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이태경 /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8회 연속 동결한 것인데 시장이 예상한 바였다. 중요한 건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은이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할 것을 분명히 했다는 대목이다. 당장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물가와 환율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고 서울 등의 집값도 들썩이는데 성장은 견조하다보니 금리 인상을 주저할 까닭이 없다. 신현송 한은 총재의 말처럼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는 데이터가 결정할 것이다.
긴축 기조 분명히 하며 금리 동결한 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금통위는 신현송 총재 취임 후 처음 주재한 회의에서 8연속 동결을 결정했는데, 향후 기준금리를 올릴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작년 7월 10일 이후 다음 회의(7월 16일) 전까지 약 1년 동안 연 2.50%로 고정된다. 하지만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금리 인상 사이클로의 진입을 공식화했다.
이날 공개된 금통위원 7명의 점도표(dot plot)에서는 6개월 뒤 기준금리가 연 2.50%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점)이 전체 21개 중 2개로 줄었다. 나머지 19개는 ‘인상’으로 쏠렸다. 21개 중 가장 많은 10개는 3.00%에 찍혔고, 7개는 2.75%에, 2개는 3.25%에 각각 찍혔다.
또한 당연직 금통위원인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 등 2명은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소수의견을 표시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총재 취임 후 첫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제성장률이 견조한 가운데 물가·환율·서울 집값 트리플 상승 중
이런 통화정책의 기류 변화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2.5% 상승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2.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원재료가 28.5% 급등해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2.6% 올라 목표 수준(2.0%)을 상회했다. 석유류가 21.9% 올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물가뿐 아니라 환율과 집값 상승세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 중이다.
이달 초 1,440원대까지 하락했던 환율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 등의 영향으로 반등해 지난 22일 장중 1,520원에 바짝 다가섰다. 1500원 중반대를 위협하던 3월에 비하면 양호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서울 등의 집값도 골칫거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평균 0.31% 올랐다. 3주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1월 넷째 주(0.31%) 수준에 도달했다.
물가와 환율과 서울 집값이 트리플 상승을 거듭해 금리 인상을 압박 중인 가운데 성장률이 반도체 메가 사이클 등에 힘입어 약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7%(직전 분기 대비 속보치)에 달해,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0.9%)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를 반영해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증시는 코스피 8천선을 훌쩍 넘어 1만 포인트 달성이 기정사실이 되는 국면이다. 통화당국으로서는 성장에 신경 쓰지 않고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완비된 상황이다.
‘금리가 갈 길이 명확하다’는 신현송 한은총재
한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향후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 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이러한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책을 할 때 여러 목적이 상충 되는 경우에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딜레마가 있는데, 이번에는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장이 저조한 상태에서 물가 등이 상승하면 통화정책이 딜레마적인 상황에 놓이는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미증유의 수출폭증에 힘입어 성장이 질주하는 국면이라 물가 등의 데이터만 보고 금리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신 총재는 28일 “(최종 금리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모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총재는 “3.5%가 될지 아니면 그 밑이 될지 위가 될지는 모른다”라며 “그것 때문에 계속 데이터를 봐야 하고 앞으로도 소통하겠다”라고 밝혔다.
당장 시장에서는 7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올해 안에 적게는 2번의 금리인상이, 많게는 3번의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 중이다. 최소한 올 연말 기준금리는 3.0%를 넘을 것이 확실해 보이는데, 이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지닌다.
