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는 특권층만 있다
부동산 세금 감세 및 재건축 부담금 감면이 누굴 위한 것인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출범한 지 100일이 겨우 지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가 확연히 드러났다.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이라 할 세금정책과 공급정책의 윤곽이 명확하게 공표된 것이다. 이미 발표된 세금정책과 공급정책을 토대로 볼 때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철저히 특권층만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수도권 몰빵’에, 특권층을 위한 부담금 감면까지
정부가 8월 16일 광화문 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8·16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의 골자는 향후 5년간 공공택지 발굴 및 도심지역 정비구역 지정확대, ‘민간 도심복합사업’ 신설 등을 통해 270만 가구를 신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270만 가구는 서울 50만 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158만 가구, 수도권 외 지역에 112만가구로 구성되는데, 이는 전임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급규모(257만 가구)보다 공급량이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서울의 경우 직전 5년 평균 공급량 대비 50% 이상 물량이 증가해 서울에 신경을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270만호 공급 서울 50만호 정비사업 52만호 공공택지 88만호
등 주택공급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2022.08.16 ⓒ민중의소리
눈길을 끄는 건 정부가 민간주도 개발과 도심 정비사업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주도 도심복합개발을
민간주도 도심복합개발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부과기준과 금액 등을 완화하고, 안전진단 시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추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민간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한편 GTX역사 주변 등에 신규택지를 지정해 ‘콤팩트 시티’를 조성하는 방안(4기 신도시?), 2~3기 신도시는 교육 및 교통여건 개선에
착수하되 1기 신도시는 2024년까지 통합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계획, 청년원가주택 공급계획 등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정부의 8.16공급대책은 수다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시장에 대규모 주택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던 이른바 전문가들과 언론은 시장이 완연한 대세하락세로 접어들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공급부족론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만 등장하는 만들어진 신화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것이다. 필요성에 의문이 드는 대규모 공급의 실현가능성은
더욱 회의적이다. 시장이 무섭게 가라앉는 마당에 민간에서 신규택지건, 재건축 및 재개발이건 공급에 나설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또한 재건축부담금 경감 등이 보여주듯 8.16공급대책은 철저히 특권층을 타겟으로 한 것이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다. 필요경비와 정상지가상승분
등을 제외하고 조합원들이 얻은 불로소득 중 고작 10~20%를 환수하는 재건축부담금을 줄여줄 생각을 하니
말이다.
흔히 간과되고 있지만 이번 8.16공급대책은 ‘수도권 몰빵’이란 평가가 가능할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가뜩이나
지방소멸이 운위되는 마당에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이란 정책목표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될 지경이다,
재벌과 부자들에게 선물하는 감세패키지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넘어오면 상황은 절망적이다. 이미 정부는 상반기에 아래와 같이 감세 드라이브를 건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감세 드라이브
◇ 부동산 시장 안정 및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 선제적으로 개정 → ‘22.5.10일(양도분)부터 소급
적용
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간 한시 배제
➁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보유·거주기간 재기산 제도 폐지
➂ 일시적 1세대 2주택 비과세 요건 완화(1→2년, 전입요건 폐지)
◇ 임차인 부담 완화 등을 위한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 마련
➀ 상생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특례 확대 개편
➁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가 배제되는 건설임대주택 요건 완화
➂ 건축허가 대상 미분양주택 종부세 합산배제 요건 완화
◇ ’22년 종부세 부담 완화를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100→60%)
즉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배제하고 일시적 1세대 2주택 비과세 요건을 완화하는 등 양도세 감면을 추진하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종부세를 감면하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금의 100%에서 60%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아직도 배가 고픈지 종부세를 사실상 형해화하기 위해 나섰다. 정부는 지난 7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부세 과세를 주택 수에 따른 차등 과세에서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고 세율도 상당 수준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현행 종부세율은 일반(2주택 이하) 납세자에게는 0.6~3.0%가 적용되지만, 다주택자(3주택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경우는 1.2%~ 6.0%로 크게 오르게 설계되어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 차등적용은 당연히 투기억제 목적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개정해 다주택자와 일반 납세자에게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0.6~3.0%인 현행 종부세율도 2019년 일반 납세자 수준인 0.5~2.7%로 낮추기로 한 바 현행 1.2%~6.0%인 다주택자의
종부세 세율은 0.5~2.7%로 폭락하게 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법인에 대한 종부세 세율도 기존의 (2주택 이하)3.0%~(3주택 이상)6.0%을 2.7%의 단일세율로 크게 낮출
계획이며, 2006년 이후 6억 원으로 고정됐던 다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9억 원으로 3억 원이나 더 올리고, 1세대 1주택자
기본공제금액도 현행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1억 원 더 올릴 예정이다. 끝으로 윤 정부는 일반 납세자 150%, 다주택자 350%로
구분된 종부세 세부담 상한을 150%로 크게 낮출 것을 천명했다.
주지하다시피 종부세는 부동산불로소득 환수를 통한 시장안정 기능, 자산불평등 완화 기능, 납부된 종부세 전액을 지방교부금으로 지방에 내려줘
낙후된 지방을 개발하는 국가균형발전 기능 등의 순기능을 하는 세금이다. 더구나 주택분 종부세의 경우 초고가 1주택자나 다주택자들에게만
부과되는 부유세 성격이 짙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보면 주택분 종부세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수준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기능 폐지, 법인에 대한 중과
폐지, 공제액 상향과 세부담상한 하향 등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이 원안 내지 원안에 가깝게 국회를 통과해 입법이 되는 순간 주택분 종부세는
사실상 완벽히 무력화한다.
한마디로 말해 부동산 세금 정책은 다주택자와 초고가 1주택자들과 법인만을 위한 것이며, 다주택 보유와 투기를 권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남 창원 진해구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8.31.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등 뒤에 어른거리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그림자
취임 100일 만에 집값과 전셋값을 잡았다는 윤 대통령의 허무맹랑한 자화자찬과는 별개로 윤석열 정부의 임기는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기와
정확히 겹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제정책과 공급정책이 투기와 가격 상승에 친화적이라고 해도 윤 대통령 임기 중에는 시장이 하향안정화할
확률이 높다.
문제는 그 다음 정부다. 지금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가격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정책수단들을 총동원 중이다. 비유하자면 정부는 대화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장작더미를 부지런히 쌓고 있는 것이다. 만약 윤 정부 임기 말이나 다음 정부 초에 기준금리가 추세적으로 인하되기 시작하고
시장에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국면이 도래하면 윤 정부가 쌓아놓은 장작더미에는 불이 붙을 것이고 한 번 붙은 불은 대화재로 발전할
것이다.
이전에도 똑같은 길을 간 정부들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다. 이들도 부동산 투기와 가격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총동원했고, 그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4년부터 작년까지 부동산 투기 광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부디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이런 기대가 헛될 것이란 강한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