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금융규제 먼저, 세제 개혁은 나중에? 정책의 종합적 동시 처방이 필요하다
남기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지난 1월 23일부터 이어진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발언은 매우 강했다. 농지 투기까지 언급할 정도로 포괄적이었고, 부동산 문제의 핵심이 불로소득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에둘러 가지 않고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을 천명하는가 하면, “팔 때 내는 세금보다 보유하면서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다주택자는 버티는 것이 손해인 상황을 만들겠다”고 발언하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보다 시장에서 더 주목하고 있는 보유세 강화 정책을 내놓을 거라는 강한 신호를 보냈다.
이러한 발언으로 시장은 적어도 5월 9일 이후 보유세 강화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했고 그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러던 대통령이 지난 3월 17일 국무회의에선 보유세 강화를 포함한 세제개혁은 최후의 수단, 즉 모든 정책을 동원한 이후에도 효과가 없을 때 꺼낼 카드라고 언급했다. 전 국토를 투기·투자의 대상으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남의 돈으로 자산 증식을 가능하게 한 과도한 금융 공급이며, 핵폭탄과 같이 영향력이 큰 세금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론 지난 24일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뉴욕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1.0%, 도쿄가 1.7%, 상하이 0.4~0.6%라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선진국 주요 도시 보유세, 우리나라와 비슷하다?”이라는 글을 게시해 보유세 강화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고, 부동산 악질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했지만, ‘보유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세제개혁은 최후 수단’이란 입장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대통령 발언의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는 까닭은 그의 발언이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 내용, 그리고 강도를 사실상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기를 “망국적”이라고까지 규정하며 강한 개혁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대통령이 세제개혁을 최후 수단으로 미루는 듯한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2달 가까이 이어진 강한 발언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월 26일(0.31%) → 2월 16일(0.15%) → 3월 2일(0.09%) → 3월 16일(0.05%)로 둔화됐고, 2025년에 급등했던 강남 3구와 한강 벨트 지역 아파트가 하락세로 전환된 점이다.
둘째, 지난해 크게 오른 지역, 즉 종부세 대상이 밀집한 한강 벨트 지역의 공시가격이 올해 크게 상승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보유세 강화와 유사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2025년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3.65%, 서울 7.86%였는데, 2026년에는 각각 9.16%와 18.67%로 상승했고, 특히 강남은 10.95%에서 24.70%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한강 벨트 지역도 대부분 20%를 훌쩍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규제의 내용과 한계
그러면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금융규제 대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전면 차단, 혹은 공적 보증 제한 정도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강남을 위시한 한강 벨트에 ‘비거주 똘똘한 한 채’를 노리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주택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다. 핵심은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아파트 대출의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것이다. 규제 대상은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임대사업자인데, 금융당국은 여기에 속한 가구가 1만 5000가구 이상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즉, 임대사업자 금융규제를 통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파트가 매물로 시장에 나오게 해서 아파트값을 더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금융 공급이 부동산 투기의 원인이 됐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동의한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는 단순히 금리가 낮고 대출이 확대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보유 부담이 낮고 시세차익에 대한 환수가 약할 때, 즉 보유세 실효세율이 낮고(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24년 현재 0.147%로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되고 미국의 1/5~1/6 수준) 양도소득세가 약할 때 투기 유인은 강화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의 혜택이 커지는 구조에서는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고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며, 여기에 금융규제 완화까지 가세하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아서 가격이 오르면 보유 부담이 더 늘어나고, 발생한 시세차익에 대한 환수 비율도 노력 소득인 근로소득보다 높으면 어떻게 될까? 대통령이 말했듯이 돈을 많이 빌려준다고 투기를, 즉 거주 하지도 않을 집과 이용하지도 않을 땅을 사려고 할까? 그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사례는 여기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은 지역별로 보유세 실효세율이 다른데, 흥미롭게도 보유세 부담이 높은 지역일수록 주택가격 변동성이 낮게 나타난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으면 장기 보유 비용이 높게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한 시세차익 기대만으로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 매력적이지 않다. 그 결과 투기적 수요가 적어지고 가격 변동성도 낮아진다. 반대로 보유세가 낮은 지역에서는 장기 보유 비용이 적어 투기 수요가 쉽게 유입되고, 상승기에는 과열, 하락기에는 급락이 나타나 변동성이 커진다.
실증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주와 대도시를 대상으로 2005~2014년 재산세(보유세) 실효세율과 주택가격 변동성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재산세율이 높을수록 가격 변동성이 낮아지는 음(-)의 관계가 확인됐으며, 이는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적 효과로도 나타났다(Tigran Poghosyan 2016). 즉, 보유세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가격의 급등과 급락을 모두 완화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 전체가 금융 조건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나 대출 등 금융 조건이 유사함에도 보유세 실효세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격 변동성이 낮다는, 다시말해서 금융 조건과 무관하게 투기가 잘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금융의 과다한 공급이 투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아니라, 금융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투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세제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다릴 것인가, 동시에 할 것인가
앞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투기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보유세와 양도세가 오래 보유할수록 혜택이 커지는, 한마디로 말해서 ‘투기 유발형 세제’라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세제는 그냥 두고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을 줄이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아파트 대출을 규제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앞서 말했듯이 비거주 1주택과 대출을 받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은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되기 때문에 좀 더 조정은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시간이 지나 일종의 균형상태에 도달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필자는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보유 비용이 낮고 1주택 실거주일 경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보유 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누릴 수 있는 시세차익의 규모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실상이 이러하다면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굳이 금융규제 이후 과열 현상을 기다렸다가 세제개혁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때가 되면 세제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 말이다.
필자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 결과가 뻔히 예상된다면 금융규제와 세제개혁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정책 효능감이 가장 높다. 무엇보다 세제개혁을 함께 추진하면 주택가격이 하락한 후 다시 상승하기가 쉽지 않다. 상승하면 보유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도소득세도 개혁하면 투기적 상승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부동산이 과열된 이후 세제개혁을 추진할 때는 개혁의 피로감도 높을 수 있고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요컨대 순차적으로 정책을 투사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의 ‘생산적 투자’를 유도하려면 법인 부동산 투기도 차단해야
여기에 더해, 필자는 이러한 부동산 개혁은 법인(회사)의 부동산 투기에도 적용돼야 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부동산 투기는 개인(가계)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의 핵심 주체인 회사의 부동산 투기는 개인 못지않다. 아니 개인보다 훨씬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아래 그림이 한눈에 보여준다.

위 그림은 1975년부터 2024년까지 약 50년 동안 총고정자본형성 대비 토지 순취득 비율의 추이를 보여준다. 여기서 ‘총고정자본형성’이란 경제주체가 생산 활동에 사용하기 위해 건물·기계·지식재산생산물 등 고정자산을 구매하거나 건설하는 데 지출한 실물 투자 금액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국가의 미래 생산능력과 장기적 경제성장 잠재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한편 기업은 매년 공장용지와 같은 토지를 매입하기도 하고 매각하기도 하는데, 이때 ‘순취득’은 매입액에서 매각액을 뺀 값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총고정자본형성 대비 토지 순취득 비율’이 10%라면 생산적 투자에 100억 원을 투입할 때 토지 순취득에 10억 원을 투입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림에서 확인되듯, 1975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의 이 비율은 평균 13.36%로, OECD 평균인 1.49%보다 무려 9배나 높은 수준이다.(1998년과 1999년이 (-)1.68%와 (-)0.96%였던 이유는 외환위기 직후였기 때문이다. 당시 기업들은 토지를 많이 내다 판 것이다.) 이는 지난 50년간 한국 기업이 다른 OECD 국가 기업들에 비해 토지 매입에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LH의 토지 수용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어서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지만, 2019~2024년 3기 신도시 수용 비용을 반영해도 해당 비율은 약 5% 포인트 낮아지는 수준에 불과하고 수용된 토지의 상당 부분이 최종적으로 개인에게 분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LH 변수’는 높은 비율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가 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국내 지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나 한국 기업의 토지투기 성향이 구조적으로 강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의 법인은 왜 이렇게 많은 돈을 토지에 투입하는 걸까? 이는 개별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토지투기가 기술투자나 경영혁신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기대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법인이 보유한 토지의 수익률은 보유세와 양도세에 의해 좌우되는데, 대표적인 법인 보유 토지인 공장용지의 명목 보유세율은 0.2%이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지가의 시가 반영률을 고려하면 실효세율은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실현된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는 법인세에 포함돼 처리되기 때문에 환수 비율 역시 낮다. 여기에 금융권이 법인에 대해 부동산 담보대출을 비교적 쉽게 제공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개별 기업 입장에서 토지 매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비생산적 경제활동’, 즉 지대추구적 성격이 강한 경제행위다. 토지에 투입되는 자금은 고용 창출이나 GDP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비중이 커질수록 생산적 투자에 투입될 자원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기업이 국민경제의 핵심 주체라면 기업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금융규제와 세제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AI 주도 기술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정책 목표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을 믿고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는다면
금융규제와 세제개혁은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야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빠른 시일 내에 차단할 수 있고, 국민의 정책 효능감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무주택자·청년·신혼부부의 기대와 희망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순차적으로 접근할 경우 부동산 시장의 재과열 가능성이 크고, 그 이후 추진되는 세제개혁이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결단이 섰다면 국민적 공감대가 유지되는 지금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부동산 개혁의 대상은 개인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법인 역시 지난 50년 이상 부동산 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개인보다 더 낮고, 시세차익인 불로소득 환수 수준도 낮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국민을 믿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다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에서 충분히 탈출할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깊이 공감한다. 그렇기에 더욱 강조하고 싶다. 주권자 국민들은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다고. 따라서 정책은 순차적 정책 투사가 아니라 금융과 세제를 아우르는 종합적 처방으로 동시에 추진돼야 하고, 그 대상 또한 개인을 넘어 법인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Tigran Poghosyan. 2016. “Can Property Taxes Reduce House Price Volatility? Evidence from U.S. Regions.” IMF Working Paper WP/16/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