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함께 대출 폭증…신혼부부 빚더미서 출발

[시민언론 민들레]

결혼한 지 5년 이내인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액 중간값이 8년 새 무려 130%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등의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주택을 소유한 채로 출발하는 신혼부부들의 숫자는 격감한 반면, 이른바 ‘영끌’을 하는 신혼부부들의 수효는 폭증했다. 금리가 무섭게 고개를 들고 있는만큼 신혼부부들의 근심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및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군사작전하듯 대량으로 공급해 신혼부부들의 내집마련 걱정을 해소해 주어야 옳다.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 1억 7900만원…2016년에 비해 130.1%증가

28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2024년 기준 1억 7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5.0% 늘어난 수준이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6년(7778만원)과 비교하면 130.1% 증가했다.

대출잔액은 제1, 2금융권에서 받은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의 기업 대출이 포함된다. 중앙값은 대출잔액이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대출잔액의 값을 크기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값을 말한다.

대출잔액 중앙값은 2017년 9000만원, 2018년 1억원으로 늘었고, 이후 부동산 경기 상승세와 함께 2021년 1억 5000만원을 넘어 2022년 1억 6000만원대를 기록했고 2023년(1억 7051만원)으로 1억 7000만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와 올해 들어 집값과 전세 가격 상승이 잇따르고 결혼 시장 관련 비용도 꾸준히 늘어나며 대출잔액 중앙값은 한층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잔액 구간별로 살펴보면 3억원 이상의 대출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고액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3억원 이상 대출 비중은 2016년 5.3%에서 2024년 24.0%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1000만원 미만 소액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8.8%에서 4.6%로 줄었고, 1000만∼3000만원 미만 비중도 14.7%에서 5.7%로 크게 낮아졌다. 3000만∼5000만원 미만 비중도 12.1%에서 5.6%로 축소됐다.

소액 대출은 줄고 고액 대출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모습이다.

결혼과 함께 대출 폭증…신혼부부 빚더미서 출발
ㅏㄹ신혼부부 대출추이, 자료 : 국가데이터처

주택을 보유한 신혼부부들은 즉시 빚더미 위에 앉아

한편 서울에 살면서 집을 가진 신혼부부 10쌍 중 3쌍은 보유 주택의 공시가격 총액이 6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유주택 신혼부부는 크게 줄어든 가운데 고가 주택자산을 보유한 부부는 늘면서 주거 자산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8일 국가데이터처의 ‘초혼(5년 이내) 신혼부부 특성별 주택자산 가액별 신혼부부 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거주 유주택 신혼부부 4만 8989쌍 가운데 보유 주택 공시가격 총액이 6억원을 초과하는 부부는 1만 5368쌍으로 전체의 31.4%를 차지했다.

서울 유주택 신혼부부의 85.6%(4만 1926쌍)는 1주택자로, 사실상 집 한 채 자체의 가격이 6억원을 넘는 경우가 다수인 셈이다.

3억원 초과∼6억원 이하는 38.5%(1만 8861쌍)로 가장 많았고, 3억원 이하는 30.1%(1만 4761쌍)였다.

해당 통계는 부부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집계되고, 주택에는 아파트와 단독·연립·다세대 주택 등이 포함된다.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6억원을 당시 공동주택 현실화율(69%)을 적용해 역산할 경우 대략 시세 기준 8억원대 후반 주택 자산에 해당한다.

‘6억원 초과’ 주택자산 보유 비율은 서울에서 유독 높았다.

서울 거주 유주택 신혼부부 주택자산 가액별 추이, 자료 : 국가통계포털

2024년 전국 유주택 신혼부부 가운데 6억원 초과 주택 자산 보유 비율은 9.3%에 그쳤다. 서울과 세종(10.9%)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시·도는 모두 한 자릿수대에 머물렀다.

9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뚜렷하다.

서울 거주 신혼부부의 6억원 초과 주택자산 보유 비율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5.9%에서 5.3배로 높아졌다.

2021년 40.6%까지 올랐다가 2022년 27.0%로 떨어졌지만, 2023년 27.8%, 2024년 31.4%로 2년 연속 다시 상승했다. 당시 서울 집 값 상승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구 감소와 만혼 등의 영향으로 서울의 전체 유주택 신혼부부 규모가 줄어드는 동안,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자산을 보유한 부부는 증가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표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거주 전체 유주택 신혼부부 규모는 2015년 8만 8500쌍에서 2024년 4만 8989쌍으로 무려 44.6% 줄어든 반면,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 자산을 소유한 부부는 같은 기간 5254쌍에서 약 3배로 늘었다.

반면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부부는 6만 3290쌍에서 76.7% 급감했다.

주거 여건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서울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2024년 기준 전국 신혼부부(75만 6358쌍) 중 서울 거주는 14만 3820쌍으로 19.0%를 차지했다. 유주택 신혼부부(32만 3105쌍)로 좁혀보면 15.2%(4만 8989쌍)였다. 모두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맞벌이 부부와 자녀 있는 부부가 대출 더 받아

맞벌이와 외벌이 부부간 차이도 나타났다.

맞벌이 부부의 대출액 중앙값은 2024년 1억 9800만원으로 외벌이(1억 5787만원)보다 4000만원 이상 많았다.

3억원 이상 고액 대출 비중 역시 맞벌이가 28.0%로 외벌이(18.8%)보다 높아, 소득이 안정적인 맞벌이 가구에서 대출 규모를 더 키우는 경향이 나타났다.

자녀 유무에 따른 차이도 있다.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1억 8826만원)이 무자녀 부부(1억 6950만원)보다 많았고, 3억원 이상 비중도 유자녀(26.8%)가 무자녀(21.1%)를 앞섰다.

자녀 양육비용과 함께 주거 규모를 넓히면서 대출 부담도 함께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예비 부부가 결혼박람회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금리 쓰나미에 신혼부부 부담 커질 듯

문제는 금리가 고개를 바짝 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7월과 8월 연속 인상하며 기준금리는 3.0%까지 높아졌다. 올해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과 같은 연 3.18% 수준으로, 올해 4∼7월 넉 달째 올라 2024년 12월(3.22%)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상황이다.

앞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자산 축적 기간이 짧은 신혼부부의 이자 상환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대출금리 상승 (PG) 연합뉴스

토지임대부와 공공임대가 신혼부부들의 구원이 될 수 있을 것

위에서 살핀 것처럼 신혼부부들이 큰 빚을 질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서울 등의 과도한 집값 때문이다. 부모를 잘 만나지 않는 한 자가건, 전세건 막대한 대출을 받고 신혼 생활을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서는 문제가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반도체 특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도 막대한만큼 정부는 서울 등의 요지에 위치한 국공유지에 대량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밀어넣어야 한다.

노태우 정부 당시 추진했던 주택 200만호 건설을 벤치마킹해 군사작전하듯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옳다. 시차를 두고 이런 주택들이 대규모로 쏟아져나오면 기존 민간 매매시장과 임대차 시장도 하향안정화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이 보다 근본적이고 확실한 신혼부부 정책도 드물 것이다.

세곡동 공공임대주택단지.

<민들레 2026.09.28>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