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부동산으로 망한’ 진보정부 되지 않으려면

[이게 이슈] 이재명 정부의 ‘경제 대도약’, 부동산 대전환 없이 가능할까

남기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이 대통령, ‘부동산으로 망한’ 진보정부 되지 않으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9일 이재명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부제는 ‘대한민국 경제大도약 원년’이다. 보고서 앞부분에 나오듯이 2026년을 “성장 패러다임을 대전환해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극복을 동시 달성하고 국가가 성장하는 만큼 국민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 대도약 실현”의 첫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질문해 보자. 서울의 집값, 더 정확히 말하면 한강 벨트의 아파트값이 지금처럼 상승하면 잠재성장률 반등과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사회 ‘통합’이 가능할까?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땅값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소득에서 차지하는 주거비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양극화 극복이 가능할까?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이 다른 나라보다 땅 사는데 9배나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관행을 개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장 패러다임 대전환이 가능할까? 어떻게 해서든 서울 아파트 1채를 사는 게 미래를 위한 가장 현명한 ‘투자’라는 게 청년과 신혼부부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타파하지 않고도 경제 대도약이 가능할까?

필자의 추산에 따르면, ‘부동산 불로소득'(매입가의 이자를 초과한 임대소득과 매매차익의 합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정의했고,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취득세 자료로 부동산 유형별 평균 보유기간을 구하고 이를 통해 각각의 값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추산)은 2021년 461.6조 원, 2022년 415.3조 원, 2023년 344.8조 원, 2024년 334.9조 원 발생했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줄이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지금처럼 성장의 과실을 부동산 과다 보유 개인과 법인이 독식하는 구조를 타파하지 못하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이 실현되기 어렵다.

경제 대도약은 나라의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적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비생산적’ 경제 활동이다. 근사한 말로 지대추구행위라고 불리는 이 활동을 생산적 활동으로 유도하는 ‘부동산 대전환’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경제 대도약은 기대 난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서는 ‘부동산 대전환’의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서울만 국한해서 보면 이재명 정부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문재인 시즌2’라는 말을 붙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먼저 통계를 살펴보자.

[그림 1] 서울 아파트 연간 상승률(%) 추이(2013~2025)한국부동산원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이 9.0%로 집계됐는데, 이 수치는 [그림 1]에서 보듯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연간 최고치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 가장 높았던 8.0%(2018년과 2021년)보다 무려 1%포인트가 높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국적 현상이었던 반면 이재명 정부는 서울 및 수도권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서울 아파트값 변화에 민감하다는 걸 생각하면, 이른바 ‘진보 정부’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속설이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서울 아파트 전체가 고르게 9.0% 오른 건 아니다. 이른바 한강 벨트의 상승률이 가파르다.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19.78%), 성동구(17.94%), 마포구(13.50%), 서초구(13.20%), 강남구(12.90%), 양천구(12.25%), 용산구(12.18%), 강동구(11.76%), 광진구(11.48%), 영등포구(10.06%)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는데, 양천구를 제외한 9곳은 모두 한강을 끼고 있다. 여기에 11위 동작구(9.91%)까지 포함하면, 상위권 지역 모두는 한강 벨트다(2025년 12월 16일 자 <아시아경제신문> “잡기는커녕 문재인때보다 더 올랐다…서울 아파트값 연간 상승률 ‘역대 최고'”). 이것을 보면 이재명 정부의 유능함은 유독 ‘부동산’에서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수급 조절 실패가 원인?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급격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 수급불균형이라고 말한다.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만약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면 최소한 공급, 즉 입주 물량이 적은 해일수록 상승률이 높고 입주 물량이 많은 해엔 상승률이 줄거나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즉, [그림 1]에서 보듯 가격이 하락한 2013년(-1.3%), 2022년(-7.7%), 2023년(-2.2%)의 입주 물량이 다른 해에 비해 많아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정보 사이트 아실(asil.kr)에 따르면 2013년 입주 물량은 13년(2013~2025) 평균 3만 4천 호보다 낮은 2만 8천 호에 그쳤고, 2022년과 2023년에는 불과 2만 5천 호밖에 되지 않았다. 가격이 하락했을 때 입주 물량이 오히려 적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파트값이 크게 상승한 2018년에는 4만 1천 호, 2021년에는 3만 2천 호에 달했다. 한마디로 공급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주된 원인은 이른바 갭 투기 전성시대, 즉 전세대출 확대를 포함한 낮은 기준금리를 기반으로 한 과잉 금융공급이 주된 원인이었고, 떨어져야 할 2024년에 오른 것도 윤석열 정부가 특례 보금자리 대출과 신생아 특례 대출로 무려 100조 원 넘는 낮은 금리의 정책금융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5년 이재명 정부 들어 두 차례 대책(6.27 대책과 10.15 대책)을 통해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서울 전역을 실수요가 아니면 아파트를 살 수 없는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었음에도 계속 오른 이유는 뭘까? 이번에는 정말 수급불균형 때문인가?

필자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부채질하는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의 과도한 혜택이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1주택에 대한 종부세 혜택의 시작은 2009년이다. 그해부터 다주택자에겐 주택을 합산해서 6억 원 초과분에 종부세를 부과하고, 1주택자의 경우에는 9억 원 초과분에 부과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1주택 장기보유자와 노령자에게는 세액의 30%까지 공제가 들어갔다. 하지만 2009년 종부세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세율이 같았다.

2019년 종부세 세율을 1주택자에겐 가볍게 다주택자에겐 무겁게 부과하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장기보유자와 고령자에겐 최대 70%의 세액을 공제해 줬으며, 급기야 2021년에는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세율 격차를 더 벌리면서 고령자와 장기보유자는 세액의 무려 90%까지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가 1주택자 양도세도 마찬가지다. 2008년엔 15년 보유 시 세액의 80% 공제해 준 것을 2021년부터는 기간을 10년으로 줄여 준 반면 다주택자 양도세는 정상 과세 혹은 중과했다. 한마디로 다주택이 아니라 고가(高價)의 ‘똘똘한 한 채’를 오래 보유할수록 더 많은 불로소득을 누릴 수 있게 세제를 점점 왜곡시킨 것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요약해 보면 문재인 정부를 통과하면서 그전부터 있던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된 것이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지방에 여러 채를 보유한 이들은 다 처분하고 서울의 비싼 아파트를 사려고 혈안이 되었다. 이런 현상을 목도한 20~30대 청년 및 신혼부부들도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고, 그 결과 강남 3구를 포함한 한강 벨트의 아파트값이 온갖 대책을 쏟아 내도 쉼 없이 오른 것이다.


2026년 부동산 시장 전망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연간 상승률이 한국부동산원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12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8.98%로 집계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올해 부동산 시장, 구체적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어떻게 될 것인가? 관건은 정부 정책이다. 그러나 현재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로만 보면 아파트값 상승이 한강 벨트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았던 기타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가능성은 지난 21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지금으로선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그 이후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는 다가오는 5월 9일에 종료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고,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이라는 강한 발언도 했지만,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다주택은 투기가 분명하고 ‘실거주’ 1주택은 실수요이므로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뒤집어 보면 서울 아파트값 투기적 상승의 중요 원인인 1주택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의 과도한 혜택은 손 보지 않겠다는 것으로 시장은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올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상승할 가능성은 더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보유세(종부세) 강화에 부정적 혹은 소극적 반응을 보여왔다. 안타깝게도 근거가 부족한 공급 부족론에 크게 경도되어 있다. 서울의 주요 아파트 거주자 절대다수가 1주택자이고, 이들 중 상당수는 더 많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입주한 ‘유권자’들이라는 점을 민주당은 잘 알고 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민주당은 서울 아파트값에 포획되어 있다.

그러면 지방선거 이후엔 가능할까? 지금 분위기로 봐선 공정가액비율의 점진적 상향 등을 통해 종부세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1주택에 부여하는 과도한 혜택도 손 볼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을 천명했기 때문에 잠잠했던 지방 주요 도시의 부동산값도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정부는 서울 및 수도권 1주택자가 지방의 주택을 매입하면 다주택자 양도세 부과 배제와 종부세 합산 배제를 발표해 놓았다. 만약 이재명 정부가 지금처럼 부동산 세제에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지방 부동산값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지방 중심 성장이 가시화되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물론 지방 부동산 가격도 꿈틀댈 수 있다.


부동산 대전환을 기대한다

이재명 정부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세제와 관련해서는 먼저 1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축소 내지 폐지해야 한다. 지금의 세제는 고가 1주택을 오래 보유할수록 수익률이 높다. 여러 채 들고 있는 사람에게 다 처분하고 서울 아파트 살 것을 촉구하고 있다.청년과 신혼부부에게도 온갖 방식을 동원해 서울 아파트 1채 마련하는 것이, 주식에서 번 돈을 가지고 서울 아파트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독려하는 셈이다.

1주택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 축소나 폐지와 아울러 부동산 보유세는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강화하는 장기주의도 복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2022년(0.180%)→2023년(0.151%)→2024년(0.147%)’로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의 1/3~1/4밖에 안 된다. 부동산 기대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보유세 강화의 장기 목표 제시와 로드맵 발표가 부동산 대전환의 토대라는 것을 이재명 정부는 기억해야 한다.

주택공급의 ‘대전환’도 필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5년 11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신규 분양 민간 아파트의 평당 평균 분양가격이 서울 5034.8만 원, 수도권 3089.8만 원, 5대 광역시 2154.6만 원, 기타 지방 1403.5만 원이다. 2024년 평균가구소득이 7427만 원이므로 모두 저축하더라도 32평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서울의 경우 21.7년, 수도권 13.3년, 5대 광역시 9.3년, 기타 지방 6.0년이 소요된다는 것을 뜻한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그러므로 향후 국공유지나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위주로 공급하는 대전환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59㎡(25평)의 경우 2억 5000~3억 원 사이에서, 84㎡(32평)의 경우 3억~3억 5000만 원 사이에서 분양받을 수 있고, 토지임대료를 적절하게 조정하면 이른바 로또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즉,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경제 대도약은 부동산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문재인 정부, 3번의 민주 정부에서 ‘경제 대도약’을 천명하고 추진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친 중요한 이유가 부동산 대전환 실패였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자원 배분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 통합을 크게 저해했으며 생산적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왔고 이것이 초저출생 초고령화의 주범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에 간곡히 호소하고 싶다. 반드시 ‘부동산 대전환’에 성공해달라고. 유능함을 보여달라고.






<오마이뉴스 2026년 1월 26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