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칼럼] 공급량 통계 빼먹고 “주택 부족” 2차례 공급 늘린 정부



공급량 통계 빼먹고 “주택 부족” 2차례 공급 늘린 정부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통계는 정부정책 수립의 근간이며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의 원천 중 하나다. 만약 정부가 부정확한 통계를 생성하고 이를 유통시킨다면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버젓이 일어났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주택공급 실적을 무려 19만호나 누락시킨 것이다.

윤 정부는 19만호나 누락된 지난 해 주택공급실적을 근거로 두 차례의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택 19만호 누락사건은 실수인지, 고의인지 조사가, 더 나아가 수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차제에 신규 공급만이 공급이라는 레거시미디어들의 거짓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신규 공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존 재고 주택에서 다주택자들이 소유한 주택 중 일부가 시장에 매물로 출회되는 것이다.    

 
지난 해 주택공급 실적에서 사라진 19만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점검 결과 데이터 누락이 확인됐다고 밝히고, 지난해 주택 공급 통계를 정정했다.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42만 8744가구인데, 3만 9853가구 적은 38만 8891가구로 잘못 발표됐다. 착공 실적은 24만 2018가구지만, 3만 2837가구 적은 20만 9351가구로 발표됐다. 특히 준공 실적의 경우 기존 통계와 수정 통계의 차이가 무려 12만 가구에 이른다. 실적이 31만 6415가구에서 43만 6055가구로 11만 9640가구(38%) 늘어난 것으로 정정됐다. 전체 누락 물량을 합치면 무려 19만 2330가구에 달한다.

인허가·착공·준공은 부동산 경기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주택 수요자들의 의사 결정과 민간의 사업 결정은 물론 정부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된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는 인허가·착공·준공 실적 전부를 정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벌인 것인데,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토교통부의 통계 정정에 따라 지난해 주택 인허가(전년 대비)가 25.5%, 착공은 45.4% 줄었다고 발표했으나, 인허가는 17.8%, 착공은 36.8% 각각 줄어든 것으로 수정됐다. 입주 물량과 관계있는 준공은 지난해 23.5%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으나, 정정된 실적을 보면 오히려 5.4% 늘었다.
 

8168_25054_5225.png


공급 부족 타령하며 공급 대책 쏟아낸 윤석열 정부

지난해 윤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실적이 엉터리라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인 건 엉터리 주택공급 실적에 근거해 윤 정부가 주택공급대책을 두 차례나 발표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는 지난해 ‘9·26 공급 대책’과 올해 초 ‘1·10 부동산 대책’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9·26 공급 대책 발표 당시 윤 정부의 국토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 여건이 악화되면서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1·10대책을 발표하면서는 “작년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인 인허가, 착공이 위축됐으며 그중에서도 연립·다세대 등은 더욱 크게 감소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진단 아래 국토부는 공공주택과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 촉진을 위한 ‘9·26 대책’을,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를 확 풀어 민간 공급 확대를 꾀하는 ‘1·10 대책’을 잇달아 발표한 바 있다.

 



실수인가? 고의인가?

국토부에 따르면 국토부가 DB 이상을 감지한 것은 올해 1월 말이라 한다. 국토부는 그간 중앙정부가 이용하는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HIS·Housing Information System)과 지방자치단체가 자료를 입력하는 건축행정정보시스템(세움터)을 직접 연계해 통계를 생산하다가, 지난해 7월부터 국가기준데이터를 경유해 두 시스템을 연계하는 것으로 바꿨다. 필요한 행정 정보가 국가기준데이터인 경우 이 데이터를 우선 활용하도록 전자정부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30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과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주택 공급 물량이 지난해 7∼12월 6개월간 누락됐다. 그 밖에도 납득이 어려운 통계오류들이 많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는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으며 대세에는 지장이 없고 공급확대정책 기조에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런 심각한 통계누락을 그냥 넘어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총 누락물량 19만 2330채는 분당신도시(9만 7600채)와 일산신도시(6만 9000채)를 합한 16만 6600채보다 많은 엄청난 수치다.

특히 도심 정비사업이 집중돼 있는 서울은 실제 준공 물량이 4만 1218채로 오류를 정정하기 전(2만 7277채)보다 무려 51.1%(1만 3941채) 많았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1만 2032채) 크기 단지가 통째로 통계에서 빠진 셈인데 이게 도무지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특히 미심쩍은 건 국토부의 늑장 대처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시스템을 개편한 뒤 반년 이상이 지나도록 통계의 정확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오류를 발견하고도 정정하는 데 석 달이나 걸렸다. 그 사이 발표된 1월(2월 말 발표)과 2월(3월 말 발표) 주택통계 자료 역시 오류가 있는 공급 통계(2023년 인허가·착공·준공 물량)를 그대로 활용했다. 국토부는 그 동안 무얼하고 있다가 총선이 끝난 후에야 이런 중대한 사안을 발표했는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 관련 조작이 있었다며 관련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기소를 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관련 인사들은 압수수색은 물론이거니와 재판까지 끌려다니는 중이다. 윤 정부는 문재인 정부 하의 부동산 가격 관련 조작의혹 사건을 국기문란사건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번에 드러난 윤 정부 하의 주택통계누락 사건도 같은 취급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국정조사와 수사 등이 필수적이다.


신규 공급만 공급이라는 레거시미디어의 주술에서 벗어나야

차제에 조중동과 경제지 등의 레거시미디어들이 유포 중인 신규 공급 프레임에서 해방될 필요가 있다. 레거시미디어들은 진보개혁 성향의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과세정책을 강하게 펼칠라치면 ‘부동산에 중과세를 하면 수익성이 나빠져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고, 그러면 건설사들은 주택건설을 줄일 수 밖에 없으며, 그 결과 신규 공급부족 현상이 도래해 집값이 폭등한다’며 신규 공급 부족론을 꺼내든다.

또한 레거시미디어들은 요즘처럼 시장이 대세하락 국면에 돌입하면 ‘시장이 얼어붙어 건설사들이 주택건설을 줄이게 되면 머지 않아 신규 공급부족 사태로 집값이 폭등할 수 밖에 없으니 건설사들이 주택건설에 나설 수 있도록 규제란 규제는 다 풀고 혜택이란 혜택은 다 주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

물론 주택의 신규공급은 지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주택의 신규공급만 공급이 아니다. 재고주택 시장에서 다주택자들이 소유한 주택들이 매물로 출회되는 것도 공급이다. 오히려 그 편이 입지나 시간 면에선 신규 공급 보다 우월한 측면이 있다. 

주택 신규 공급을 민간에게만 목 맬 까닭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분양주택 및 임대주택공급에 매진해야 옳다. 레거시미디어들이 ‘집값 폭등만은 막아야 한다’며 신규 주택 공급감소를 근심하는 척하는 것은 건설사와 금융기관,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 때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2024년 5월 2일>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