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민들레]
용산공원을 주택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만났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주변에 흩어진 유휴 국유지를 주택건설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을 따름이다. 대신 오 시장은 김 장관에게 8.13대책에서 이미 완화된 대출규제를 더 풀어줄 것과 재개발 용적률도 더 높여줄 것을 제안했다. 만약 오 시장 제안을 정부가 수락한다면 서울은 이 보다 더 심할 수 없는 부동산 지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김윤덕 장관 “훼손된 곳 제한적 공급” vs 오세훈 시장 “본체는 일부라도 전용 어려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다만, 두 사람은 용산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대원칙과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을 공감했다. 오 시장이 용산공원 주변에 흩어진 유휴 국유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이에 대한 협의 가능성도 남겼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시내 모처에서 만나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등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면담 뒤 각각 기자들을 만나 이날 핵심 쟁점인 용산공원 활용 문제에서 이견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취재진에게 “각각의 다른 입장을 확인했고 다음 주에 만나서 계속하자고 했다”며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으로 청년,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에 공급하기 위한 숙의와 논의 과정, 법을 바꾸는 것에 대한 태도와 생각이 쟁점”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 역시 시청으로 복귀한 뒤 브리핑에서 “김 장관과 만나 현안에 대해 논의했는데, 결론적으로 용산공원에 대해서는 평행선이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용산공원을 보존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이견이 없었지만, 공원 내 ‘훼손된 곳’의 정의와 이를 활용하는 문제를 놓고는 이견을 보였다.

김 장관은 취재진에 “용산공원 전체를 밀고 집 짓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물은 뒤 “훼손된 곳에 대해 제한적으로 청년·신혼부부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산공원이 보존돼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적극 공감한다”며 “공론화 방식은 토론회를 하거나 공론화위원회를 만들 수도 있고, 숙의 과정을 거쳐 진행할 거고 대상 부지는 공론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을 잘 지키는 것과 청년·신혼부부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게 양립 불가능하지 않고 양립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예를 들어 장교 숙소처럼 이미 집을 짓고 살고 있던 곳은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은 용산공원 본체는 현재 이용 상태와 관계없이 전체를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장교 숙소 역시 용산공원 본체에 속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공급 규모를 둘러싼 이견도 여전해
오 시장은 “용산공원 전체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방안은 어떤 경우에도 서울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한 톤으로 (김 장관에게)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전체 부지 가운데 일정 부분이라도 주거 용도로 전용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이 언급한 ‘훼손된 곳’에 제한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의 설명에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은 전체가 군인들이 사용하던 부지여서 녹지가 아니고 콘크리트로 포장되고 어떤 용도로든 쓰이던 곳”이라며 “마치 지금 녹지나 숲이 조성된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 서울숲처럼 앞으로 조성해 국가 정원을 만들자는 게 특별법 취지”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날 김 장관에게 공원 주변의 유휴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 인근 산재 부지에 대해서는 융통성 있게 논의해보자는 일종의 절충안을 말씀드렸다”며 캠프킴 부지와 경리단 부지, 외교부 주차장 부지 등을 예로 들었다.

면담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규모를 둘러싼 이견도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는 1만가구 공급을 요구하고 있고 서울시는 당초 6000가구에서 8000가구까지 물러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논의했는데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고, 오 시장도 “그 사이에서 융통성을 발휘해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 논의해보자는 입장”이라며 추후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재개발·재건축이 중요한 공급 수단이라는 데에도 일정 부분 공감했다.
다만, 김 장관은 “중요한 공급 수단이라고 생각하며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면서도 “멸실에 따른 단기 공급 감소라는 한계도 있다”고 우려도 내비쳤다.
김 장관은 또 “순증 효과가 큰 도심 나대지 등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도 함께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했다.

대출 더 풀고 재개발 용적도 더 달라는 오세훈 시장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시급한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장관에게 대출 규제 완화 검토를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구체적으로 “청년을 위한 디딤돌대출 대상 주택의 가액을 9억원으로 상향하고, 대출 한도를 6억원 정도까지 높여 실효성 있는 대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면 청년 입장에서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비아파트 전용 보금자리론 대상을 아파트로 확대하고 한도를 4억원에서 8억원으로 상향할 것과 미리내집 공급 확대를 위한 법령 개정,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규정 완화 등도 건의했다고 했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합원 지위 양도 3년 한시 완화와 재개발 지구에 대한 용적률 1.2배 상향 등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만약 정부가 대출 더 풀어달라는 오 시장 제안 수락하면 통제불능 상황 와
오 시장의 대출 완화 제안에 앞서 이미 정부는 대출규제를 대거 풀었다.
지난 8월 13일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위험할 정도의 금융완화대책들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선 4억 원 이하 비아파트 구매시 대출을 지원하는 등 ‘3종 세트’를 마련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청년미래 보금자리론’은 현재 월세 수준의 원리금으로 자가 주택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아파트나 더 큰 집으로 옮기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수도권·규제지역 70%, 그외 80%) 혜택도 유지해준다.
기혼자가 대출, 주택 청약 등에서 미혼자보다 불이익을 받는 ‘결혼 페널티’도 없앴다. 신혼부부 보금자리론의 경우 기존엔 부부 합산 소득이 연 8500만 원 이하여야 했는데, 여기에 ‘1인 소득이 연 7000만 원 이하인 경우’를 조건에 추가해 둘 중 하나를 충족하면 대출이 가능하게 됐다. 디딤돌·버팀목대출에도 이와 유사한 조건을 추가해 대출 문턱을 낮췄다.
오 시장은 이것도 모자라 청년들에게 무한대출의 자유를 허락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재개발 지구에 대한 용적률 상향도 추가됐다.
단언컨대 오 시장의 제안을 이재명 정부가 받아들이는 순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시장은 통제불능의 지옥으로 변할 것이고, 청년들은 빚더미에 앉은 채 평생을 빚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청년들에게 과도한 빚을 내서라도 사야할 집 대신에 빚을 내지 않거나 적게 내고도 살 집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가 용산공원부지 내 훼손된 곳에 청년 등을 위한 저렴주택을 공급하려는 것도 그런 취지일텐데, 정작 오세훈 시장은 이를 극력반대하며 청년들에게 빚을 더 낼 자유를 허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