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잡았는데 강북 불타올라…보유세 정상화해야

[시민언론 민들레]

8·2세제개편안 발표 후 1달이 흘렀다. 세부담이 크게 늘어날 초고가 주택들이 즐비한 강남은 매물이 크게 느는 등 진정되는 상황이지만 세부담이 오히려 줄고 대출 부담도 없는 강북은 신고가를 갱신하는 등 폭등장이다. 이제라도 보유과세를 보편적으로 정상화하는 등 주택소유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서울 등의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다.

20~30억 낮춘 초고가 주택 급매물도 등장한 강남

31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권에는 세제개편안 발표가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우려한 급매물이 크게 증가했다.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똘똘한 한 채’로 대변되는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까지 1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고되면서 처분에 나서는 1주택자들 물건까지 늘고 있어서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대형 주택형을 중심으로 직전 최고가 대비 20억∼30억원씩 낮춘 급매물이 나온다. 지난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전보다 급매 가격이 더 낮아질 기세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가의 아파트를 현금으로 매수한 사람들보다 이 아파트에 오래 거주한 토박이이자 은퇴자들의 매물이 꽤 나온다”며 “매수자들도 앞으로 보유세 부담이 얼마나 늘지 모르니 관망하고 있어 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개사는 “양도세 중과 시행 급매물이 늘었다가 중과 시행 후에 가격이 다시 올랐는데 지금은 거래할 수 있는 시세를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라며 “세제개편 확정안을 지켜봐야겠지만 고가주택 세제 완화는 언급되지 않고 있어서 5월 초 가격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도 세 부담을 우려한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전용면적 84㎡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 최근 시세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50억원 초반에 급매물이 나온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추진 전부터 살던 실수요자들은 양도차익이 커서 장특공제 한도가 생기면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보유세도 1년에 3000만∼4000만원으로 뛰면 은퇴자는 물론 직장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매도 여부를 놓고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매도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당장 비과세 혜택을 받고 집을 팔아도 양도세와 취득세를 내고 나면 주거지 수평 이동도 어렵기 때문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주택자는 집을 팔고 무엇이든 사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주거지를 옮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최근 언급되는 교환거래를 검토하는 집주인도 있지만 역시 세부담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매물이 폭발적으로 증가 중인 강남 아파트 시장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 3일 세제개편안 발표 당일 6만409건에서 30일 기준 6만 7695건으로 12% 증가했다.

특히 강남구는 현재 매물 건수가 1만 1041건으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많았고 서초구 8975건, 송파구 5903건 등으로 강남3구가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체 매물 중 강남3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8.3%에 달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 전세를 낀 매수가 많았던 마포구(15.8%), 성동구(14.3%), 동작구(13,0%) 등 한강벨트 일대도 매물이 서울 평균 이상으로 증가했다.

성동구 성수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당장 보유세 부담이 늘진 않더라도 앞으로 공시가격 변동에 따라 종부세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장기 보유자들은 양도차익도 커서 고민이 많다”며 “매수자들도 정부와 국회의 세제 개편 추이를 봐가며 움직이겠다며 관망하고 있어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 잡았는데 강북 불타올라…보유세 정상화해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저가 주택 밀집한 강북은 신고가 행진 중

강님이 소강상태에 돌입한 반면 중저가 아파트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에도 호가와 실거래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특히 6억원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과 비강남 아파트는 신고가 매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0.29% 오른 가운데 중랑구(0.56%), 성북·강북구(0.55%), 도봉·노원구(0.54%), 서대문구(0.53%), 강서구(0.50%) 등은 0.5% 이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제 대출이 용이하고 재건축 호재까지 겹친 노원구 상계동 일대 노후 아파트는 팔렸다 하면 신고가다.

노원구 상계 주공1단지 고층 전용 41.3㎡는 7월 말 5억 2000만원에 팔렸는데 이달 8일 5억 6000만원, 14일에는 5억 8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1년 전 3억 3000만원대에서 1억 5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와 세제개편안 발표로 중저가 아파트를 찾는 사람은 늘었는데 간혹 나오는 매물도 호가가 높아 매수자들도 쉽게 덤벼들지 못한다”며 “그러나 전세 품귀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서 대출이 용이한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면 더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공개될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과 국회 논의 과정에 따라 매매 시장이 본격적으로 요동칠 것으로 본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 집주인도 매수자도 매도, 매수 타이밍을 집지 못해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3일 발표안에서 큰 틀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까지 집을 팔아야 할 사람들이 많아서 정부 수정안과 국회 통과 과정을 지켜보며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바라본 노원·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1.14. 연합뉴스

감세와 대출 완화가 만나 중저가 주택 시장을 밀어올리는 중

강남권역을 제외한 강북 등의 주택시장이 폭등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조합이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재명 정부는 8·2세제개편안을 통해 초부자들을 제외한 주택보유자들에게 감세 선물을 줬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1주택 기준으로 종부세가 부과되는 공시가 12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48만 6719호(3.07%)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 따라 거주용 1주택자 공제 기준 금액이 14억 원으로 상향되면 36만2998호(2.29%)로 감소하게 된다.

약 12만 호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참고로 21억 원(시가 30억 원) 초과 주택은 16만 8000호(1.06%), 28억 원(시가 40억 원) 초과 주택은 6만 5000호(0.41%) 수준이다. 정부에서 말한 대로 실거래가 40억 초과 주택에 종부세 부담이 집중된다고 본다면 고작 0.41%에 해당하는 주택소유자들만 종부세 부담이 증가하는 셈이다.

지난 달의 세제개편안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는 증세, 상당수 일반 1주택자에게는 세 부담 완화라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상위 5분위에 해당하는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의 기대수익률은 크게 좋아진 셈이다. 강남권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부동산 세제개편안 주요내용①, 자료 : 재정경제부

게다가 이재명 정부는 대출까지 풀었다. 주택금융공사의 ‘청년미래 보금자리론’은 현재 월세 수준의 원리금으로 자가 주택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아파트나 더 큰 집으로 옮기는 ‘징검다리’가 되도록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수도권·규제지역 70%, 그외 80%) 혜택도 유지해준다. 정부는 기혼자가 대출, 주택 청약 등에서 미혼자보다 불이익을 받는 ‘결혼 페널티’도 없앴다. 서울 중저가 주택시장에 유입될 자금을 정부가 마련해 준 것과 다름이 없다.

8.13대책 부동산 실수요자 핀셋 지원 주요 내용, 자료 :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강남 집값에 관심을 갖는 건 강남 집값을 잡아야 전체 주택시장이 안정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목도하듯 그런 믿음은 깨졌다. 서울 주택시장은 전형적인 비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을 잡는다고 비강남 시장이 저절로 하향안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신물나게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제라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보유세 등의 부동산 세금을 보편적으로 증세해야 옳다. 그래야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강남과 비강남이 동조화 된다. 아울러 서울에 상상가능한 국공유지를 총동원해 군사작전하듯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비처럼 퍼부어서 민간주택이 독점하고 있는 서울 주택시장에 강력한 균열을 내야 한다. 경쟁이 있어야 시장이 정상화된다.

<민들레 2026.09.01>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