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세금 후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대표가 국토보유세를 포함해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유명 경제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국토보유세에 대한 입장을 선회함과 동시에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 강화하지 않을 의사를 넌지시 내비친 것이다. 이 대표의 발언은 지난 대선의 패배가 상당 부분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에서 연유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관점이 완전히 바뀐 것인지, 아니면 선거전략상의 필요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다. 중요한 건 세금에서 물러나는 대신 이를 상쇄할 정책패키지 마련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국토보유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 취한 이재명 대표
이 대표는 24일 다주택 보유자와 관련해 “세금 열심히 내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주택 보유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부동산 세금은 손댈 때마다 문제가 돼 가급적 손대지 않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또 “500억 원을 주고라도 비싼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내가 돈 벌어서 비싼 집에 살겠다는 1가구 1주택 실거주는 제약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또한 이 대표는 “투기적 요소는 억제해야겠지만 실제 거주하는 1거주 1주택에 대해서 우리가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돈 벌어서 비싼 집 사겠다는 건데 죄악시할 필요 없다”고 했다.
눈길을 끄는 건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대표공약이었던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에 대해 철회를 시사했다는 사실이다.

이 대표는 과거 대선 공약이었던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 공약에 대해선 “무리했던 것 같다. 수용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구상에 불과했는데, (대선에서) 표도 떨어지고 도움이 별로 안 됐다”고 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가진 사람이 소유한 토지를 전부 합산해 토지 가격의 일정 비율을 보유세로 내고 이를 재원으로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형태의 현금배당을 하는 제도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들은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는 다주택자와 관련, “세금 폭탄 이상의 강력한 징벌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비주거용 주택이나 법인의 비업무용 부동산 등은 불로소득을 대부분 회수해 투자나 투기가 불가능하도록 강력하게 증세해야 한다”면서 “현재 토지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토지가액의 0.16% 정도를 내는데, 비주거 주택 등 투기·투자용 토지는 0.5~1%까지 증세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물론 부동산 세금 관련한 이 대표의 입장 변화가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시절부터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하고, 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해 가격 급등 막아야
선거는 전쟁이고 전쟁은 이기는 것만이 선이라는 사실을 전제하면 이 대표의 입장변화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 관련 세금에 관해 퇴각하는 대신 그 자리를 메꿀 정책적 대안들이 긴절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가 망라된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들이 이미 있다. 이 정책들이 대한민국에도 큰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이재명 대표가 크게 4개의 정책을 천명했으면 좋겠다.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 금융에 대한 적정한 관리를 통한 시장안정, 중산층까지 포섭할 수 있는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토지주택은행 설립이 그 4개다.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는 법률에서 정하는 고위공직자가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일 경우 취임 전에 매각하거나 신탁기관에 사실상 처분권을 양도(물론 매각원리금은 받는다)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솔선수범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식백지신탁제 이상의 정치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안정은 무엇보다 중대한 과제다. 가격의 급등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단연 대출이다. 하여 부동산 대출(주담대 및 전세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해 과잉유동성이 시장으로 유입되는 걸 적절히 제어해야 한다. 기대수익률을 낮출 수 있는 세제에서 물러난 마당에 대출까지 방치하면 시장은 자칫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임계점을 돌파한 가계대출 현황을 감안할 때 대출에 대한 합리적 관리는 더욱 긴절하다.
대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통계적으로도 명확히 확인된다. 1996년 36.4조원에 불과하던 주택담보대출이 2024년 3분기 현재 무려 1,112조원으로 폭증했다. 이에 따라 1996년 151조에 그치던 가계대출은 2024년 3분기 현재 무려 1,795조원으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의 폭증이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다. 참고로 1996년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4.1%였는데 2024년 3분기에는 61.9%로 증가했다. 이 주담대 안에는 최소 161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세자금대출도 포함되어 있다.
양과 질을 담보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확충하고, 공공성 제고를 위한 토지주택은행 설립해야
공급에 대한 발상도 전환해야 한다. 분양만 공급이 아니고 공공임대도 공급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LH에 떠넘기지 말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재원과 공급대상을 대거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듯 공공주택 확충 5개년 계획을 세워 중산층까지 일부 포섭할 수 있는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해야 한다.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이 대거 공급되면 민간 임대시장과 매매시장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들게 되고 이를 통해 수급이 밸런스를 찾게 된다. 이는 민간 임대시장과 매매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참고로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의 공식 통계는 2022년 현재 전체주택의 8.9%로 OECD 평균(7.1%)보다 약간 높지만 2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한정할 경우 전체 주택의 6.0%로 OECD 평균 이하다. 네덜란드(34.1%), 오스트리아(23.6%), 덴마크(21.3%), 프랑스(14.0%), 핀란드(10.9%)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한편 공공 몫의 토지와 주택을 꾸준히 늘려갈 토지주택은행의 신설도 필요하다. 이미 LH에 토지은행이 존재하지만 이를 분리·확대시켜 명실상부한 토지주택은행으로 만들어야 한다. 토지주택은행이 궤도에 오르면 시장안정의 평형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후퇴하는 세금을 대신할 대안이 꼭 있어야
고위공직자 부동산백지신탁제는 정부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부동산 대출의 합리적 관리는 세제 후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시장불안에 대한 방파제 역할을, 중산층까지 포섭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공급부족 불안을 잠재움과 동시에 시장안정을, 토지주택은행 설립은 부동산에 대한 공공성 강화를 각각 담당한다. 이 정책 조합은 유권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딱히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부동산 시장 전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재명 대표의 부동산 세금 관련한 보수적 입장 선회는 시장가격 안정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악재에 가깝다. 악재를 희석시킬 호재들이 필요하다. 위에 열거한 정책 패키지가 그 호재에 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