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정원오의 토지공개념 실현 공약에 눈길 가는 이유
남기업 /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대한민국의 최우선 과제는 부동산 문제 해결이고, 그 해결책은 부동산을 통해 막대한 불로소득(초과이익)을 얻을 수 없도록 제도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로 대한민국 모든 정부는 이 과제 해결에 실패했다. 어떤 정부는 의지는 있었으나 정책 역량이 부족하거나 미숙했고, 또 어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내세우면서 직접 투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이는 부동산 기득권의 저항이 그만큼 강력했음을 뜻하며, 우리 내면에 도사린 불로소득에 대한 욕망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대로 방치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경고처럼 국가가 ‘망국(亡國)’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듯이 불로소득을 향한 끝없는 욕망은 국가 공동체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앙과 지방정부를 아우르는 ‘부동산 대전환’의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어느 정부보다 강고하고 구체적이다. 특히 주택뿐만 아니라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과 농지 투기까지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은, 대통령이 명실상부한 부동산 대전환의 청사진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을 추측하게 해준다.

추미애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그동안 보여온 부동산 발언 역시 주목할 만하다. 추 후보는 2017년 9월 초 민주당 대표 연설에서 ‘지대개혁’을 주창했는데, 이는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과 정확히 일치한다. 추 후보가 문제 삼은 ‘지대’가 바로 불로소득이다. 그는 2021년에도 부동산이 “한국 경제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개헌을 통해서라도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 조항’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 “헌법 안에서 잠자고 있는 토지공개념을 다시 부활시켜, (국민에게) 포기와 좌절 대신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드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표현은 다소 다르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추미애 후보의 부동산 철학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만약 추 후보가 당선되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대전환 기조에 맞추어 ‘경기도형 부동산 대전환’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원오 후보의 토지공개념 정책 제안
여기에 반가운 흐름이 하나 더해졌다. 바로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다. 그간 뚜렷한 부동산 철학을 드러내지 않았던 정 후보는 지난 8일,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유엔(UN) AI 허브’를 유치하겠다는 핵심 공약을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개발 방식이다.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장기 임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토지 불로소득을 원천 차단하여 투기를 막는 ‘토지공개념’의 실현과 다름없다.
토지공개념 실현, 다르게 표현하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세제개혁을 통해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접근이고, 둘째는 소유권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후자는 공공택지 매각을 금지하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 그리고 정원오·추미애 후보가 공약한 ‘토지임대형 개발’과 맥을 같이 한다. 토지소유권은 공공이 보유하되 민간에는 사용권을 충분히 안정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야말로 소유권 구조를 통한 토지공개념 실현인 셈이다.
중앙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혁,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로
부동산 세제는 중앙정부와 국회의 고유 권한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개혁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유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낮추어야 한다. 투기 차단의 가능성은 보유세 실효세율 강화의 목표를 제시하고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데 있다. 보유 부담이 높아지면 투기 수요가 줄어들고, 다르게 표현하면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와 공급이 늘고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 욕구도 진정된다. 특히 시장에서 퇴장했었던 도시와 농촌의 빈집들이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되면서 실질적인 공급 확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서 과세하는 방향으로 보유세 체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 토지에 집중적으로 과세하되 건물에 대한 세 부담은 낮추어야 한다. 이는 해외의 성공 사례에서도 입증되었듯,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촉진하고 방치된 유휴지에서 건축이라는 생산적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다. 증축과 개축 역시 활성화될 수 있다. 그리고 조세 공평성을 높이기 위해서 부동산 유형별 차등 과세가 아니라 개인 혹은 법인이 보유한 모든 토지를 합산해서 과세할 필요가 있다.
셋째, 양도소득세는 시세차익인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인 만큼 근로소득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비생산적인 ‘땅’의 가치가 생산적인 ‘땀’의 가치보다 존중받던 기형적 구조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현재 논란이 되는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실거주’로 엄격히 제한하고, ‘비거주’에 대한 혜택은 축소·폐지해야 한다. 나아가 실거주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현재 80% 수준에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보유세가 충분히 강화된다면 양도차익 자체가 줄어 양도소득세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국지적 개발이나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시세차익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합리적인 양도소득세 체계를 갖추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토지임대형 개발의 성공 조건
이제 두 번째 경로인 ‘소유권 구조를 통한’ 토지공개념 실현, 즉 토지임대부 개발을 살펴보자. 정원오 후보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부지를 매각하지 않는 토지임대형 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공약하면서, 개발권 매각을 통해 1조 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장기 임대료를 통한 안정적 현금흐름 창출과 개발 완성 후 자산가치 상승을 동시에 이루겠다고 밝혔다.
매우 고무적인 목표다. 하지만 토지임대형 개발의 성패는 사회가 창출한 토지 가치를 공공이 토지임대료로 얼마나 제대로 환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환수 임대료’가 ‘시장 임대료’를 따라가지 못해 그 괴리가 커지면 투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정 후보가 직접 언급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가 바로 그 반면교사다.
IFC는 토지임대형으로 개발되었음에도, 개발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2.5조 원 이상의 불로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소유 부지 약 1만 평을 미국 AIG가 99년간 임대해 개발한 이 사업에는 약 1조6450억 원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10년 후 처분이 가능하다는 조항에 따라 AIG는 2016년 브룩필드에 2조 5500억 원에 자산을 매각하며 약 900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었다. 이후 브룩필드는 2022년 미래에셋에 4조1000억 원에 재매각을 시도했는데, 이를 통해 추산되는 브룩필드의 잠재적 불로소득만 최소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결국 최소 2조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토지 불로소득은 시장 임대료를 반영하지 못한 저렴한 환수 임대료가 낳은 결과다. 정원오 후보는 이 간극을 메울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가장 참고할 만한 모델은 그가 언급한 뉴욕의 ‘배터리 파크시티'((Battery Park City)다. ‘세계금융센터(World Financial Center)’가 위치한 이곳은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되, 임대료를 정기적으로 재조정(reset)하여 도시 발전에 따른 토지 가치 상승분을 공공이 환수해왔다.
그 결과 건물가격에서 과도한 시세차익이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임대료 재조정 시기가 다가오면 건물가격이 하락하는 안정적인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확보한 토지임대료 수입을 뉴욕시의 주거 복지의 재원으로 투입하고 있는데, 배터리 파크시티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4억6100만 달러의 자금을 뉴욕시 저소득층 주택 확보를 위해 출연했고, 2024년에는 5억 달러를 뉴욕시 전역의 저소득층 주택건설 및 유지에 지원하기로 발표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환수 임대료와 시장 임대료의 격차를 좁혀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투기를 차단하고, 용산이 공공의 수익이 계속 커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시민 전체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당하는 진정한 토지공개념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한편 정원오 후보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공급할 주택 유형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토지를 매각하지 않는다면 주택 유형은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된다.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건물까지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추미애 후보 역시 경기도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공약했다는 사실이다.
비슷한 비용이 들어가는 전세와 비교했을 때 월등한 주거안전성을 보여주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의 핵심 목표는 두 가지. 첫째는 저렴한 가격에 분양주택을 공급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저렴함이 지속되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즉, 건물만 분양하여 초기 진입 장벽은 낮추되, 막대한 시세차익이 초기 분양자에게 돌아가는 ‘로또 아파트’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건은 역시 토지임대료의 현실화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2011~2012년 강남·서초 지역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당시 토지임대부 주택은 주변 시세의 1/4 수준인 2억2천만 원(강남 세곡지구 84㎡ 기준)에 분양되었으나, 월 임대료는 35만 원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낮은 토지임대료 탓에 전매제한 풀리자 가격이 급등했다. 실제로 강남 브리즈힐 84㎡의 최근 거래가는 12억3000만 원으로, 인근 일반 분양 아파트 가격 16억3000만 원의 약 75%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렇게 분양가 대비 6배가 넘게 가격이 뛴 이유는 명확하다. 토지임대료로 환수되지 않은 토지 가치 상승분이 고스란히 건물가격에 전이(자본화)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된 주택이 최초 분양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로또 상품’으로 변질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계하는 ‘로또화’를 방지하려면 토지임대료를 현실화해야 하고, 배터리 파크시티처럼 시장 상황에 맞춰 정기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건물가격이 약간 오르거나 일정 수준 안에서 움직이도록 토지임대료 체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불로소득은 결국 토지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토지임대부 개발의 초기 택지 조성 비용 조달 방안으로 국민연금의 참여를 제안한다. 임대료를 현실화할 경우 토지임대 수입의 계속된 증가는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수익률을 상회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이 투자자로 참여하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임대료 인하 압력으로부터 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공공주택 투자에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의 안정적 투자처 확보와 부동산 대전환은 충분히 양립 가능한 전략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

지방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신규주택 공급과 주거 복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반면 중앙정부는 금융과 세제, 공급 전반을 아우르며 국가 전체의 틀을 결정한다. 하지만 정책을 실현하는 일은 결국 중앙과 지방의 긴밀한 호흡에 달려 있다.
잠시 노무현 정부 시절을 떠올려보자. 당시 토지공개념을 강력히 추진하려던 정부 앞에는 부동산 투기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명박 서울시장과 토지공개념 정신이 약했던 손학규 경기지사가 있었다. 중앙정부의 정책 준비 부족도 원인이었으나, 수도권 단체장들의 노골적인 비협조와 비난은 정책 추진의 뼈아픈 걸림돌이었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군청 수준’이라 폄훼했고, 언론의 거센 공세 속에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었으니, 이런 가운데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지방선거 결과를 예측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만약 추미애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정원오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이것은 대한민국에 부동산 대전환의 기회가 왔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바라던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이라는 과제가 실현될 기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