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의지,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 호주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혁파의 기치를 내걸고 본격적인 전쟁을 벌인 지 1개월 남짓 지났다. 그 사이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보이던 강남 3구와 용산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드는 등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통령의 의지,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 호주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이라는 세 개의 요인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혁파 의지가 강한 대통령
건국 이래 이재명 대통령만큼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혁파해야 나라가 산다고 확신한 대통령이 또 있었을까 싶다. 경기지사 시절부터 이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선봉장이었음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해 내란정국에서 치러진 대선 당시에는 부동산에 관한 발언을 극도로 삼갔다. 물론 대통령에 취임한 후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출 억제 대책들을 연이어 투사하며 불타오르던 서울 아파트 시장을 진정시키려 했던 건 명확하지만 세금 관련해서는 소극적인 면모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대신 이재명 대통령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의무소각 등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 등을 통한 증시 밸류업 드라이브와 AI 등을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투자에 올인했다. 이재명 정부의 이런 노력에 더해 AI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무제한 투자 경쟁이 겹치면서 반도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한 덕에 코스피는 로켓처럼 튀어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날인 2025년 6월 4일에 종가 기준 2770포인트였던 코스피는 올 1월 22일 장중이긴 하지만 5000포인트를 찍었다. 지금은 60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주목할 대목은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 혁파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시점이 코스피가 장중이긴 하지만 5000포인트를 넘은 다음 날이라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가 불가역적 대세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대통령이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1월 23일 SNS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재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거의 연일 이어졌다.
2월 26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대통령은 오는 5월 9일을 끝으로 종료하는 다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정부의 권위는 신뢰와 일관성에서 나온다. 권위를 잃은 정부는 뒤뚱거리는 오리를 넘어 식물이 된다”며 “정부 정책의 권위와 신뢰를 위해 5월 9일 이전에 매각한 다주택자보다 버틴 다주택자가 유리하도록 방치할 수 없다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강력한 금융, 세제, 규제를 통해 매각하는 것이 이익, 버틴 것이 더 손해인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버티는 것은 자유이지만 이 점은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라며 다주택 해소를 재차 권장했다.
이 대통령은 “잠긴 매물은 질식할 것이고 버티는 일은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역행하고 규칙을 어긴 이가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상화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세제와 금융, 규제 등 각종 수단을 총동원해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미리 언명한 것처럼 국민들께서는 저에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권력을 맡기셨고, 그 힘을 위탁받은 제가 표를 계산하지 않고 일각의 비난과 저항을 감수하기만 하면 세제, 금융, 규제 등 막강한 권한으로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얼마든지 있다 했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 대통령이 이룬 성과들의 뒷받침을 받아 시장에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거쳐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보인 실력과 업적을 보아온 터라 대통령의 발언을 허투루 듣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특히 무서운 건 부동산 시장 정상화라는 총론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각론에도 정통하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SNS 등을 통해 내놓는 메시지들은 하나 같이 시장의 병목지점을 적확하게 타격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과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가 달성을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 온존하는 한 그 두 목표의 달성은 불가능하다.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의 혁파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인 김혜경 여사와 공동명의로 보유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를 27일 매물로 내놓은 것도 배수진의 상징이다. 이 주택이 매각되면 이 대통령 내외는 무주택자가 된다.
현대차의 새만금 투자가 부동산 시장안정에 무슨 상관?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전북 새만금 지역에 9조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인공지능(AI)·로봇·에너지를 아우르는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한다는 소식은 지방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에 계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사업은 새만금 부지 112만4천㎡(약 34만평)를 활용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피지컬 AI와 탄소 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투자는 ▲AI 데이터센터(5조8천억원)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4천억원) ▲수전해 플랜트(1조원) ▲ 태양광 발전(1조3천억원) ▲AI 수소 시티(4천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번 투자로 7만여명의 고용 창출과 1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되며 정부와 지자체는 투자 안착을 총력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7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정부 및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투자가 본격화하면 새만금을 중심으로 로봇, AI 및 수소 에너지 등 첨단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지속 가능한 지역 성장의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는 현대차그룹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전폭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인데, 현대차그룹이 최첨단 산업투자를 새만금에 하는 것이 너무나 중대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방주도 성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아무리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도 양질의 기업이 지방으로 가지 않으면 지방주도 성장도, 수도권 과밀화 해소도 불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에 현대차그룹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산업군을 전북 새만금에 넣겠다는 건 지방주도 성장으로의 대전환의 획기적 변곡점이 될 것임과 동시에 수도권으로의 쏠림을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도 자명하다.
글로벌 통화긴축이 본격화되나?
호주 중앙은행(RBA)이 최근 기준금리(Official Cash Rate)를 인상(2월 3일, 3.60%→3.85%)한 것도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호재다. 호주 중앙은행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지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호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중요한 건 코로나19 위기 이후 주요국 중 통화정책이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동결 구간을 거쳐 다시 인상으로 선회한 첫 번째 사례라서다. 주지하다시피 코로나19 이후 찾아온 인플레이션의 습격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렸었고 이후 금리를 내렸다가 대체로 동결기조를 유지했다.
금리의 글로벌 동조현상을 감안할 때 호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의 신호탄일 수 있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최근 PCE(개인소비지출)와 PPI(생산자물가지수)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아무리 워시가 5월에 연준 의장이 되더라도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드는 마당에 기준금리를 덮어놓고 내리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사실상 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되었다고 봐야 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마저 올라가는 마당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어떤 이유도 찾기 어렵다. 주지하다시피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은 금리에 가장 민감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끝장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전에 없이 확고하고,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대규모 투자가 보여주는 것처럼 지방주도 성장을 통한 대전환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금리의 방향성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친화적이지 않다. 이쯤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닐 성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