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마이뉴스] 초고가 주택 증세보다 중요한 것은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 구조다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정상화와 보유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의 방향 전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정책 목표가 다소 모호한 가운데 초고가 주택 시장을 제외한 서울 주택 시장에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가뜩이나 심각한 전월세난을 한층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0.4%에 해당하는 주택 소유자만 세 부담 늘어… 한강벨트 자극될 수도

이번 대책의 핵심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에 담겨 있다.
“거주용 1주택의 경우, 시가 20억 원부터 30억 원 수준까지는 세액이 줄어들게 되고, 30억 원부터 40억 원까지는 세액 변동이 크지 않게 해 최대한 보호하겠다.”, “40억 원에서 50억 원 수준을 초과하는 주택에는 과세를 정상화하겠다.”
정부 설명대로 이번 개편안은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는 대신 상당수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완화하는 구조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1주택 기준으로 종부세가 부과되는 공시가 12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48만 6719호(3.07%)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 따라 거주용 1주택자 공제 기준 금액이 14억 원으로 상향되면 36만 2998호(2.29%)로 감소하게 된다.
약 12만 호가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참고로 21억 원(시가 30억 원) 초과 주택은 16만 8000호(1.06%), 28억 원(시가 40억 원) 초과 주택은 6만 5000호(0.41%) 수준이다.
또 지난해 종부세 과표 구간별 납세 현황을 보면 전체 납세자는 48만 577명으로 전체 주택 소유자 1598만 명의 약 3% 수준이며, 이번 개편으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25억 원 초과 구간 납세자는 4084명으로 전체 납세 인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이번 개편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는 증세, 상당수 일반 1주택자에게는 세 부담 완화라는 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가 곧바로 서울 주택 시장 전반의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강남권 초고가 주택 시장은 상승세가 진정됐지만, 15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와 강남권을 제외한 이른바 ‘한강 벨트’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초고가 시장과 중고가 시장의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초고가 주택만을 겨냥한 세제 개편이 시장 전체를 안정시키는 처방이 될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의 개편안은 실거래가 약 30억 원 이하 구간의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완화되는 구간의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런 수요 이동이 나타난다면 한강벨트 등 인기 지역의 가격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 정말 통탄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실거주 중심 세제, 전월세 시장 자극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이번 세제 개편은 보유보다 실거주에 세제 혜택을 집중하고 있다. 실거주에 온갖 세금 공제 혜택을 몰아준 터라 비거주 1주택자들(실거래가 12억 원 이하 비과세 주택 소유자 제외)이 임차인 대신 자기 집에 들어가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양도차익 공제 한도(2028년 20억 원, 2029년 10억 원)에 가까운 양도차익이 생기는 ‘한강 벨트’ 소재 아파트를 소유한 비거주 1주택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거주 이전을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비거주 상태를 유지할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10년간 최대 80%)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고, 이는 최소 수억 원, 많게는 10억 원 이상 공제액에 차이가 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될 경우, 지금도 전세 수급이 불안한 일부 지역에서는 전월세 시장의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비거주 1주택자가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자기 집에 들어가면 전세 물량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역별 전세 수급 상황이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선호 지역에서는 전세 매물이 줄고 다른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공급 여건이 개선되는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등에 따른 전월세 품귀와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들은 이번 세제 개편안을 보면서 또 다른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특정 지역의 전월세난이 심화될 경우 이는 다시 매매시장으로 번져 주택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정부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서울 주택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22년 하반기와 2023년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폭락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2021년 10월 12일에 0.75%였던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13일에 3.50%까지 빠르게 상승했고, 이는 주택시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예상하는 기준금리 상단이 3.25%로 당시보다 낮고, 상당 부분은 이미 시장금리에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다.
또 당시와 비교하면 금융시장 환경도 다르다.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투자 수익과 일부 대기업의 높은 성과급 등으로 자금 여력이 커진 수요층이 존재하는 만큼, 금리만으로 서울 인기 지역의 수요를 충분히 억제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이번 세제 개편은 초고가 주택에 대한 과세 강화라는 정책 목표는 분명하지만, 서울 주택시장 전체의 수급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인기 지역의 매매시장과 전월세 시장에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강남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는 증세 부담을 안기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기 지역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 불안을 자극한다면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토록 정책 목표가 모호하고 외면받을 개편안을 왜 내놓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하겠다고 큰소리치던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한없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