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정부가 세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주택수요 관리 강화, 부동산 금융 규제 강화,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 부동산 세제 합리화 등의 방안들이 망라됐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와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또한 주택가격 수준에 따른 주담대 여신한도 차등 적용,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DSR 적용 등의 금융 규제도 시행된다. 아울러 부동산 세제 강화도 총론 수준으로 공표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강조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부동산 거래 감독기구 설치 등의 대책들도 포함됐다.
이번 대책들로 인해 서울 등의 아파트 거래는 급감하고 가격 상승률도 둔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서울 등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가격이 의미있게 하락하기 위해서는 급매물이 대거 나와야 하는데, 이번 대책에는 소유자들이 매물을 급매로 던질 유인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규제지역과 토허제 묶여
정부는 최근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집값 과열에 대응하고자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6·27 대출규제와 9·7 공급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몰리는 양상이 전개되자 내놓은 초강경 수요 억제책이다.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무조정실·국세청은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현행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도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규제지역으로 추가된다. 규제지역 지정 효력은 16일부터 발생한다.
규제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종전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40%로 축소돼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자금 마련이 어려워진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소득세 중과, 분양권 전매 제한, 청약 재당첨 제한 등 불이익도 받게 된다.
아울러 전세대출을 보유한 차주는 규제지역 내 3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새로 살 수 없고, 규제지역 내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취득한 사람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보유한 차주는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간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
이들 규제지역은 갭투자 수요를 차단하고자 2년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는 토허구역으로도 동시에 묶인다. 해당 지역 아파트 및 ‘동일 단지 내 아파트가 1개 동 이상 포함된 연립·다세대주택’이 대상이다. 지정 기간은 이달 20일부터 내년 12월31일까지로,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6·27대책에 이어 대출 더 강하게 조여
대출도 더 조인다.
6·27대책으로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는 일률적으로 6억원이었지만, 앞으로는 주택가격 구간별로 차등 적용해 고가일수록 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바뀐다.
▲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 15억∼25억원 이하는 4억원 ▲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한도가 설정됐다.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대출은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기존 한도인 6억원을 유지한다.
또한 오는 29일부터는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그 이자 상환액을 DSR 산정 시 포함하게 된다. 연간 5만 2000여명이 규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소득 5000만 원 차주가 전세대출 2억 원을 받으면 DSR 비율에 14%가량, 소득1억 원 차주가 2억 원을 받으면 7.4%가량 반영될 것으로 금융위는 추정했다.
그간 전세대출은 서민 주거권 안정을 위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왔지만, 임대인의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만으로 집을 매수하는 것)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집값을 자극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금융위는 우선 1주택자 전세대출에만 DSR을 우선 적용하고, 향후 시행 결과를 토대로 단계적인 확대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차주별 대출한도를 산정할 때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금리’의 하한은 현행 1.5%에서 3%로 높인다. 이는 향후 금리 인하로 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로, 16일부터 즉시 적용된다.
금융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봉 5000만~1억 원 수준의 차주가 4% 금리를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대출 한도는 6.6~14.7%가량 감소한다.
은행권의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높이는 시점은 당초 내년 4월에서 내년 1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위험가중치를 높이면 은행이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주담대 공급 축소 압력으로 이어진다. 부동산으로 쏠린 자금을 줄이고, 생산적 금융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부동산 관련 세금 강화에 대한 언급도 있어
주목되는 건 이번 대책에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침’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세제 합리화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유세·거래세 조정이 명시됐다.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거래 물량을 늘리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정 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도 대책에 공표됐다. 이는 규제 지역 부동산 보유·거래세 중과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보유세·거래세 조정을 위해 부동산 세제 운영 방향과 관련한 연구 용역도 발주하고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논의도 거칠 계획이다.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해서 대단히 조심스럽던 이재명 정부의 입장이 미묘하게나마 변화된 것으로 이해된다.
부동산 거래 감독기구 설치 등으로 거래질서 확립
한편 정부는 부동산 거래 관련 불법행위와 투기수요 유입 근절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전담 감독기구를 신설하는 등 시장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범정부 대응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허위로 신고가 거래 후 해제하는 수법의 가격 띄우기에 대한 기획조사와 의심 사례 수사 의뢰에 주력하고, 자체적으로 부동산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해 부동산 관련 범죄행위에 적극 대응한다.
금융위는 사업자 대출이 주택 구입으로 용도 외 유용되는 실태에 대해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한강 벨트 등의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 거래와 고가 아파트 증여 거래를 전수 검증한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 주관으로 841명을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에 투입한다.
아울러 국무총리 소속으로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를 설치해 현재 소관 부처들이 각기 담당하는 불법행위 관련 조사·수사의 기획·조정을 맡긴다. 자체적으로 수사조직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가격하락을 견인할 결정타는 보이지 않아
이재명 정부가 세번째로 내놓은 대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전망하기 어렵다.
대출을 최대한 막았다는 점, 갭투기를 최대한 차단했다는 점, 사고 파는 게 모두 번거로워졌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서울 등의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 상승세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서울 등의 아파트 가격을 유의미하게 끌어내릴 것 같지는 않다. 아파트 가격이 유의미하게 하락하기 위해서는 급매물이 대거 시장에 나와야 한다. 파산 등의 개인적 사정이 아닌 한 급매물의 대거 출회는 메가톤급 경제위기의 습격, 엄청난 역전세장의 도래, 장래 가격전망에 대한 비관적 예측의 대세화, 시세차익을 시현할 마지막 타이밍이라는 생각의 파급 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서울 등의 아파트 소유자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가지게 만들 재료가 포함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하다 못해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특혜를 대부분 걷어내는 대책이라도 포함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