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양극화 주요국 중 1위…한은 총재는 공급 타령만

집값 양극화 주요국 중 1위…한은 총재는 공급 타령만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집값 양극화가 주요국 중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득 대비 터무니 없이 높은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 위해 가계는 빚더미에 짓눌려 신음하고, 지방은 미분양에 통곡 중이다. 이런 상황에도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수도권 집값 상승의 원인을 기대심리로 지적하며, 정부에 구체적인 공급안 마련을 촉구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금리라는 사실은 이제 정설이 됐다. 이창용 총재는 공급 타령 그만하고 집값 안정을 위한 금리 정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집값 양극화가 주요국 중 1위인 대한민국

한국은행이 18일 내놓은 ‘주택가격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과 전국 간 집값 상승률 격차는 69.4%p로 주요 7개국 중 1위였다. 해당 기간 서울 집값이 112.3% 오를 때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은 42.9%에 머물렀다. 중국은 49.8%p, 일본은 28.1%p, 캐나다는 24.5%p를 각각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의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주요국보다 낮은 편이었으나, 서울은 다른 나라 수도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이 같은 주택가격 양극화는 지난 2016년부터 계속 심해졌고, 주요국보다도 그 정도가 두드러졌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서울은 과도한 가계부채에, 지방은 미분양에 짓눌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지역 간 주택시장 양극화가 주거비를 포함한 체감물가의 지역별 차별화, 건설경기 부진 장기화, 거시건전성 위험 증대 등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주택가격 양극화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경제력 격차 확대,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등에 과거 주택경기 부양 정책이 맞물리며 벌어진 결과로 분석했다. 최근 지역 내 총생산(GRDP) 중 수도권 비중은 53%까지 불었고, 취업자 수, 맞벌이 가구 비율 등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갈수록 벌어졌다. 주요 주택 수요층인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비수도권에서는 유출되면서 지역 간 수요 격차 역시 점차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주택 경기 부양을 위해 전국적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반복되면서 비수도권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고, 결국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는 등 구조적 가격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한편 주택가격 양극화는 지역 간 주거비 격차를 키웠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기준 소비자가 체감하는 자가 주거비는 서울이 229만 원에 달했으나, 경북은 51만 원, 전남은 49만 원에 그쳤다. 누적된 체감물가 부담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업 취업자 수,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 등이 모두 수도권은 지난해부터 감소세가 진정되거나 회복세를 보였으나, 비수도권은 감소세를 지속하는 차이를 보였다. 아울러 수도권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 위험이, 비수도권에서는 주택가격 하락 장기화로 인한 부동산 금융 부실 위험이 각각 늘어났다.

이에 한은은 “비수도권 주택건설로 건설투자를 견인하는 부양책에 신중해야 한다”며 “지역별로 차별화한 거시건전성 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지역 거점도시를 육성해 과도한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출처 : 연합뉴스
출처 : 연합뉴스

 

수도권에 구체적인 주택공급 계획이 필요하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오후 물가안정상황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기대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부동산 공급안이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에서 살펴본 한은의 ‘주택가격 양극화’ 보고서와는 결이 다른 주장처럼 보인다. 

이 총재는 “금리가 인하 추세에 있고 몇 년 동안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여러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며 “기대를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은은 경기를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지만,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으로 젊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유인 요인을 어떻게 낮출지 그런 근본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 단기적인 대책이 다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시장 관측과 관련, “언제 어느 정도 내릴지는 가계부채, 주택시장, 외환시장 등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가공식품, 주거비 등 생활물가 평가와 향후 주요물가 동인 점검'을 주제로 열린 2025 상반기 물가 설명회에 참석해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6.18.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가공식품, 주거비 등 생활물가 평가와 향후 주요물가 동인 점검’을 주제로 열린 2025 상반기 물가 설명회에 참석해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6.18. 연합뉴스

 

한국은행도 금리 정책을 통해 집값 안정에 기여해야

이창용 총재는 수도권 주택공급안 제출을 정부에 주문했지만, 이 총재가 정작 신경써야 하는 대목은 금리정책을 통한 주택가격 안정이다.  금리가 주택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정설에 가깝다. 예컨대 지난 2021년 국토연구원은 국토 이슈리포트 50호에 ‘주택가격 변동 영향 요인과 기여도 분석’ 이라는 보고서를 실었다. 연구원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금리, 국내 실물경기, 주택공급, 가구수 등 5가지로 선정하고 이들 요인이 실제 집값 상승에 미친 영향을 ‘샤플리 분해’ 기법으로 분석했다. 분석 기간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통계 사용이 가능한 가장 최근 시점인 올해 5월까지로 설정했다. 국가승인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지수에 대한 분석 결과 이 기간 집값 상승에 가장 크게 기여한 원인은 ‘실질 CD 금리’로 46.7%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전월 주택가격'(26.4%), ‘실질 제조업 생산지수'(24.1%), ‘전체 주택 준공물량'(2.1%), ‘세대수'(0.7%)의 순이었다.

민간통계인 KB 지수에 대한 분석 결과도 유사해 실질 CD 금리가 49.8%로 가장 컸고 이어 전월 주택가격(32.9%), 실질 제조업 생산지수(13.5%), 전체 주택 준공물량(2.0%), 세대수(1.8%) 순이었다. 당시 이태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변화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소비자물가지수에 주택매매가격 정보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단 이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금리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은 모두가 경험으로 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고공비행을 거듭하던 집값이 윤석열 정부 들어 높은 금리 폭탄 앞에 속절 없이 무너져내린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물론 한은이 금리를 결정함에 있어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요인만을 바라보고 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목표를 강하게 생각하고 금리를 결정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한은은 한은의 일을 하면 된다. 주택공급은 정부에 맡기고 말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5년 6월 19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