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미국 물가…기준금리 인하 속도 느려질듯



끈적한 미국 물가…기준금리 인하 속도 느려질듯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이 전월 보다 상승했다. 근원 개인소비지출의 상승세는 더 견조했다. 미국의 성장세가 탄탄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여전히 녹록히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 상승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노믹스까지 가세하면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등장 중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하하며 연준 보다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진정 염려되는 상황이다.

 
여전히 건재한 미국의 경제 지표들

미국 상무부는 10월 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고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9월 상승률(2.1%)에서 반등한 수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2%였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 전월 대비 0.3% 각각 상승했다. 석달연속 2.7%를 기록하다 소폭 반등한 것이다. 인플레이션 궤적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3개월 연율 기준 근월 PCE가격지수는 2.8% 상승했다.

물가하락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견고하게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등장했다. 상무부는 3분기(7~9월)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잠정치)이 2.8%(직전분기 대비 연율)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발표된 속보치와 같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에도 부합했다. 지난 2분기(3.0%)보다는 둔화했지만, 고금리 상황에서도 강한 소비를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강하면서 성장률을 끌어 올렸다. 3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속보치의 3.7%에서 3.5%로 소폭 하향 조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강한 편이다. 개인소비의 3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2.46%포인트에서 2.37%포인트로 하향됐다.

  

출처 :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핵심 PCE 물가지수 연간 변화.

출처 :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핵심 PCE 물가지수 연간 변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전망 속속 나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 2%를 향하는 과정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개인소비지출과 성장률 지표는 고용시장이 건재하고 경제가 계속 발전하는 한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연준 이사들의 최근 발언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게다가 부자감세, 관세전쟁, 반이민 정책 등을 중핵으로 하는 트럼프노믹스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를 견인할 것이란 전망이 가세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표 관세가 실제 시행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1%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시장에선 내년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거 나타났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는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두차례 인하하는데 그치는 등 현재 같은 속도가 계속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다시 소폭 반등하고 경제성장률은 탄탐함을 보이면서 당초 예상보다 연준이 금리를 빠른 속도로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내년에 금리 3회를 전망하고 있는 웨스파고 은행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세라 하우스는 “2025년에는 인하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성장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2025년 미국의 거시경제 전망을 “불투명하다”라고 평가했다. 은행은 미국의 근원 PCE 지수가 2026년까지 3.5% 이상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동시에 연준의 기준금리가 2026년까지 4%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연준 보다 너무 빨리 달려가는 한국은행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행보는 느긋(?)한데 정작 한국은행은 다급하기 이를 데 없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기습적으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인데 이는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성장률이 쇼크 상태인지라 소비와 투자에 도움이 되라고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영업이익이 급감 중이고 가계는 가계부채에 짓눌려 가처분소득이 급락한 상태라 기준금리가 조금 내려간다고 투자와 소비를 늘릴 여력이 없다.

오히려 한국은행의 경솔한 기준금리 인하는 가뜩이나 위태로운 환율을 더 위험한 상태로 이끌 수 있으며, 임계점을 넘은 가계부채와 진정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소탐대실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과감히 올릴 때는 머뭇거리던 한국은행이, 그래서 가계부채와 집값만 팽창시켰던 한국은행이, 정작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하건만 뭐가 그리 급한지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해서 안달한다. 어떤 후과가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12월 1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