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매년 신규 주택 27만 가구 착공을 추진한다. 매년 수도권에 1기 신도시가 하나씩 생기는 셈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공급 속도를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노후시설과 유휴부지 등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대출 규제도 추가됐다. 앞서 발표된 6·27 대출 규제 이후에도 투기 수요 유입이 이어지지 않도록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일부 강화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을 확대하는 등 수요 관리도 병행한다. 1주택자 전세 한도도 2억 원으로 통일한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 신규주택 공급
정부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위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공급 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연 평균 27만 가구, 5년간 총 135만 가구 규모의 신규 주택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9·7공급 대책이 주목받는 대목은 공급 방식의 전환이다. 정부는 수도권 공급의 주요 수단인 공공택지를 LH가 직접 시행하는 방향으로 전면 전환한다. LH가 조성한 주택용지는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물량을 늘리면서 공공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체계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또 LH가 소유한 상업·공공용지 등 비주택용지 용도와 기능을 정례적으로 심의·재조정하는 ‘공공택지 재구조화’ 제도를 도입해 장기 미사용·과다계획 토지 용도를 전환해 추가 공급 물량을 확보한다.
아울러 수도권 공공택지 사업 속도를 높여 공급을 조기 달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 등 지구 지정이나 계획 수립을 준비 중인 지구를 대상으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기존 지구는 6개월 이상, 신규 지구는 1년 6개월 이상 사업 기간을 단축한다. 지구 지정 이후 보상에 착수하는 지구는 조사·협의 기간 단축을 통해 1년 이상 사업을 조기화하고, 인허가와 보상 마무리 단계인 지구는 부지 확보와 조성 기간을 6개월 이상 줄인다.
또한 서울 서리풀지구, 경기도 과천 과천지구 등 서울 남부권 신규 공공택지는 2029년 착공 등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중장기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보하고자 올 하반기까지 3만 가구 규모의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를 검토한다.
정부는 LH 직접 시행 전환 등 수도권 공공택지 주택 공급 확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애초 계획보다 12만 1000가구 많은 37만 가구를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심 내 노후 시설과 유휴부지 등 적극 활용 계획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도심 내 노후시설과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주택 공급에도 주력한다. 서울 주요 입지에 있는 준공 30년 이상 경과 노후 영구임대 등 공공임대주택을 전면 재건축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2만 3000가구를, 노후 공공청사와 국유지 재정비 등으로 2만 8000가구를 각각 착공한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책도 내놨다. 수도권 등 지방자치단체 제안·공모로 신규 후보지를 발굴하고, 역세권 용적률 1.4배 완화 규정을 확대하는 등 공공 도심복합사업 제도 개선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5만 가구를 착공한다.
애초 공모 방식으로 선정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에 주민제안 방식을 전면 도입하고, 물량 확대와 사업 절차 개선, 상가 쪼개기를 통한 투기행위 방지 등을 통해 6만 3000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민간 부문의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유도하고자 주택 건설사업에서 통합 심의를 통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건설사업에 부담이 되는 기반시설 기부채납 부담률의 상한선도 규정한다.
단기간 주택 공급 효과를 내고자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신축 매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4만가구 착공을 추진하고, 공실 상가와 업무시설 등을 활용한 비아파트 공급도 추진한다.
부동산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자 시장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불법·이상거래나 편법 자금 조달을 차단할 기반도 마련한다.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부동산 범죄를 조사·수사하는 조직 신설을 추진하고, 20억 원 이상 고가 주택 신고가 거래나 법인자금 유용 의심 거래 등은 자금 흐름과 원천을 추적해 세금 탈루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한다.
규제지역 LTV 더 죄고, 전세대출 한도 2억 원으로 통일
투기 수요 유입이나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로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과열되는 일을 막고자 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토허구역 지정 권한을 확대하는 등 추가적인 수요 관리대책도 마련했다. 내일부터 무주택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40%로 강화된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매매·임대사업자는 주담대 대출을 받을 수 없고,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는 2억 원으로 일괄 축소된다.
이번 대출 규제의 핵심은 기존 규제지역 LTV 추가 강화,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한도 축소 등이다. 가계 대출을 잡고 투기 수요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6·27대책에 추가로 대출 관리를 강화했다.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규제지역(강남3구·용산구 등) LTV는 현행 최대 50%에서 40%로 추가 강화된다. 비규제지역은 기존과 동일한 70%를 유지한다.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주담대도 전면 금지된다.
이번 규제로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LTV는 0%로 줄어들었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LTV 30%, 비규제지역 60%를 적용했는데 이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을 취득하기 위한 지방 소재 주택 담보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도 받을 수 없다.
다만 임대주택 공급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을 감안해 주택 신규 건설 시 최초 대출, 공익법인의 대출, 주택임대사업자가 기존 임차인의 임차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 등에는 기존 규정을 적용한다.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한도도 줄여 2억 원으로 일원화된다. 수도권 기준으로 1주택자에게 서울보증보험(SGI) 3억 원, 주택금융공사(HF) 2억 2000만 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억 원까지 전세대출이 나왔는데, 이를 일괄 조정했다. 1주택자의 주택 소재지와는 상관없이 적용된다.
아울러 기존에는 동일 시·도 내에서 집값 이상과열 현상이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때도 국토부 장관의 토허구역 지정 권한이 공공개발사업에만 한정됐으나 관련 법령 개정을 거쳐 국토부 장관이 동일 시·도 내에서 토허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정비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 4월부터는 주담대 금액과 주택금융 신용보증기금(주신보)의 출연요율을 연동해, 대출금액이 클수록 출연요율을 높게 산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고정·변동금리, 은행·주택도시기금 등 대출 유형에 따라 주신보 출연요율을 차등 적용했는데, 앞으로는 ▲평균 대출액 이하엔 0.05% ▲평균 대출액 초과~2배 이내는 0.25% ▲평균 대출액 2배 초과엔 0.30%를 적용한다.
이를 위해 매년 3월 출연대상 금융기관의 전년도 평균 주담대 대출액을 산정하고, 같은해 4월 당해 연도 출연료 산출 시 반영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출연요율 수준은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1기 신도시를 해마다 수도권에 만드는 셈”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가 2030년까지 5년간 수도권에 135만가구 규모의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공급 대책을 밝힌 데 대해 “연평균 27만가구로, 1기 신도시가 매년 만들어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며 “수도권의 경우 2022년부터 위축된 주택 공급이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주택 부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특단의 공급 조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대책의 차별점으로 “그간에는 개별 사업들의 단편적 공급 목표를 제시하거나 체감도 낮은 인허가를 중심으로 공급 계획을 수립해 왔다”면서 “이재명 정부는 이전 정부들과 달리 ‘착공’이라는 일관된 기준에 따라 국민 여러분이 선호하는 위치에 ‘충분하고 지속적인 주택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실천 가능성이 큰 과제들로 대책을 수립한 만큼 후속 조치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국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고 국민이 살고 싶은 곳에 양질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9·7공급대책의 성패는 실행 여부에 달려
정부가 발표한 9·7공급대책은 착공 계획 물량이나 공급 방식 등의 면에서 호평을 받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매년 27만호에 달하는 압도적인 신규 공급 물량을 시장에 투사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고 부동산 시장의 하향안정화를 꾀하는 것 같다. 주담대 대출 한도를 더 줄이고 전세대출한도를 축소한 것도 칭찬할 대목이다.
관건은 계획의 실행 여부다. 특히 도심 내 노후 시설과 공공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공급 계획은 이전에도 나왔지만 이해관계인들의 저항으로 사업이 난관에 봉착하곤 했다. 공공 도심복합사업 등 이번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호한 의지를 가지고 돌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