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재명 정부가 가야 할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 종합대책에 반드시 보유세 강화 등 포함해야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이 7월 말에 발표된다고 한다. 이번 대책의 배경과 관련하여 정부의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거시경제적 상황을 짚으며 의미심장한 진단을 내놓았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예년에 비해 약 3배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전년 대비 상장회사들의 이익도 3~4배 증가하고 있다”며 “그만큼 막대한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1년 전과 비교해 부동산 시장의 수요 압력이 훨씬 더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7월 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전주의 0.27%를 넘어 0.30%로 치솟으면서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는 김 실장의 우려는 더욱 깊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시장의 경고음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7월 말 발표할 부동산 대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는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부동산 세제다. 대출과 무관한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거품을 키우지 않도록 하는 역할은, 다시 말해 여차하면 튀어나올 준비가 된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하는 일은 결국 세제가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투기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신규 공급은 없다
최근 정부 당국이 강조하듯 신규 공급도 중요하다. 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급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빵을 만들듯 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하는 건 불가능한 반면 투기수요는 환경만 조성되면 순식간에 폭증하므로 공급 증가만으로 지금의 가격 폭등을 차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투기수요는 가격 하락 신호가 감지되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므로 관건은 이 투기수요를 차단할 부동산 세제 개편이라는 튼튼한 ‘댐’을 먼저 쌓아 올리는 일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세제 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부동산 기대수익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보유세 강화’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하면 OECD 국가 평균의 1/2도 안 되고 미국의 1/5밖에 안 되는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7월 말 발표할 정부 대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과 언론 일각에서는 보유세 강화 정책을 두고 그릇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여전히 해묵은 오해를 유포하여 제대로 된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 이에 보유세를 둘러싸고 대표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해명을 시도하고자 한다.
세제 개편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전문가와 언론은 과거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개편 등을 통해 보유세를 강화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집값이 폭등했다는 사실을 전형적인 근거로 삼는다. 세제 개편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 정부 시기에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보고 보유세 강화는 집값의 하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면 보유세 강화가 ‘자동으로’ 집값의 하향 안정화에 기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 개편이 투기 차단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두말할 필요 없이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고 풍선 효과도 일어나지 않는 ‘제대로 된 세제 개편’이어야 하고, 또 하나는 입법화된 제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기준으로 민주 정부의 경험을 살펴봐야 제대로 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참여정부 : 신뢰를 잃은 정책은 투기 심리를 꺾지 못한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보유세 논쟁’이 치열했을 정도로 역대 정부 중 보유세 강화 의지가 가장 강력했고, 실제로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재산세 강화라는 구체적인 입법 성과까지 이뤄냈다. 그 결과 2003년 0.115%에 불과했던 보유세 실효세율을 2007년 0.157%까지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값 폭등세는 멈추지 않았다.
물론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았으면 더 폭등했을 것”이라거나 “그나마 구축된 보유세의 댐 덕분에 이만큼 방어한 것이며 같은 기간 해외 선진국은 더 많이 올랐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일정 부분 사실에 부합하더라도, 대중과 시장을 설득하기엔 약하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보유세 강화라는 강력한 칼을 뽑았음에도 왜 끝내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던 걸까’ 하고 말이다. 그 대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장이 정부 정책의 ‘장기 지속성’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참여정부는 시장에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집권 초기에 보유세 강화 입법화에 실패했다. 안타깝게도 집권 1년 차인 2003년 ’10·29 대책’을 통해 야심 차게 내놓은 보편적 보유세 강화 정책은 말만 무성하다가 2004년 말 국회 입법화 과정에서 크게 후퇴하고 말았다. 이때부터 시장은 정부의 정책 추진력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참여정부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2005년 초부터 집값이 무섭게 치솟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참여정부는 비로소 종합부동산세뿐만 아니라 재산세까지 강화하는 제대로 된 보유세 강화 대책(8·31 대책)을 제시하고 그해 연말 입법화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보유세 강화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무력화를 공언했던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것이 유력시되던 레임덕 시기였다. 그런 까닭에 무려 2017년까지 보유세를 정교하게 강화하겠다는 장기 로드맵을 법제화했음에도 정작 시장은 그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시한부 법안’으로 치부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보유에 부담을 느껴야 할 투기용 부동산 보유자들은 매물을 내놓는 대신 ‘버티기’로 대응했고 안타깝게도 그들의 예측은 적중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보유세 강화의 핵심 기둥이었던 종합부동산세는 사실상 무력화되었고 재산세 강화 기조 역시 후퇴해버렸다.
참여정부가 남긴 뼈아픈 교훈은 아무리 제대로 된 세제를 입법화했을지라도 시장이 제도의 ‘장기 지속성’을 신뢰하지 않으면 투기 심리를 결코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 상충하는 정책 투사가 집값 폭등의 원인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처럼 모든 부동산을 대상으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는 대신, 1주택은 투기가 아니기 때문에 감면 혜택을 주고 다주택은 투기로 간주하여 중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결과 시장은 주택 수를 줄이는 대신 서울 강남 등지의 초고가 주택으로 투기 자금을 집중시키는 ‘똘똘한 한 채’ 현상으로 응수했다.
게다가 집권 초기에 도입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제’는 세제와 금융 규제 모두를 무력화한 최악의 패착이었다. 정부는 한편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들에게 종부세 합산배제와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그리고 재산세와 취득세와 임대소득세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심지어 가계대출에 적용되던 강력한 LTV 규제마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로 분류되어 LTV를 최대 70~80%까지 끌어 쓸 수 있는 거대한 대출 우회로까지 열어주었다. 결국 다주택자들이 쥐고 있던 매물은 시장에 나오기는커녕 임대주택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숨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처럼 계통도 체계도 없이 상충하는 정책들을 마구 투사한 결과는 참혹했다. 한편에서는 투기를 차단하겠다며 다주택자 보유세 중과를 밀어붙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투기를 촉진하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활성화하고, 심지어 다주택자에게 무이자 대출이나 다름없는 전세대출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리로 풀려나간 전세대출의 폭증은 전세가 폭등을 초래했고 이는 다시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최악의 악순환으로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는 전세 사기마저 전국적으로 창궐하는 참담한 부작용을 낳았다.
요컨대 문재인 정부 시기의 전세값 및 집값 폭등은 시장을 왜곡하고 풍선 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보유세 정책과 서로 모순되는 정책 투사가 빚어낸 명백한 정책 실패의 결과였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에서 얻어야 하는 교훈은 탄탄한 이론적 기초를 갖춘 제대로 된 세제 개편 정책을 세우는 일의 중요성이다.
실거주 1주택자는 보유세를 완화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보유세 강화 논쟁에서 늘 나오는 질문 혹은 의문은 “내 집에 살고 있는 1주택자는 투기가 아니니 보유세를 감면해 주는 게 맞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여론이 반영되어 이명박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의 1주택자 과세 기준을 완화하고, 장기보유자와 고령자에 대한 공제 혜택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과세체계 자체를 차별화하고 1주택자 공제를 한층 더 확대했다. 고가 1주택을 오래 보유할수록 종부세 부담이 낮아지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산세 역시 1주택자에게는 세율과 과표를 모두 낮춰주었다.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의 세율을 0.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본래 60%를 적용해야 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3~45%까지 내렸다. 요컨대 재산세와 종부세 모두에서 1주택자에 대한 전방위적 보유세 완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다주택자는 중과하고 1주택자는 완화하는 방식, 즉 거주 여부나 주택 수, 소유자의 연령과 보유 기간에 따라 세금을 차등 적용하는 ‘누더기 구조’는 보유세의 근본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시장을 교란하고 정책 효과마저 반감시킨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의 본질은 다주택자를 징벌하는 데에 있지 않다. 경제학적으로 부동산, 특히 토지의 가치는 소유자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교통·교육·문화 등 사회가 구축한 인프라와 국가가 제공하는 치안·행정 서비스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특정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와 사회가 제공한 편익을 독점적으로 향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보유세는 부동산 소유자가 누리는 그 사회적 편익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지불하는 대가를 실제 누리는 편익에 가깝게 붙이자는 것이지 징벌하자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투기가 여간해서 일어나지 않고 부동산 가격의 변동성도 줄어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동안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된 가장 중요한 이유 역시 부동산 보유자가 누리는 사회적 편익과 그가 지불하는 비용 사이의 괴리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유세에 소유자의 주택 수나 거주 여부, 혹은 연령과 보유 기간을 기준으로 삼아 감면을 남발하는 것은 조세 본연의 취지와 원칙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차등 과세가 불러온 왜곡의 결과물을 이미 뼈아프게 겪고 있다. 수억 원짜리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에게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면서, 서울 강남의 수십억 원짜리 초고가 1주택에게는 단지 ‘실수요자’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특혜를 베풀었고, 그 모순된 틈새를 파고들어 나타난 결과가 바로 ‘똘똘한 한 채’라는 투기적 현상이다.
그러므로 주택 보유세는 보유한 주택을 합산한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마땅하다. 1주택자라 할지라도 혹은 장기보유자나 고령자라 할지라도 국가와 지자체의 온갖 인프라가 집중된 초고가 주택에 거주한다면 그만큼 사회가 제공한 편익을 누린 만큼 거기에 상응하는 보유 비용을 지불토록 하는 것이 조세 정의다.
만약 고령의 은퇴자 등 1주택 실소유자 중에서 당장 세금을 낼 소득이나 형편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 주택을 매각하거나 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세금 납부를 미뤄주는 ‘과세 이연 제도’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대신 실거주 1주택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는 보유 단계가 아닌, 자산이 매각되어 차익이 실현되는 ‘양도소득세’ 단계에서 전적으로 떠맡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매각 단계에서 실거주 1주택자에게 감면 혜택을 주더라도 양도세의 실효세율 만큼은 땀 흘려 일하는 근로소득세의 실효세율보다 최소한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올바른 부동산 세제 개편의 방향

필자가 이토록 부동산 세제를 강조한다고 해서, 세제 하나만으로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모든 부동산 문제를 단칼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투기가 원천 배제된 ‘부담 가능한 분양주택’이나, 역세권 등 직주근접의 우수한 입지에 저렴한 비용으로 오랫동안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꾸준한 공급이 반드시 병행되어야만 주거 안정의 길이 열린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만큼은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한국 부동산 문제의 근원에 ‘부동산 투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그리고 그 투기 행위는 결국 ‘기대수익률’이 높기에 발생하는 필연적 현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결론은 단 하나로 수렴된다. 부동산 기대수익률에 가장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유세’를 조세 원칙에 맞게 제대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참여정부의 ‘장기주의’를 복원해 향후 10년간의 흔들림 없는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 세율 조정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정상화, 좀 더 세분화된 과세 구간 신설 등을 정교하게 조합한다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 가능한 정책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주택 수 혹은 실거주 등을 고려한 차등 과세를 과감히 축소·폐지하고 오직 개인이 보유한 모든 주택의 ‘합산 가액’을 과표로 삼는 보유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조세저항을 극복하고 기본소득의 시대를 열기 위해 보유세 순증분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명심해야 한다. 부동산 세제가 바로 서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공급 대책을 내놓아도 그 주택은 결국 투기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것을. 세제는 시장의 모든 유인 구조를 결정하는 근간이기 때문에, 부동산 세제를 제대로 개편하면 부동산 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조만간 발표될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에는 반드시 보유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교하고 강력한 세제 개편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