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2차 조정, 근심거리 아닌 환영할 일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고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주택시장에 2차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지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담 가능한 수준을 아득히 상회하는 주택가격은 대한민국의 장기지속을 위협하는 지경이어서, 2차 조정은 근심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 일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를 위한 대책들을 투사할 준비를 하고 있어 그것이 걱정일 따름이다.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전환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08% 떨어져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실거래가지수는 호가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실제 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변동 폭을 지수화한 것이다. 따라서 거래량이 적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함되면 변동 폭이 불안정한 한계가 있지만, 대체로 최근의 시장 상황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지수로 평가받는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집값이 약세를 보인 지난해 누적 22.07% 하락했으나, 올해 1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9월까지 13.42%가 올랐다. 하지만 기술적 반등폭이 컸던데다 기술적 반등의 견인차 역할을 한 윤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부채 폭증 위험에 밀려 통제되기 시작하자 10월부터 실거래가지수가 꺾였다.
권역별로는 강남4구가 있는 동남권이 가장 큰 폭(-0.65%)으로 떨어져 지수 하락을 주도했는데, 전고점 임박 단지가 많은 강남권에서 실거래가 하락 폭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에서 목격된다. 올해 2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 10월에 각각 0.26%, 0.12% 떨어지며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도 0.20% 떨어지며 1월(-0.74%) 이후 처음으로 지수가 하락했다. 심지어 경기도와 인천의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각각 0.35%, 0.29% 내려 서울보다 낙폭이 컸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건 실거래가지수 하락세가 11월에도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전국 및 서울 아파트 11월 실거래가지수 잠정변동률은 전월 대비 각각 0.64%, 1.51% 내려 두 달 연속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력을 완전히 잃은 서울 아파트 거래량, 속속 등장하는 직전 대비 하락 거래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부양책에 힘입어 잠시 월 3000건대(서울은 지극히 보수적으로도 잡아도 5000~6000건대를 기록한다)를 기록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거래량(신고기준)은 1672건으로 10월 2313건에 이어 올해 1월(1412건) 이후 두달째 최저치를 경신했다.
더 충격적인 건 12월 거래량인데 16일 현재 247건에 머물고 있다. 물론 1월 말이 지나야 12월 거래량을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이달도 절반이 지난 시점에 거래량이 불과 247건이라는 사실은 지금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전 대비 하락거래하는 단지들이 줄지어 등장 중이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6차 전용면적 59.39㎡는 지난달 중순 5층이 4억 원에 팔린 것으로 신고됐는데, 이 아파트는 지난 9월에는 6층이 6억 2500만 원에 팔린 바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99㎡는 지난 10월 25억∼25억 9000만 원에 팔렸으나, 지난달에는 이보다 1억 3000만 원 이상 낮은 23억 7000만∼24억 1000만 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주택시장 2차 조정은 쌍수 들어 환영할 일, 윤 정부는 집값 떠받치기 단념해야
전국 및 서울 등의 실거래가지수의 하락 전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의 급감 등은 주택시장의 2차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방증이다. 분명한 건 주택시장의 2차 조정이 걱정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 일이라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2014년에 시작돼 2022년 초까지 진행된 주택시장의 대세상승은 부의 양극화 및 대물림, 기업가 정신과 근로의욕 침해, 경제의 토건화 및 금융화 현상 심화, 자원배분의 왜곡과 비효율화 심화 등 치명적인 문제들을 양산했다. 특히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홍수 전략으로 주택시장이 통제불능의 상태로 폭등했다. 뿐만 아니라 폭등하는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은 국민적 일체감과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원흉일 뿐 아니라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부동산 가격이 소득에 조응하는 수준까지 내려오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발전은 고사하고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따라서 주택가격의 2차 조정은 바람직한 일이며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주택 가격은 부담가능한 수준까지 가격조정과 기간조정을 거쳐야 옳다. 충분한 가격조정과 기간조정을 거친다면 시장은 다시 완만한 상승의 에너지를 집결시킬 것이다. 그것이 시장 메커니즘이다. 정부가 개입할 이유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근심되는 건 윤석열 정부다. 윤 정부의 경제 정책의 두축은 부자감세와 부동산 가격 떠받치기로 요약할 수 있는데, 윤 정부는 부동산 가격 조정을 죽기 보다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올해 부동산 가격의 일시적 반등을 견인했던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주담대의 뒷자리에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 청약통장을 득달같이 준비한 것만 봐도 윤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알 수 있다.
입만 열면 시장원리를 찾는 윤 정부가 이제라도 부동산 시장의 건강하고도 정상적인 조정을 관망하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듯 싶다. 우울한 엄동설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