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와 공급방식의 획기적 전환 필요하다
남기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1월 23일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과 관련해서 집중적으로 쏟아낸 수많은 말 중에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발언을 짚자면, 아래와 같다.
“부동산을 투기나 투자로 보유하는 것은 하나 마나다, 이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2월 24일 국무회의 발언)
세제, 규제, 금융 등의 방법을 통해 ‘부동산을 투기·투자용으로 보유하는 것이 하나 마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정상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였다. 그렇다면 대책의 초점은 부동산에서 초과 이익, 즉 불로소득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와 수익률이 비슷하거나 약간 못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이 돈이 안 되면 일어날 현상들
이렇게 부동산이 돈이 안 되면 사용하지 않을 집이나 건물 혹은 땅을 팔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판다. 대통령이 말했듯이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돈이 안 되면 집을 여러 채 보유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치 자동차를 여러 대 보유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듯이 말이다. 또 돈이 되지 않으면 거주할 주택 유형으로 아파트만 고집하지 않게 된다.
생각해보라. 주거 형태로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거주의 편리성도 있지만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반면 비아파트의 대표인 빌라가 선호되지 않은 이유도 자산 형성 기회가 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돈이 되지 않으면 아파트든 빌라든 주거 목적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줄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입 수요는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비아파트의 관리 수준도 올라가고 품질도 높아지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리고 돈이 되지 않으면 농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의 농지 보유도 사라진다. 더 나아가 돈이 안 되면 회사(법인)도 꼭 필요한 부동산만 보유하고, 부동산 매입에 돈이 너무 많이 들거나 보유비용이 부담되면 임차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근본 목표를 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에 둬야 한다. 흔히 ‘저렴하고 부담 가능한 주택공급’, ‘1주택 실거주 보호’, ‘농지 투기 금지’ 등을 목표로 제시하는데 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를 최우선의 목표로 두면 앞의 목표들은 자연스럽게 성취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 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세제는 모든 부동산에 적용되기도 하거니와 불로소득 환수 및 차단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이재명 정부도 잘 알기에 현재 열심히 개혁방안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보유세 강화, 이렇게 하자
그렇다면 부동산 세제는 어떻게 개혁하는 게 좋을까? 먼저 부동산 기대 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부동산 보유세 개혁의 방향을 생각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세우고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면, 그리고 경제에 다른 변수가 없으면 부동산 가격은 경향적으로 하락하다가 강화 목표에 도달하면 거기서 균형가격이 형성된다.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확인이 된 건 보유세 실효세율과 부동산 가격 변동률은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즉, 실효세율이 높을수록 시세차익인 불로소득이 잘 안 생긴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보유세 강화 정책이 꼭 고려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보유세 강화는 ‘몸에 좋은 쓴 약’임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보유세를 제대로 강화하면 매우 큰 효과가 발휘되지만 그만큼 저항이 셀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보유세 순증분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가 속한 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그렇게 할 경우 90% 정도의 가구가 부담보다 혜택을 입게 된다. 집 한 채 보유한 가구의 절대다수도 부담보다 혜택이 많고,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은 가구는 부담은 없고 혜택만 있게 되므로 방관자 혹은 소극적 지지자에서 적극적 지지자로 바뀌게 된다.
둘째, 주택분 보유세는 주택수가 아니라 보유한 주택을 합산한 뒤 그 가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5억 원짜리 3주택(합계 15억 원)엔 무거운 과세, 15억 원 1주택엔 가벼운 과세’가 초래한 시장 왜곡, 즉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사라진다. 셋째는 보유세는 예외 없이 부과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점이다. 1주택 ‘실거주’와 1주택 ‘단순보유’를 구분해서 ‘실거주’에 대해서는 보유세 혜택을 주고 ‘단순보유’는 혜택을 없애자는 주장이 있으나, 보유세는 가능한 예외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실거주’ 1주택에 대한 배려와 혜택의 역할은 양도소득세가 떠맡게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면 건물과 토지를 분리해서 토지분 보유세에 집중해서 강화하고 대신 건물보유세는 낮추는 걸 제안한다. 이렇게 하면 투기는 차단되면서 건물의 신축·개축·증축이라는 생산 활동은 더 활발해지는데, 이것 역시 이론적으론 당연하고 경험적으로도 확인된 바다.
취득세는 그대로 두자
한편 보유세를 올리는 대신 취득세를 내려야 한다고 많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마치 공리처럼 주장하지만, 필자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부동산 개혁을 하면 세율을 낮추지 않아도 취득세수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전체 취득세수는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
취득세수 = 취득가액 × 세율 × 거래량
위 공식에 따르면 부동산이 비쌀수록, 세율이 높을수록, 거래 빈도가 높을수록 취득세수는 커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취득세율 자체는 높은 편이 아니다. OECD 국가들은 보통 2~4% 수준이 표준세율이고, 다주택의 경우 8%, 12% 정도 중과하는 나라도 있다. 그럼에도 2024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취득세수 비율이 1.50%로 OECD 평균(0.37%)의 무려 4배나 될 정도로 OECD에서 가장 높은 이유는 뭘까? 취득가액이 높고 거래량이 다른 나라보다 많기 때문이다. 즉, 집값, 부동산값이 비싸고 이사를 자주 다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재개발·재건축이 빈번하고 가격 상승기에 ‘갈아타기’ 혹은 ‘똘똘한 한 채’ 전략이 만연해 있다. 가격이 투기적으로 상승하고 매매가 증가하여 취득세수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개혁으로 가격이 안정되고 시세차익을 쫓아 이사하는 횟수도 크게 줄면 취득세수는 자연스럽게 줄 것이다. 그러므로 취득세수는 지금 상태를 유지해도 좋다고 본다.
양도소득세, 근로소득세보다 높이자
다음으로 양도소득세의 개혁 방향을 살펴보자. 필자는 시세차익인 불로소득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는 최소한 생산 활동에 참여한 대가인 노력 소득에 부과하는 근로소득세보다 실질적 부담이 커야 하고, 이것이 양도소득세 개혁에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주택의 경우 양도소득세 혜택은 ‘실거주’ 1주택으로 제한해야 한다. 즉 1주택 ‘단순보유’에 제공했던 장기보유공제는 폐지해야 한다. ‘실거주’ 1주택 혜택도 80% 공제에서 비주택에 적용하는 것과 똑같이 최대 30% 공제를 목표로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그리고 1주택 비과세 기준을 자의적으로 12억 원으로 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인 전국중위주택가격의 배율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재의 법인(회사)의 부동산 양도소득 과세 방식은 법인세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것도 개인처럼 분리해서 과세해야 한다. 양도소득세에서 개인과 법인을 차등해서 적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 법인(회사)의 토지 순취득(=매입-매각)을 위한 지출이 OECD 평균보다 무려 9배나 많은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 은행의 기업 금융이 미래 수익성이나 사업성에 기반한 대출보다 부동산 담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와 매각으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가 매우 약하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다.
개별법인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해당 법인에게 유익한 것이지만, 국민경제 관점에서 보면 해로운 경제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부동산이 돈이 안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행위자인 회사가 생산적 경제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보유세를 충분히 강화하면 양도차익이 별로 발생하지 않아 양도소득세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에 다른 변수가 생기거나 국지적 개발과 도시 발전으로 인한 시세차익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까닭에 불로소득 환수 장치의 하나인 양도소득세 체계를 잘 갖춰놓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양도소득세와 관련한 한 연구에 따르면 10년간 양도차익 10억 원에 대한 세 부담은 0.5~6.1%인데 반해 근로소득 10억 원의 세 부담은 11.2~35.0%로 나타났다(아시아경제 2026.2.23. “與 보유세 좌담회…’세제 개편 없이 집값 안정 어려워'”). 생산적 노력인 땀의 가치보다 비생산적 노력인 땅의 가치가 더 존중받아왔다는 것인데, 이제 이 구조를 바꿀 때가 되었다.
분양가 15억 원 넘는 아파트, 누가 들어갈 수 있을까?
부동산이 돈이 되지 않게 하려면 신규주택 공급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 다르게 표현하면 이재명 정부가 주장하는 부동산 개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주택공급 방식은 무엇일까? 정부는 아마도 지난 1월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이란 제목으로 대책을 발표한 이후 구체적인 주택 공급 유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중요한 유형의 하나로 제시하려고 한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현재 주종을 이루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지역에 공급되는 신규분양 아파트는 32평형이 최소 15억 원이 넘을 것이고 고양창릉과 같은 3기 신도시의 경우에는 10억 원은 족히 될 텐데, 분양가가 이렇게 높으면 청약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목돈이 준비된 사람들이나 대출을 크게 일으킬 수 있는 고소득자들로 제한될 것이다. 분양가 자체가 높은 진입 장벽이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금의 토지까지 분양하는 주택 분양 방식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개혁과 부조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개혁으로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 국면에 들어가면 지금과 같은 방식의 분양 시장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분양 시장은 단순한 주거 선택의 과정이라기보다 자산 형성, 즉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분양가격이 기존 아파트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고, 입주 시점에는 시장가격이 더 올라 분양 자체가 상당한 시세차익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청약은 거주를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일종의 자산 형성의 기회로 여겨진 것이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환경에서는 이런 기대는 사라진다. 분양가격이 현재 시세보다 낮더라도 입주 시점에 가서 시장가격이 하락하거나, 심지어 분양가보다 시장가격이 낮아질 가능성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 분양 시장에 대한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경험했듯이 집값 상승기와 하락기에 따라 분양 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불로소득이라는 더러운 음식물을 치워버리면
반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이런 문제들을 너끈히 극복할 수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면 투기 중심이었던 분양 시장의 성격은 거주 중심으로 전환된다. 왜냐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시 말해서 분양가를 기준으로 약간 등락할 수 있도록 얼마든지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같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비슷한 비용이 투입되는 전세와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전세는 2년 혹은 4년에 한 번씩 이사해야 하지만 토지임대부 주택은 내 집이기 때문에 거주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다. 즉 토지임대부 주택은 전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주거 안정성이 높다. 그러므로 최소한 서울 도심 등에 소재한 국공유지 등에는 청년과 신혼부부도 진입할 수 있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위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
반백 년 동안 지속되어 온, 그래서 대한민국을 망국으로 몰고 간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에서 키워드는 ‘불로소득’이다. 그러므로 세제를 통해서 불로소득이라는 더러운 음식물을 치워버리면, 즉 투기용 보유가 하나 마나 한 일이 되어버리면, 또한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보유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면, 법인도 불로소득을 누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면, 그리고 여기에 이재명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방화 시대’가 착착 진행되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의 가능성은 더 올라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