7%, 5분위(2억 2286만 원)는 8.6% 각각 증가했다.

개선되는 듯 하던 소득 양극화 다시 심화돼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던 소득 불평등은 다시 악화됐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평균소득은 7427만 원으로 전년(7185만 원)보다 3.4% 증가했다. 2019년(1.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소득 부문별로 보면 근로(5.6%→2.4%), 사업(5.5%→2.1%), 재산(28.1%→9.8%) 소득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다. 가구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증가율이 ‘반토막’ 나면서 전체 소득 증가속도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생산활동과 무관한 공적이전소득(-1.9%→7.6%)과 사적이전소득(-1.0%→2.9%)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그나마 가구소득 증가도 상위 20%에 집중됐다. 소득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의 소득은 1억 733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었다. 저소득 계층인 1분위는 3.1%, 2분위는 2.1% 증가율에 그쳤다.

소득분배 상황은 악화했다. 전반적인 소득 불균형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0.325로 전년 대비 0.002p 증가했다. 2021년 이후 완만히 낮아지다 3년 만에 다시 오른 것이다. 지니계수는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뜻한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5분위 배율 또한 5.72배에서 5.78배로 높아지면서 3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상·하위 20%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의 소득의 평균값으로 나눈 것이다. 지난해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소득이 5.78배 더 많다는 뜻이다.

자산불평등 완화 위한 특단의 대책 필요
자산 및 소득의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통합이 와해되고 공동체의 장기지속이 불가능해진다. 자산 및 소득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 상위 20%에 속한 사람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고 부를 대물림해 그들만의 철옹성을 구축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이 누리고 세습하는 부가 본질적으로 불로소득의 성격이 짙어 창의와 혁신과 멀어진다.
반면 하위 20%에 속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가난이 대물림된다.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끊긴 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길이 없는 사람들이 공동체에 귀속감이 있을리 없고, 노동이건 창업이건 힘을 쓸 까닭이 없다.
결국 자산 및 소득의 양극화는 국가와 공동체를 사멸로 이끈다. 역사 속에 존재했던 수다한 제국과 왕국들이 어김없이 걸어간 길이다.
식민과 분단과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가 건국 이후 불과 80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 10대 경제강국이자 5대 군사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K민주주의와 K문화를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농지개혁과 전쟁의 폐허로 상징되는 기회의 평등이다. 대다수가 자영농이었고 출발선이 평등했기에 노력하면 신분상승과 부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자산 및 소득의 불평등은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를 어둡게 한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힘들더라도 자산 및 소득의 불평등을 완화시키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옳다. 특히 최근의 불평등은 자산이 소득을 아득히 능가하는만큼 자산 불평등 완화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자산불평등의 핵심은 역시 부동산이다. 부동산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패키지는 이미 나와있다. 보유세 등을 포함한 부동산 세금 강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대규모 공급, 천도에 버금갈만한 혁명적 국토균형발전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부동산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적 결단을 과감히 내려야 한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양극화 완화를 위한 대장정에 나설 경우, 주권자들도 근시안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말고 부동산 양극화 완화를 위해 나서는 이재명 정부를 적극 지지하고 응원해야 옳다. 그게 모두가 사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