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시민언론 민들레]
우리나라의 실질 집값은 주요국 중 최하위권에 해당하는데 서울 상위 5%의 집값이 주요 도시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한강벨트’의 집값이 서울 등의 집값을 끌어올리며 타 지역과의 격차가 참혹하리만큼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주요은행의 주담대 총액이 11개월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하며 여전히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수요가 살아있다. 이재명 정부가 정말 강력한 부동산 세제개편을 하고 혁명적인 주택공급을 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의외로 집값 상승률과 실질주택가격이 최하위권에 머문 대한민국
2일 국회 미래연구원의 ‘자산 불평등과 보유세 중장기 개편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의 RPP 명목 주택가격 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03년 이후 2023년까지 전국의 주택 가격은 약 1.5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1.74배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수는 일정 시점의 주택가격을 100으로 두고 명목 주택가격 추이를 살펴보도록 설계됐다.
이 지수로 보면 한국·서울의 집값 상승세는 다른 국가·도시보다 안정적인 편이다.
비슷한 기간 미국은 2.8배(2000∼2023년), 캐나다 3.1배(2005∼2023년), 노르웨이 3.4배(2000∼2023년), 독일 베를린 3.9배(2003∼2023년), 노르웨이 오슬로권 4.1배(2000∼2023년)나 집값이 뛰었다.
물가 상승을 배제해 집값 변동을 살펴볼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실질 주택가격지수(RHPI)에서도 한국은 안정적인 편으로 나타났다.
2000년과 비교해 2024년 한국의 실질 주택가격지수는 1.2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OECD 평균(1.6배)을 밑돌았다.
캐나다는 같은 기간 2.9배로 조사 대상 24개국 중 오름세가 가장 가팔랐다. 호주, 미국, 영국도 1.8∼2.6배가량 상승세를 보였다.
2024년 지수로 비교하면 핀란드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낮았다.

로켓처럼 폭등한 강남권역과 한강벨트의 아파트들
반면 서울 고가 주택으로 한정해보면 결과는 달랐다.
영국의 부동산 컨설팅 기업 나이트 프랭크가 작성한 PGCI(Prime Global Cities Index) 보고서를 보면 작년 3분기 서울의 고가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25.2% 올랐다. 세계 46개 도시 가운데 일본 도쿄(55.9%)에 2위에 올랐다.
PGCI 보고서는 46개 주요 도시의 가격 상위 5% 주택 가격을 분기별로 조사해 발표된다.
작년 3분기 46개 주요 도시 고가 주택 가격 상승률은 2.5%였다. 이와 견주면 서울의 오름세는 10배에 이르는 셈이다.
3위인 인도 벵갈루루(9.2%)부터는 상승률이 한 자릿수였다.
최근 5년간 상승률에서도 서울은 80.9%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224.3%), 도쿄(115.0%), 필리핀 마닐라(81.0%)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지수별 차이가 극심한 것은 한국이 서울 강남 3구, 한강 벨트 등의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측면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 안에서도 한강벨트와 다른 지역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흘러
나이트 프랭크는 OECD, BIS와 같은 공인 기관이 아니지만 전국·서울 지역 주택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두 기관과 달리 상위 가격 주택만 통계 대상으로 삼는다.
비수도권 주택 시장 부진으로 빚어지는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한국의 주택 시장 특징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아울러 OECD, BIS 데이터의 기반이 되는 주택 가격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인데, 이 조사는 표본주택의 거래 사례 등을 통해 가격을 평가한다. 실거래 자료에 기반한 통계는 활용되지 않아 주택 시장 급변기 가격을 민감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국회 미래연구원 보고서를 작성한 이선화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주택시장 양극화가 극심해 고가 주택과 일반주택 간 (가격 상승) 괴리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OECD, BIS 한국 통계가 실거래가 아닌 표본조사 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을 들며 “서울의 주택 가격이 2024∼2025년 급등했는데, OECD, BIS 데이터가 이를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은 계속 늘어나
한편 지난달 은행들이 대출조이기에 나섰지만 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마통) 모두 큰 폭 증가세를 이어갔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30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4조 4669억원으로 2022년 8월(44조 7699억원) 이후 최대치로 집계됐다.
6월 말에 비해 1조 1857억원 늘며 5월(1조 8579억원), 6월(1조 8329억원)에 이어 석달 연속 1조원대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증가폭은 다소 축소됐다.
지난달 마통 잔액은 첫째 주(1∼3일) 3289억원, 둘째 주(4∼10일) 372억원, 셋째 주(11∼16일) 5111억원으로 증가했다가 급여일이 몰린 넷째 주(17∼24일)엔 1조 4416억원 감소했다. 이후 다섯째 주(25∼30일)에 다시 1조 7501억원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틀 연속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코스피가 5,200선까지 밀려나자 저가매수를 노린 수요로 마통 잔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5대 시중은행의 마통 소진율(마통 대출 사용액/최대 한도 설정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46.1%였다.
마통을 포함한 전체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110조 484억원으로, 2023년 3월(111조 2019억원) 이후 3년 4개월만에 최대였다. 6월 말(108조 6704억원) 보다 1조 3780억원 늘었는데, 이는 전월 증가폭(+2조 1550억원) 보다는 적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778조 7869억원으로, 6월 말(774조 9608억원)보다 3조 8261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 증가액(+4조 1378억원)보다는 적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7조 4287억원으로 6월 말(615조 1456억원)에 비해 2조 2831억원 늘었다.
5월 1조 1437억원, 6월 1조 7576억원에 이어 규모가 커지며 지난해 8월(+3조 7012억원)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택 매수 수요가 꾸준히 유입된 결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이 7월 초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하고, 다른 은행들도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대출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하거나 모기지 보험 가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하는 등 대출을 조이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신용대출과 주담대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목표치보다 1조원 넘게 초과했다. 두 곳은 목표치의 197%, 168%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세 강화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의 투트랙이 긴절해
강남을 비롯한 ‘한강벨트’의 주택가격이 미친듯이 폭등하는 주된 원인은 한정된데다 안전자산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이제 ‘한강벨트’에 소재한 주택들이 매우 소수의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만 거래가능한 일종의 사치재가 됐다고 전제하면 이 시장에 정부가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가격이 얼마에 형성되건 개의치 말고 합당한 과세만 하면 된다. 과세의 핵심은 보유세이고 양도세가 보조수단이 될 것이다.
한편 기실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시장이 계속 상승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무주택자들이 비싼 가격에 구축을 지속적으로 매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주택자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부담가능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은 무주택자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함과 동시에 전체 주택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진다.
그 동안 신물나게 해왔던 공급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더 악화시킨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방식이 주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묘방이다. 용산공원부지, 대법원 및 대검찰청, 동작동 국립묘지, 태릉 육사교정 등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단기간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만 있다면 서울은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신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부동산공화국 혁파에 나서야 옳다. 미봉이나 즉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오래전에 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