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경제톺아보기]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정부가 다주택자와 ‘투기성 1주택자’ 규제 방안을 집중적으로 궁리하는 사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이제 보합수준까지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가격흐름을 선도하는 강남 3구는 전주에 비해 낙폭이 더 커졌다. 또한 시장참가자들의 심리를 알려주는 매매수급지수가 서울 동남권의 경우 1년여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 혁파를 외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가격이 조만간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아파트 시장의 최정점이라 할 강남이 이재명 대통령의 맹공에 휘청거리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주된 근거 세 개를 따져보고자 한다.
강남불패 신화가 무너지는 국면에 진입한 부동산 시장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첫째 주(3월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09%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주보다 0.02%포인트 줄어 5주째 축소됐다. 한편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가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급매물의 거래가 분수령이 될 시점으로 전망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체 가격 지표의 하락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31%→0.27%→0.22%→0.15%→0.11%→0.09%)로 5주 연속 둔화하며 보합 사정권에 들어온 상태다.
한편 지난주 하락 전환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는 2주째 약세를 이어갔다.
송파구(-0.09%)는 신천·잠실동 대단지 중심으로 하락하며 직전 주 대비 하락폭을 0.06%포인트 키웠다. 강남구(-0.07%)는 압구정·대치동 위주로 가격이 낮아지며 내림폭이 0.01%포인트 확대됐다. 서초구는 -0.01%를 기록했고 용산구(-0.05%)는 전주보다 하락폭이 0.04%포인트 커졌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고자 5월 9일 이전에 계약을 완료하려는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계속 등장하고, 향후 보유세 개편으로 세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한 고가 1주택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도 속속 나오면서 상급지인 이들 지역의 집값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을 아래인 99.6을 나타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기준선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음을 뜻한다. 즉 매수자우위시장이란 뜻이다.
이로써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작년 2월 첫째주(98.7) 이후 1년여 만에 기준선을 밑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는 대통령 탄핵 정국 등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아파트 매수 심리가 위축된 시기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에서도 집값을 선도하는 상급지의 가격 하락 압력이 두드러지면서 조정 흐름이 주변 지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도 증가 중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지난 한 주 동안 서울 25개 구의 매물이 모두 증가했다.
시장의 주도권이 매수인에게 넘어온만큼 급하게 매물을 처분하려는 매도인들의 조급함이 호가를 더 크게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불로소득공화국 혁파에 명운을 건 이재명 대통령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자신하는 까닭 중 으뜸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의무소각 등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증시 밸류업 드라이브와 AI 등을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투자에 올인했다. 이재명 정부의 이런 노력에 더해 AI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무제한 투자 경쟁이 겹치면서 반도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한 덕에 코스피는 로켓처럼 튀어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날인 2025년 6월 4일에 종가 기준 2770포인트였던 코스피는 올 1월 22일 장중이긴 하지만 5000포인트를 찍었다. 최근에는 60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주목할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혁파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시점이 코스피가 장중이긴 하지만 5000포인트를 넘은 다음 날이라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가 불가역적 대세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월 23일 SNS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재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거의 연일 이어졌다.
최근 이 대통령은 “미리 언명한 것처럼 국민들께서는 저에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권력을 맡기셨고, 그 힘을 위탁받은 제가 표를 계산하지 않고 일각의 비난과 저항을 감수하기만 하면 세제, 금융, 규제 등 막강한 권한으로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얼마든지 있다“고 천명했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 대통령이 이룬 성과들의 뒷받침을 받아 시장에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거쳐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보인 실력과 업적을 보아온 터라 대통령의 발언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특히 무서운 건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총론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각론에도 정통하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내놓는 메시지들은 하나 같이 시장의 병목지점을 적확하게 타격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과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 달성을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 온존하는 한 그 두 목표의 달성은 불가능하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의 혁파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인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보유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를 2월 27일 매물로 내놓은 것도 배수진의 상징이다. 일찌기 자신이 살던 주택을 팔고 무주택자가 되면서까지 부동산시장 정상화에 대한 전의를 불태운 대통령은 없었다.
호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글로벌 통화 긴축드라이브의 신호탄?
호주 중앙은행(RBA)이 최근 기준금리(Official Cash Rate)를 인상(2월 3일, 3.60%→3.85%)한 것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큰호재다. 호주 중앙은행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지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호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중요한 건 코로나19 위기 이후 주요국 중 통화정책이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동결 구간을 거쳐 다시 인상으로 선회한 첫 번째 사례라서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인플레이션의 습격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렸었고 이후 금리를 내렸다가 대체로 동결기조를 유지했다.
금리의 글로벌 동조현상을 감안할 때 호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의 신호탄일 수 있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최근 PCE(개인소비지출)와 PPI(생산자물가지수)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아무리 워시가 5월에 연준 의장이 되더라도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드는 마당에 기준금리를 덮어놓고 내리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사실상 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되었다고 봐야 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마저 올라가는 마당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어떤 이유도 찾기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은 금리에 가장 민감하다.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는 수도권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
여기에 더해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가 더해졌다.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전북 새만금 지역에 9조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인공지능(AI)·로봇·에너지를 아우르는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한다는 소식은 지방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에 계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사업은 새만금 부지 112만4천㎡(약 34만평)를 활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피지컬 AI와 탄소 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투자는 ▲AI 데이터센터(5조8천억원)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4천억원) ▲수전해 플랜트(1조원) ▲ 태양광 발전(1조3천억원) ▲AI 수소 시티(4천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투자로 7만여명의 고용 창출과 1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되며 정부와 지자체는 투자 안착을 총력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7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정부 및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투자가 본격화하면 새만금을 중심으로 로봇, AI 및 수소 에너지 등 첨단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지속 가능한 지역 성장의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는 현대차그룹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인데, 현대차그룹이 최첨단 산업투자를 새만금에 하는 것이 너무나 중대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방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아무리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도 양질의 기업이 지방으로 가지 않으면 지방주도 성장도, 수도권 과밀화 해소도 불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산업군을 전북 새만금에 넣겠다는 건 지방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의 획기적 변곡점이 될 것임과 동시에 수도권으로의 쏠림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도 자명하다.
부동산시장 정상화가 가시권에 들어와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끝장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전에 없이 확고하고,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대규모 투자가 보여주는 것처럼 지방주도 성장을 통한 대전환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금리의 방향성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친화적이지 않다. 이쯤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과의 전쟁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닐 성싶다.
근래 들어 나타나는 강남권역 등 아파트 시장의 하락 추세는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더 무서운 건 이제 고작 대세하락의 초입이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