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부동산 불로소득 정면 겨냥했지만 실행은 미흡… 남은 골든타임은 1년뿐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냈다.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에는 최고 45%의 세금을 물리면서, 가만히 앉아 자산가치 상승을 누리는 부동산 투기 소득에는 온갖 공제로 세금을 깎아주는 ‘투기 권장 사회’가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역대 그 어떤 대통령도 이토록 정확한 인식과 단호한 어조로 불로소득 문제를 정면 겨냥한 적은 없었다. 일본식 장기 침체와 금융기관의 대형 사고를 막기 위해 폭탄 돌리기를 끝내야 한다는 국가 수반으로서의 위기의식도 시의적절했다. 부동산 불로소득 체제가 노동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의 생산적 자본을 콘크리트 바닥에 묶어두고 있다는 인식은 부동산 대전환의 당위성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크게 미흡한 지난 1년간의 부동산 정책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러한 대통령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가 보여준 부동산 정책은 미흡하고 아쉬움이 컸다고 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유례없이 강렬했으나 정작 시장에 투사된 정책 내용은 그 발언과 거리가 멀었다.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아쉽게도 대통령의 발언처럼 불로소득 체제를 뿌리 뽑는 근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의미 있는 정책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거래를 제한하는 정책과 맞물린 탓에 우리는 지금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치솟는 초유의 난감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이렇게 정공법을 피해간 것이, 지난 1년간, 대책을 내놓으면 상승세가 주춤하다가 이내 다시 가격이 튀는 동일한 패턴이 반복된 이유다. 특히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1주택 비(非)실거주 양도세 혜택 축소 시그널 같은 일련의 대책들은 임대차 시장에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 1주택자의 비(非)실거주 혜택을 줄이려 하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선택하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중과세를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은 집을 비워둔 공실 상태로 매물을 내놓아 임대차 시장의 공급 부족을 초래했다.
여기에 매수 시 실거주를 의무로 하는 토허제까지 더해지자 세입자가 계약을 승계해 계속 주거권을 누릴 수 있는 길이 법적으로 차단되었는데, 이 고약한 ‘마찰적 병목 현상’들이 결합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전월세 가격은 상승하고 이것이 다시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다가오는 복합적 위기와 1년 남은 골든타임
여기서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사실은 부동산 대전환의 골든타임이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시기가 지나고 총선 정국으로 완전히 전환되면, 국회는 표 계산에 함몰되어 개혁 입법의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6·3 지방선거에서 정원오 후보의 패배로 서울 민심의 이반이 확인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간의 정당 지지율이 팽팽해진 지금, 여당 내부에서조차 청와대의 정책 방향에 엇박자를 내며 규제 완화론에 동조하는 이견이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표심에 저당 잡힌 정치인들이 청와대와 머리를 맞대고 부동산 대전환을 고민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다수 서울 및 수도권 의원이 그저 보유세와 양도세를 낮추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 사업성을 높여주자는 안이한 주장에 편승하리라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수없이 경험해온 바다.
그런데 근본적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향후 시장 환경은 더욱 악화될 소지가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 정책인 ‘신통기획’이 본격화되는 순간, 노후 주택 멸실로 인한 이주 수요가 주변 전월세 가격을 폭등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투입하여 서울의 집값을 올리려 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망을 무력화하는 반도체 대기업(삼성전자·SK하이닉스)발 거대 성과급과 특혜성 사내 저리 대출 자금까지 강남과 한강 벨트, 수도권 핵심지로 쏟아져 들어올 징후가 있다. 이 같은 복합 위기 속에서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탈출하기 위해선, 남은 1년 동안 부동산 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 패키지를 제시·입법화하고 실행해야만 한다.
세제개혁의 패러다임 전환: 보유세의 점진적 강화와 토허제 해제 검토
그렇다면 향후 1년 동안 이재명 정부가 가야 할 진짜 대전환의 방향은 무엇인가. 세제개혁의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부 초고가 주택만 겨냥하는 핀셋형 보유세 강화는 자금이 그 아래에 있는 중저가 시장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 전반에 팽배한 투기 심리를 완전히 제압하려면, 중저가 주택 구간을 포함하여 부동산 전반을 대상으로 보유세를 점진적·보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타협 없는 장기 로드맵을 선언해야 한다. 부동산 기대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꼭 필요한 부동산만 보유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어야 비로소 고소득자들의 무분별한 추격 매수와 갭투자 가수요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보유세 강화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내고 조세 저항을 완화하며 기본소득 시대를 안정적으로 열기 위해 보유세 세수 초과분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얼마든지 덧붙일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추가할 것은 세제 설계에서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우대와 보호는 보유세가 아니라 양도소득세에서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주택을 보유하는 단계에서는 주택 수가 아닌 개인이 보유한 주택 및 부동산 전체를 합산해서 가액을 기준으로 점진적으로 강화하되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혜택은 양도소득세가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라는 대원칙에 부합하도록, 부동산 매매로 얻는 자본이득에 대한 양도세율은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세 부담보다 항상 높게 유지해야 한다. 대통령이 강조했듯 자산 소득이 근로 소득을 압도하는 사회에서는 그 어떤 경제 혁신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모든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점진적 강화를 전제로 토허제 해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위적인 거래 제한은 갭투기를 막을 수 있지만, 세입자의 주거 연속성을 제한하고 임대차 매칭을 꼬이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거래는 자유롭게 허용하되 부동산 전반에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강화하여 대통령이 강조한 기대수익률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정공법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기업의 토지 투기, 이렇게 해결하자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했듯, 우리나라 기업의 토지 투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영리법인, 즉 기업이 보유한 토지면적은 2008년 2,839.6㎢에서 2024년 4,405.5㎢로, 16년 만에 무려 1,565.9㎢에 달하는 토지를 순매입한 셈이다. 이 엄청난 토지가 과연 생산적인 목적으로만 쓰이고 있을까. 투기적 목적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16년(2008~2024)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토지 매입에 무려 10배나 많은 자금을 쏟아부었다는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기업들이 이처럼 비생산적 경제활동의 전형인 토지 투기에 몰두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지금까지 부여해 온 과도한 세제 혜택에 있다. 선진국과 정반대로, 우리 세제는 주거용 부동산보다 산업용·상업용 부동산의 보유세와 양도소득세에 과도한 특혜를 베풀어왔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주거용 부동산뿐만 아니라 기업이 보유한 상업용·산업용 부동산 전체에 대해서도 보유세 실효세율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 체계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 개인의 부동산 양도차익을 종합소득세에서 분리해 과세하듯, 기업의 부동산 매매차익 역시 일반 법인세와 엄격히 분리하여 차등 과세해야 마땅하다. 법인의 노력 소득과 부동산 시세차익은 분리해서 후자를 전자보다 무겁게 과세해야 한다. 이렇게 땅을 쥐고 있어 봐야 세금 부담만 크고 매각해도 차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신호가 확실해질 때, 비로소 기업의 토지투기가 차단되고 자금이 ‘생산적 투자’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주택공급 패러다임 전환: 전세수요를 흡수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이와 동시에 주택공급 패러다임도 전면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 서울의 요지, 특히 용산 국제업무지구 같은 핵심 입지를 둘러싼 잠재적 분양 대기 수요는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잠재적 대기자들이 열망하는 것은 내집 마련을 통한 주거 안정도 있지만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아 로또를 누리겠다’는 투기적 기대감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듯이 이러한 방식의 주택공급 확대로는 투기를 차단하고 주거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유세의 점진적 강화라는 가격 하향 안정화 기조에 주택공급이 부합하려면 시세차익인 ‘로또’를 차단한 부담 가능한 방식이어야만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시장에 지속해서 공급하는 것이다. 로또를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이 전세보증금 수준 이하의 비용으로도 자가 보유의 기회를 얻고, 전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주거 안정성을 누릴 수 있는 주택 유형이다. 이는 현재 아파트 전세 시장으로 과열된 임차 수요를 대거 흡수하여 전세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가 될 것이다.
나아가 주택뿐만 아니라 앞으로 조성되는 모든 산업단지 역시 조성원가로 땅을 매각해 기업에 ‘산업단지 로또’를 안겨주던 기존의 분양 방식을 전면 개혁해야 한다. 토지소유권은 공공이 보유하되 기업에는 장기 임대만 해주는 ‘토지임대부 산업단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기업의 초기 토지 매입 비용을 ‘제로(zero)’로 만들어 혁신 기술 개발과 고용 창출에만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때 산업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정비사업의 혁신: 조합원 갈등 완화와 원주민 재정착률 제고가 가능한 모델
도시 정비사업 역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대전환의 핵심인 보유세를 강화하면 재개발·재건축 일반분양분의 분양가가 내려가므로, 정비사업의 사업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도시계획상 꼭 필요한 정비사업이 높은 분담금의 벽에 부딪혀 중단되거나 원주민들이 원치 않게 쫓겨나는 딜레마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에, 조합원들 간에 엄청난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대통령이 회견에서 언급한 ‘재개발 속도전’ 역시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세 난민을 양산해 전월세 가격 폭등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
이를 타개할 혁신적인 대안이 바로 ‘토지임대부 선택형 재개발·재건축’ 모델이다. 분담금 부담이 버거운 원주민 조합원이 공공기관(LH·SH 등)에 자신의 대지 지분을 매각하고, 그 매각 대금으로 분담금을 상계 처리하는 방식이 이 모델의 핵심이다. 이 방식을 선택한 조합원에게는 건물의 분양권만을 부여하여 결과적으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소유하게 함으로써 자가로 주거 연속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보유세를 강화해도 사업성이 있는 정비사업은 기존 방식으로 추진하되, 사업성이 낮거나 원주민 재정착이 어려운 지역에 이 모델을 도입한다면 분담금을 둘러싼 조합 간 갈등을 줄이는 것은 물론 원주민 정착률을 크게 높이는 상생형 도시 정비사업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대전환에 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부동산 대전환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개혁에 성공하려면 철저하게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이 지난 1년 동안의 경험에서 얻어야 할 유일한 교훈이다. 부동산 전반의 보유세 강화가 빠진 채 토허제로 거래를 묶거나 실거주자만 우대하며 양도세 규제에만 매달리는 방식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또한 막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하고 고분양가를 유발하는 종래의 공급 방식을 반복하는 것 역시 해법이 아니다. 이러한 단편적 규제와 구태의연한 공급의 반복은 결국 오세훈식 ‘공급 만능론’에 면죄부만 부여하고 청년 세대에게는 깊은 절망만 안겨줄 뿐이다.
대전환을 이뤄낼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정치적 상황도 녹록지 않다. 그런데 만약 이번 기회마저 놓치고 부동산 대전환에 실패한다면, 과거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심을 잃고 정권을 헌납해야 했던 부끄러운 역사를 또다시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의 실패는 단순한 정권 교체의 반복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마주한 상대는 내란을 획책하며 헌정 질서마저 유린했던 세력이라는 점을 단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공언했듯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오직 주권자인 국민만을 믿고 대전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야 한다. 용기를 내야 한다. 모든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의 점진적 강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위주로 한 주택공급, 투기가 차단된 토지임대부 산업단지 공급, 새로운 정비사업 모델 정착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 패키지를 통해 남은 1년 안에 부동산 대전환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여기에 정권과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